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루자Fallujah, 라마디Ramadi, 바그다드Baghdad와 사마라Samarra는 지난 10년 동안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지명이다. 1,600년 전에도 율리아누스 황제가 원정길에 나서면서 생소한 도시는 문명세계의 입에 오르내렸다. 전략적 요충지 메소포타미아 동서양의 두 강대국, 로마와 파르티아(사산 페르시아)는 7백 년 동안 지금의 이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을 두고 전쟁을 벌였다. 메소포타미아(두 강 사이의 땅이라는 그리스어. 지금의 이라크)는 사산 … [Read more...] about 로마군의 무덤, 메소포타미아
역사
에스토니아 이후, 혹은 세월호 이후
1994년 9월 28일 발트 해 저녁 7시 989명을 태우고 탈린을 떠나 스톡홀름으로 가던 카페리 선인 에스토니아호는 새벽 1시 48분 핀란드 남서 해역에서 침몰했다. 스웨덴(501명)과 에스토니아(290명), 핀란드, 독일 등 17개국 852명이 숨졌고 137명만이 구조됐다. 추위와 악천후 등으로 주검도 94구밖에 수습하지 못했다. 스웨덴 정부는 3개월 시도 끝에 인양을 포기하고, 콘크리트로 배 주위를 덮어 주검 유실을 막고는 침몰 해역을 757명 영령의 영원한 안식처로 … [Read more...] about 에스토니아 이후, 혹은 세월호 이후
이주일, 프로였던 그를 추억하며
2002년 8월 27일, 이주일 사망. 이주일, 그와 대중의 첫만남 나의 유년 시절을 가르는 위인은 단연 박정희 대통령이다. 내 기억은 대개 ‘박정희 전’과 ‘박정희 죽은 후’로 나뉜다. 이를테면 소풍 가서 벼랑에서 굴렀던 건 박정희 죽기 전이었으니까 3학년때 소풍이었다는 식이다. 그 박정희가 죽던 해 실로 기상천외한 연예인이 혜성과 함께 나타났다. 전두환이 등장해서 없애 버렸던 TBC에서 했던 <토요일이다 전원출발>이라는 프로그램에서였다. 타잔 역을 하던 … [Read more...] about 이주일, 프로였던 그를 추억하며
시대가 코메디일 때 벌어지는 일들
비극 tragedy 때는 이른바 유신시대, 박근혜 대통령의 어바마마께서 통치하고 계시던 기간에 벌어진 일이다. 1973년 10월 2일, 서울대 문리대에 이어 4일에는 법대생들이 유신 반대 데모에 나섰다. 여느 때처럼 당연히 경찰은 ‘강경 진압’을 했다. 피투성이가 된 제자들의 모습에 화가 난 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는 “부당한 공권력의 최고 수장인 박정희 대통령에게 서울대 총장을 보내 항의하고,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최교수는 남산에 올라가서, 내려오지 … [Read more...] about 시대가 코메디일 때 벌어지는 일들
형제의 죽음, 그리고 아버지 손양원 목사
1948년 10월 21일 1948년 10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한창 민중봉기가 일어나고 있던 제주도로 출동 대기 중이던 14연대 내 좌익 하사관들이 총을 거꾸로 쥔 후 장교들을 사살해 버리고 봉기를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봉기한 군대와 그에 동조하는 세력들은 그다지 현명하게 행동하지 못했다. 우익들에 대한 전면적인 복수가 시작됐고, 그 잔인함과 참담함은 봉기 소식을 듣고 달려온 후일의 빨치산 총수 이현상이 “이건 당적 과오다!”라고 부르짖게 만들 정도였다. 그 와중의 10월 21일 이미 … [Read more...] about 형제의 죽음, 그리고 아버지 손양원 목사
우리가 몰랐던 혁명가 “아리랑” 김산
사마천이 '사기'를 쓸 때 여러 번 하늘을 우러러 하늘을 불렀다고 했다. 하늘이여 이래도 됩니까? 하늘이여 이래도 됩니까?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자가 호의호식하다가 종생하고, 제 한 몸 던져 만인을 이롭게 하려던 자들은 비참하게 죽어가고, 도무지 하늘이 눈이 있고 귀가 있다면 차마 내버려 두지 못할 일들이 버젓이, 그리고 지천으로 역사 속에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마천같은 훌륭하신 역사가만이 그런 탄식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1938년 10월 19일 오늘 죽어간 한 조선인의 … [Read more...] about 우리가 몰랐던 혁명가 “아리랑” 김산
최고 미남배우이자 동성애자, 록 허드슨의 죽음
1985년 10월은 명배우들의 연이은 죽음으로 떠들썩했었어. 덕분에 ‘명화극장 키드’였던 나는 추억의 명화들을 ‘추모특집’으로 무더기로 보는 즐거움을 누렸지만 말이다. <자이안트> <왕과 나> <9월이 오면> <황야의 7인> 같은 영화들이었지. 10월 2일에는 록 허드슨이 죽었고 10일에는 대머리의 제왕 율 부리너가 죽었거든. 애들이 슬슬 담배를 배우기 시작하던 중3때였던지라 율 부리너의 마지막 영상 출연이었던 금연 캠페인은 교육상 목적으로 … [Read more...] about 최고 미남배우이자 동성애자, 록 허드슨의 죽음
사진과 함께 알아보는 해부학의 발전사
이집트와 로마의 외과술 외과술은 고대 이집트에서 타 문명권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기원하여 고대 로마에서 해부학의 발전과 함께 꽃을 피웠다. 물론 고대 로마에서는 인체 해부는 금지되어 있었으므로 그 유명한 갈레노스조차도 마카크 원숭이의 해부로 인체 해부를 대신하였으므로 근대적 해부학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미생물학이 존재하지 않아 소독과 항생제 사용이라는 현대 외과술의 필수적인 요소가 결핍되어 있었으므로 수술이 제대로 이루어진 경우에도 감염으로 인해 … [Read more...] about 사진과 함께 알아보는 해부학의 발전사
드라큘라 전설의 실존 인물, 블라드 3세 드라쿨라
전설의 시작, 블라드 드라쿨라 브람 스토커의 흡혈귀 소설이 아니더라도, 블라드 3세 드라쿨라(Vlad III Dracula)가 죽은 지 550년이 지났는데도 터키에서는 그를 악마와 동일시한다. 1462년, 드라쿨라 공작은 다뉴브강 계곡에서 전투를 마치고 후퇴하면서 역사상 가장 참혹한 ‘말뚝처형 숲(Forest of the impaled)’을 남겼다. 티르고비스테(Tirgoviste) 외곽에는 2만 명의 오스만 투르크 포로가 말뚝에 꿰뚫려 썩어갔다. 말뚝처형은 고통스러운 죽음을 서서히 … [Read more...] about 드라큘라 전설의 실존 인물, 블라드 3세 드라쿨라
1979년 10월 16일 부산대학교에서 생긴 일
1. 1979년 대한민국은 글자 그대로 동토의 공화국이었다. 유신 헌법에 반대만 해도 사형까지 가능한, 법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긴급조치가 대한민국을 짓누르고 있었다. 어느 정도였는가를 내 경험을 통해 이야기해보자면, 1976년 국민학교에 입학하고 코 찔찔 흘리며 운동장에서 다망구를 하던 무렵,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어야 했다. “여러분. 경찰 아저씨들은 경찰복만 입고 있는 게 아니에요. 부모님이나 어른들한테 들은 말을 아무데서나 하면 안돼요. 잘못하면 사복 입은 경찰 … [Read more...] about 1979년 10월 16일 부산대학교에서 생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