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정신나간 전쟁기념관, 일왕을 천황으로 표기 >
[단독] 을 붙인 기사의 경우 대개 정말 특종이거나 딴 기자들은 거들떠도 안 보는 상한 떡밥이거나 그렇습니다.
뭐….저 기사의 핵심 내용은 저겁니다.
‘일왕’은 천황’으로 격상해 표기했고 ‘광무황제’는 ‘고종’으로 격하해서 표기했다.
고종이 왜 격하된 표현인가
아니거든요? ‘고종’은 격하된 표현이 저얼대 아닙니다. ‘~조’, ‘~종’이라는 동아시아 군주 중 ‘황제’에게 붙는 ‘묘호’입니다. 살아있을 때는 존호 혹은 연호로 부르고 죽은다음에는 ‘묘호’로 불립니다. 그러니까 ‘대한제국’의 ‘황제폐하’이신 ‘광무황제’께옵서 ‘승하’하신 다음에 ‘묘호’로 ‘고종’이라고 하는 것은 아무 문제도 없는 일이에요. 오히려 공식적으로 ‘황제’였기 때문에 묘호를 받는 것이 더욱 자연스러워진 것뿐.
자. 그럼 ‘세종대왕’. 이거 문제죠? 네. 문제 맞습니다. 본래 묘호는 ‘황제’에게만 써야 해요. 근데 ‘조선의 군왕’들은 ‘왕’에 어울리지 않게 ‘묘호’를 쓰고 있었던 겁니다. 셀프 ‘격상’을 이미 하고 있었던 거죠. 그 탓에 정말로 ‘황제’가 된 시점에 별로 격상된 것 같지 않은 일종의 착시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 문명5에서 대사처리할 때도 본인 입으로 ‘세종이오’라고 했는데, ‘세종’이라는 ‘묘호’는 죽은 다음에 붙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은 자기가 어떤 묘호를 받을지 모르는 상태여야합니다. 근데 ‘~깨우친 임금, 이도(본명)요’ 라고 했으면 알아들을 사람이 적으니까 어른의 사정상 그냥 저렇게 처리했다고 봐야죠.
‘천황’은 일본의 왕에 대한 칭호로 일제시대 일본 군국주의 상징이기도 해 대한민국 언론 등에서는 일왕(日王), 덴노 등으로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기사 본문이 이렇게 되어 있는데 자, 이 부분에서는 ‘거짓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언론 등에서는~ 보통이다.’ 이렇게 썼으니까요.
대한민국 정부에서 앞으로 ‘천황’이라고 표현하고 공식적으로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정부’에서요. 근데 저 기사에서는 ‘대한민국 언론 등에서는….’이라고 에둘러 써놨죠. 역시 이런 부분에서는 묘하게 치밀하단 말입니다. 자, 오히려 ‘일왕’이라고 쓰면 그게 문제가 됩니다.
왜냐 저 기사에 나오는대로 ‘국방부 산하’인데 국방부는 대한민국 정부기관입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천황’을 공식적으로 사용한다고 했는데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천황’이라고 안 하면 그게 더 외교문제가 될 일이죠. 언론은 정부기관이 아니니까 ‘일왕’이라고 해도 무방한겁니다.
시호와 묘호는 다르다
대한민국 정부는 스스로 선언을 했기 때문에 자기 말 지키고 있는 것일 뿐이죠. 정부가 잘못했네. 정부를 욕하세요. 그리고 자꾸 ‘시호’라고 하는데…
본문 앞부분에서 ‘묘호’는 황제한테 붙는거라고 했는데 저기서는 ‘왕’이라고 해놨죠? 네. 저건 조선만 기준으로 할 때의 이야깁니다. 어쨌든 이래요. 시호는 굳이 왕이 아니어도 됩니다. ‘충무공’ 이순신 할 때 ‘충무공’이 시호거든요. 그러니까 ‘시호’는 좀 이름좀 날린다싶으면 웬만한 사람은 다 붙습니다.
(* 조선 기준)
원래 묘호 : 영종
시호+존호 : 지행순덕영모의열장의홍륜광인돈희체천건극성공신화대성광운개태기영요명순철건건건곤녕익문선무희경현효대왕
이걸 ‘고종’이 조상님들 높여드릴려고 묘호를 다시 영조로 바꿉니다. 시호+존호 : ….안 할래요. 앞서 이야기 했듯이 ‘영조’는 굉장히 ‘격상’한 표현입니다. 황제가 아닌데 황제 대우로 ‘묘호’를 세운 거죠. 그리고 ‘존호’, ‘시호’는 따로 있고요. ‘묘호’는 아무나 못 갖습니다.
‘영조’를 낮춰서 ‘시호’로 부른다면 청나라가 내린 시호인 ‘장순왕’이라고 하는 게 정말로 격하해서 부른게 되겠죠. 그리고 고종을 ‘광무황제’라고 하기도 좀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뭐. 연호가 ‘광무’였으니까 ‘광무황제’ ‘광무제’라고 부르자는 논리겠지요? 맞아요. 그렇게 불러’도’ 됩니다.
당나라 2대 황제 태종 이세민. 이세민하면 뭐죠? 옳커니, ‘정관의 치’. 이 분 연호가 ‘정관’이었답니다. 그럼 ‘정관황제’ ‘정관제’라고 불러야겠네요?
당나라 3대 황제 고종 이치 입니다. 그럼 이분은 뭐로 불러드릴까… 연호 한번 찾아봅시다.
영휘황제….하지 말고 계속 고종합시다. 연호를 딱 1개만 쓰는 황제가 있는가 하면 여러 개씩 사용하는 황제도 있었습니다. 이건 전적으로 황제폐하 마음대로. 시호? 묘호? 쓰면 안된다(?)는 논리로 가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습의 당 고종이군요. 그럼 당 고종 말고 조선, 아니 ‘대한제국’의 고종의 연호를 알아봅시다.
개국, 건양, 광무네요.
‘개국’은 뭐 그렇다쳐도, 건양, 광무. 연호가 두 개인데 으엉? 이건 어떻게 해결하느냐…
영웅호걸들이 익히 알고 있는 ‘헌제’. 그럼 ‘헌’이 연호냐? 아니죠. 시홉니다. (그것도 줄여서) 헌제의 연호는 뭘까요?
Q: ‘건안 13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A: 적벽대전이 일어났습니다.
그럼 헌제가 아니고 ‘건안제’인가? 이 불쌍한 황제도 동탁이 옹립할 때의 연호는 ‘초평’, 이각, 곽사의 난를 피해 장안을 떠났을 때 세운 연호가 ‘건안’, 이렇게 황제가 연호를 바꾸는게 ‘개원(改元)’입니다. 근데 바꿨다고 해서 그렇게 안 불렀죠. 아니, 그렇게 불러도 틀린건 아니겠지만. ‘일세일원제’가 확립되지 않은 시기의 황제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면 헷갈립니다.
일세일원제의 짧은 역사
그러니까 어떻게 부를것이냐의 문제는 그 때 그 때 다른 겁니다. 어느 시대는 시호로, 어느 시대는 묘호로, 어느 시대는 연호로.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한 겁니다. 연호+제로 구성된 구조는 명대에 이르러서야 한 황제 한 연호 쓰기 운동이 정착된 결과물로서, ‘일세일원제(一世一元制)’로 확립됩니다.
그제서야 ‘홍무제’니 ‘영락제’니 ‘숭정제’니 하는게 가능해진 것입니다. 청대에서도 고스란히 물려받아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 이렇게 된거구요. 근데 명, 청의 황제들이 한 연호를 쓰긴 했어도 여전히 ‘묘호’는 따로 받고 있었습니다.
홍무제는 태조, 영락제는 태종, 숭정제는 의종, 강희제는 성조, 옹정제는 세종, 건륭제는 고종 하는 식으로 다시 확인하고 가지요. 그러니까 ‘황제’가 받는겁니다.
연호가 두 개니까 엄밀히 말하면 一世一元에 어긋납니다. 그래도 오랜 세월 명,청에 의해 정립된 일세일원제에 따르는 시대이고 앞서의 ‘개국’ ‘건양’은 별로 사용하지 않았으니, ‘개원(改元)’했다고 넘어갈 수 도 있는 부분입니다. ‘건양제’라고 할 필요는 없고 ‘광무제’라고 하는게 방향 자체는 맞습니다.
근데 조선의 연장선에서 보면 ‘고종’이라고 보는게 편하기도 하고 ‘고종’은 본래 황제에게 올리는 묘호인 만큼 ‘고종’을 가지고 격하의 호칭이라고 할 수 는 없는 것이죠. 위 소개문에서 잘못이 있다면 ‘흥선’대원군이라고 해야할 것을 ‘대원군’이라고만 한 것. 그리고 굳이 격하된 호칭으로 불린 사람을 찾아보라면 그건 ‘서태후’겠죠. 서태후는 시호도 묘호도 아니고 그냥 ‘별명’입니다.
원문 : 기침 가래엔 용,각,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