박사란 대학원 최종 졸업자를 일컫는 말이다. 안암골에 박사가 하나 살았다. 그는 성품이 괴팍하고 연구를 좋아했다. 그와 함께 일을 하는 조교들은 으레 이 박사를 찾아보고 그에게 "교수님"이라 부르며 인사를 하는 게 통례였다. 그러나 계약직이라 연봉이 워낙 박하여 한 해에 받는 돈이 삼천을 넘기지 못했다. 어느 때 이사장이 인건비 액수를 일람하게 되었다. 지출 항목을 조사해보고 이사장은 크게 노하여 말했다. 어떤 계약직 교수가 연봉을 삼천씩이나 받아간단 말이냐? 이렇게 호통을 치고 박사의 … [Read more...] about 안암골의 박사와 대기업 회장 이야기 ‘박사전’
인문
아름다운 삶을 위한 철학의 쓰임새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철학 상담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는 어떤 책인가? 저자는 빌헬름 슈미트(Wilhelm Schmid)다. 이름부터가 독일 냄새가 물씬 난다. 더욱이 상당히 진부하게 들리는 이름이다. 영어식으로는 윌리엄 스미스(William Smith)가 아닌가. 어쩐지 책도 평범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다. 모범생이 집필한 지극히 무난한 책이랄까. 그러고 보니 원제가 “아름다운 삶?(Schönes Leben?)”이고, 부제는 “삶의 기예 입문(Einführung in die Lebenskunst)”이다. … [Read more...] about 아름다운 삶을 위한 철학의 쓰임새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거절은 어려워
거절은 너무나 어렵다. 무리한 부탁인 거 뻔히 아는데도, 때로는 뭔가 좀 잘못된 일인 거 같은데도 빤히 부탁해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할 걸 알면서도 또 YES라고 하고 만다. 상황판단이 잘 되는 걸 보면 내가 그렇게 주관이 없는 인간은 아닌거 같은데… 왜 NO라고 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걸까? 거절이 얼마나 어려우면 한 가지 다행(?)인 사실은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절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좀 급해서 새치기 해도 되냐고 하면 대부분이 된다고 … [Read more...] about 거절은 어려워
자유지상주의는 과연 성매매 옹호론자들의 편인가?
1. 때때로 성매매는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의 원리에 따라 옹호되고는 합니다. 자유지상주의란 ‘자율적인 주체’로서의 개인을 무엇보다도 중요한 도덕적 행위의 단위라고 생각하는 사상입니다. 자유지상주의의 기본원리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주장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어떤 행위가 개인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선택에 기초하고 있다면, 그 행위에 타인이나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일부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성매매’도 성 구매자와 성 판매자 사이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free … [Read more...] about 자유지상주의는 과연 성매매 옹호론자들의 편인가?
우리 옆에 언제나, 성폭력
올해 4월,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의 피해사실 폭로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사건의 시간대도, 가-피해자의 관계도, 발생한 공동체도 다양했지만 공통적인 사실이 몇 가지 있었다. 가해자들의 사과 대자보의 내용이었다. 피해자들의 폭로는 수도 없이 쏟아졌지만, 가해자들의 대자보 내용은 정말 비슷비슷했다. 본인의 가해 사실을 나열하고, 사과하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그 당시의 나를 이해할 수 없다’ 는 내용도 있었다. 감히 짐작컨대, 본인이 어떠한 맥락에서 가해를 저질렀는지 잘 … [Read more...] about 우리 옆에 언제나, 성폭력
인공지능에게서 정의를 찾을 수 있을까?
요즘은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도 높은 것 같습니다. 특히 자율주행 자동차가 화두가 되면서 아래와 같은 질문이 인공지능에게 던져졌습니다. "당신의 안전을 우선시할 것인가? 아니면 사고가 나는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SUV 혹은 오토바이를 선택할 것인가?" 사실 이 문제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Justice> 명강의에서 많이 봤던 문제입니다. 이에 대한 논의는 첨예합니다. 이는 인공지능을 반대하는 논리로도 쓰이곤 하죠. 하지만 저는 이게 지적 유희로는 즐거운 주제일지 … [Read more...] about 인공지능에게서 정의를 찾을 수 있을까?
노무현의 연설문 쓰기 비법 16가지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박근혜와 관련한 이 모든 난장판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연설문이었습니다. 비서진이 써준 자신의 연설문을 아무 직함도 없는 이에게 보여주고, 고치게 하고, 그걸 그대로 읽은 대통령이 4년을 통치해왔다는 것이 알려지자 사람들이 분개해 거리로 나선 것이죠. 자기 글도 제대로 못 쓰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을 수나 있을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명연설가로도 유명했습니다. 대통령 출마 1년 만에 ‘노풍’을 일으킨 … [Read more...] about 노무현의 연설문 쓰기 비법 16가지
죽도록 노력해서 평범해지는 게 목표
우리에게 '꿈'이라는 말은 굉장히 희망적인 말이기도 하지만 굉장히 절망적인 말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꿈을 통해 희망을 보지만, 누군가는 꿈을 통해 절망을 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에게 꿈은 희망인가요? 절망인가요? 누구나 다 희망에 가까우면 좋겠지만, 어쩌면 절망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저에게 있어 꿈은 희망보다 절망에 가까웠습니다. 어릴 적 저는 꿈을 꾸는 게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꿈을 꾸기 위해서는 성적이 좋아야 하고, 집이 평화로워야 하고, 부모님이 돈이 많아야 했습니다. … [Read more...] about 죽도록 노력해서 평범해지는 게 목표
심리 조작의 비밀
어디나 처음에 발을 들이면 그렇듯이 주변을 둘러싼 모두가 새로운 사람들이다. 한편으로 누군가 아는 척하고 다가오면 쉽게 지나치기 어렵기도 하다. 누가 나를 안다고 하는데 내가 그를 모른다면 그것만 한 실례도 없기 때문이다. 그때 내가 겪은 일이 그랬다. 대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어느 날, 봄날의 따스한 캠퍼스를 걷고 있었다. 본관 앞을 지나다가 10미터쯤 앞에서 걸어오는 어떤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나를 보면서 표정이 갑자기 환해지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혹시 고등학교 … [Read more...] about 심리 조작의 비밀
심리상담 사기, 당하지도 치지도 맙시다
심리검사 해주겠다며 접근한 뒤 심리상담자를 사칭하며 상담이 아닌 전도(보통 사이비 종교)를 하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이런 제보를 6개월 사이 네다섯 번 들었다. 만약 이런 종류의 심리상담 관련 사기를 당하신 분들은 (사)한국상담심리학회 사무국(02-498-8293, [email protected])으로 신속하게 연락주시기 바란다고 한다. 자격증 팔이 사기야 너무 꾸준히 있었는데, 실제로 "이런 자격증 따야 할까요?"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어 이 이야기도 넣었다. 상담하는데 부적절한 … [Read more...] about 심리상담 사기, 당하지도 치지도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