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대사에 명멸해간 단체들은 수도 없이 많다. 해방 공간에서 우후죽순처럼 돋아났던 각종 단체들의 가입 인원들을 합치면 총 인구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지만 제법 그럴 듯해 보이다가도 역사의 거센 물결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래성같은 단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 실로 악마적으로, 그리고 깊숙하고도 굵직하게 우리 현대사에 남은 단체가 있다. 그 이름에서는 아직도 피비린내가 나고 탄내가 가시지 않는다. 바로 서북청년단이다. 평양의 기독교 청년들, 남한으로 … [Read more...] about 기독교, 그리고 서북청년단의 탄생
역사
열수를 바라보며 다산(茶山)을 그리다
녹음이 우거진 숲길을 따라 난 오래된 길을 한 시간여 달리자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의 마재 마을이 나타났다. 수원선경도서관에서 진행한 ‘길 위의 인문학’의 마무리 일정으로 다산생가 탐방에 나선 길이었다.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몇 걸음 옮기자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커다란 기와건물이 눈앞에 다가왔다. 다산의 모진 삶과 사뭇 대비되는 그 건물이 바로 다산기념관이었다. 기념관에는 다산의 삶의 궤적을 엿볼 수 있는 갖가지 기념물이 전시돼 있었다. 눈길을 끈 건 단연 책자들이다. 다산의 대표 저작인 … [Read more...] about 열수를 바라보며 다산(茶山)을 그리다
외환위기, IMF 사태 완벽정리
1년전 쯤에 읽었던 논문을 기억에 의존하여 쓰려니 - 출장 왔는데, 해당 논문이 실린 책을 안 들고 와서, 한 밤에 기억을 더듬어서 쓰려니 - 오류가 많을 듯 싶습니다. 잘 기억이 안 나서 건너뛴 부분도 많고, 숫자들은 하나도 되살릴 수 없어서 대충 스토리로 연결했습니다. 주말에 시간 되면 좀 수정해 볼까 하는데 무려 18페이지를 말로 풀었더니 더 보고 싶지도 않군요. 다시는 이렇게 긴 걸 다시 쓰지 않을 겁니다. 퇴근 후 하루 저녁을 꼬박 허비해 버렸습니다. 틀린 부분도 많겠지만, 공장 … [Read more...] about 외환위기, IMF 사태 완벽정리
잉카의 위대한 저항, 망코 황제의 봉기
반복해서 강조하듯이 역사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어느 한 사건을 두고 이해당사국의 시각은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인 잉카제국의 저항도 페루의 위대한 저항이라는 시각과 스페인의 위대한 정복이라는 시각이 상반됩니다. 제 3세계의 다양한 시각까지 합쳐지면 동전의 양면이 아니라, 6면 퍼즐처럼 아주 복잡해집니다. 여러분이 어떤 시각을 선택하던 다른 시각을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다른 시각이지 틀린 시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가능하다면 지배를 당한, 수탈을 당한 아픔이 … [Read more...] about 잉카의 위대한 저항, 망코 황제의 봉기
김득구의 마지막 링
1. 1982년 11월 14일 낮 (미국 시간으로는 13일이지만) 각 가정의 안방의 TV는 하나의 타이틀매치 ‘위성중계’에 고정되고 있었다. 대저 한국 권투는 이른바 틈새에 강했다. 즉 메인 체급, 페더급이니 밴텀이니 미들이니보다는 ‘쥬니어’나 ‘라이트’자가 붙은 체급에서 주로 챔피언을 배출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경기는 주니어가 아닌 ‘라이트급’ 타이틀매치였다. 도전자는 동양 챔피언 김득구, 그리고 챔피언 미국의 레이 맨시니. 맨시니는 흑인들이 판을 치던 미국 권투계에 혜성과 같이 … [Read more...] about 김득구의 마지막 링
전태일, 불꽃이 되다
1970년 11월 13일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은 법치국가의 수도 한복판에서 법을 지키라고 외치며 분신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기본원리로 삼는다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폐병으로 쓰러져가는 열 서넛 시다들의 권리를 제발 살펴 달라고 호소하면서 자신의 몸을 불태웠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의 육신을 스스로 불구덩이에 밀어 넣었다. 전태일이 죽은 며칠 뒤부터 김재준 목사나 기타 한국 기독교의 거인들 (조용기 따위와는 비교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이 … [Read more...] about 전태일, 불꽃이 되다
한 경제평론가의 기일에 부쳐
고 정운영 교수와의 만남 학창 시절 어느 해인가의 학기 초 수강신청 즈음, 어느 과목의 아무개 교수가 학점은 잘 주는지, 수업은 널널한지 등의 정보를 선배로부터 얻어내는 와중에 한 과목을 추천받았다. "사회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과목이었는데 6,7,8, 교시 연강이었다. 당시의 생활 패턴으로 보아 그 수업 제대로 출석하기엔 일찌감치 '텄다'는 직감이 왔다. 아니나다를까 첫 수업 시간 나는 노트를 챙기기는커녕 새파란 잔디 위에 드러누워 오수를 즐기고 있었는데 그 수업을 함께 신청한 동기 … [Read more...] about 한 경제평론가의 기일에 부쳐
고종은 충분히 격상된 표현이다
< [단독] 정신나간 전쟁기념관, 일왕을 천황으로 표기 > [단독] 을 붙인 기사의 경우 대개 정말 특종이거나 딴 기자들은 거들떠도 안 보는 상한 떡밥이거나 그렇습니다. 뭐....저 기사의 핵심 내용은 저겁니다. '일왕'은 천황'으로 격상해 표기했고 '광무황제'는 '고종'으로 격하해서 표기했다. 고종이 왜 격하된 표현인가 아니거든요? '고종'은 격하된 표현이 저얼대 아닙니다. '~조', '~종'이라는 동아시아 군주 중 '황제'에게 … [Read more...] about 고종은 충분히 격상된 표현이다
로마군의 무덤, 메소포타미아
팔루자Fallujah, 라마디Ramadi, 바그다드Baghdad와 사마라Samarra는 지난 10년 동안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지명이다. 1,600년 전에도 율리아누스 황제가 원정길에 나서면서 생소한 도시는 문명세계의 입에 오르내렸다. 전략적 요충지 메소포타미아 동서양의 두 강대국, 로마와 파르티아(사산 페르시아)는 7백 년 동안 지금의 이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을 두고 전쟁을 벌였다. 메소포타미아(두 강 사이의 땅이라는 그리스어. 지금의 이라크)는 사산 … [Read more...] about 로마군의 무덤, 메소포타미아
에스토니아 이후, 혹은 세월호 이후
1994년 9월 28일 발트 해 저녁 7시 989명을 태우고 탈린을 떠나 스톡홀름으로 가던 카페리 선인 에스토니아호는 새벽 1시 48분 핀란드 남서 해역에서 침몰했다. 스웨덴(501명)과 에스토니아(290명), 핀란드, 독일 등 17개국 852명이 숨졌고 137명만이 구조됐다. 추위와 악천후 등으로 주검도 94구밖에 수습하지 못했다. 스웨덴 정부는 3개월 시도 끝에 인양을 포기하고, 콘크리트로 배 주위를 덮어 주검 유실을 막고는 침몰 해역을 757명 영령의 영원한 안식처로 … [Read more...] about 에스토니아 이후, 혹은 세월호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