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난파 작곡의 '봉선화'는 일제 시대의 대표적인 금지곡이었다. 왜 금지곡이었을까.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습이 처량하다...."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어언 간에 여름가고 가을바람 솔솔불어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의 2절이나 "북풍한설 찬 바람에 네 형체가 없어져도 평화로운 꿈을 꾸는 너의 혼은 예 있으니 화창스런 봄바람에 환생키를 바라노라"의 3절에 이르면 이 노래를 듣는 조선 사람들은 죄다 노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았고 손을 얼굴에 묻고 엉엉 울기 바쁠 수 밖에 … [Read more...] about 듣고 보면 황당한 금지곡 사연들
역사
목격의 시선으로 담아낸 80년 광주
※ 이 글은 영화 <택시운전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택시를 모는 김만섭(송강호)은 아내와 사별하고 어린 딸과 단 둘이 생활을 이어간다. 사글세 10만원이 밀려 집주인에게 구박받던 그는 우연히 광주까지 장거리를 뛰면 10만 원을 주겠다는 외국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주워듣는다. 그 외국인은 바로 일본에서 온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동료 기자에게 광주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둘러 가기 위해 택시를 부른 것이다. … [Read more...] about 목격의 시선으로 담아낸 80년 광주
다리 위 악수, 우주에서의 악수
끝이 보이지 않던 전쟁도 막바지를 향했다. 1945년 4월 25일, 독일군을 격퇴하고 동진(東進) 하던 미 제1군 69사단 정찰대와 서진(西進) 하던 소련 58사단 선발대가 독일 엘베강 중류 토르가우의 한 다리 위에서 만났다. 미국과 소련 병사들은 악수하고, 독일군으로부터 뺏은 술로 건배했다. 4월 30일 히틀러는 전날 결혼식을 올린 에바 브라운과 자살했다. 5월 7일 독일군 항복 문서에 서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은 그렇게 끝났다. 30년이 흐른 1975년 7월 17일, 미국과 … [Read more...] about 다리 위 악수, 우주에서의 악수
미치도록 무능했지만 미치도록 사랑받았던 어느 다이묘
일본 전국시대의 전국무장이자 다이묘 중에 아주 아주 재미있는 인물이 하나 있다. 혼슈 관동지방의 동북쪽에 위치한 상륙국(常陸国: 히타치노쿠니, 지금의 이바라키현) 일대를 다스리던 오다(小田)가의 영주였던 이 인물의 이름은 바로 오다 우지하루(小田氏治). 전쟁도 외교도 못하는 무능한 영주 오다 우지하루는 일본의 명문 귀족 집안이었던 후지와라 씨족의 후예이자 무로마치 막부 시대에 일본 관동지역을 아우르던 8개의 명문 호족(우츠노미야, 오다, 코야마, 사타케, 치바, … [Read more...] about 미치도록 무능했지만 미치도록 사랑받았던 어느 다이묘
맥주와 전쟁: “이 모든 것은 맥주가 없기 때문이다”
맛없는 음식과 전투 본능으로 유명한 영국은 사람들이 '예술적 재능이 떨어진다'라고 비웃기는 해도 문화적 강국임에 틀림없습니다. 축구, 골프와 같은 스포츠는 물론이요 대중음악과 영화 등 비교적 현대적인 문화 트렌드에서 특히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으니까요. 또 피쉬앤칩스와 장어파이로 쌓은 악명이 있기는 해도 홍차와 더불어 영국 전통 맥주집인 펍(pub)의 맥주 문화도 영국의 존재감을 세계에 퍼뜨리고 있습니다. 서머싯 몸의 소설 『인간의 굴레(Of humna bondage)』에서 주인공 … [Read more...] about 맥주와 전쟁: “이 모든 것은 맥주가 없기 때문이다”
아침이슬, 미인, 고래사냥… ‘어이없는 금지곡’의 광복절
홍난파 작곡의 '봉선화'는 일제 시대의 대표적인 금지곡이었다. 왜 금지곡이었을까.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습이 처량하다"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어언 간에 여름 가고 가을바람 솔솔 불어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의 2절이나 "북풍한설 찬 바람에 네 형체가 없어져도 평화로운 꿈을 꾸는 너의 혼은 예 있으니 화창스런 봄바람에 환생키를 바라노라"의 3절에 이르면 이 노래를 듣는 조선 사람들은 죄다 노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았고 손을 얼굴에 묻고 엉엉 울기 바쁠 수 밖에 없었다. 이 … [Read more...] about 아침이슬, 미인, 고래사냥… ‘어이없는 금지곡’의 광복절
우리 어디에서 만날까?
시간의 흐름 속, 약속장소 “노을이 나무에 걸쳐질 쯤, 네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서 만나자.” 인도의 라다크족이 ‘약속 시각과 약속장소’를 정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흥미로운 문장이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약속을 만들어 내는 대화 방식은 그들에게 아주 익숙하다. 이에 비해 현대인의 약속을 위한 대화는 편리함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상대방을 어떤 목적으로 만나 무엇을 할 것인지에 따라 이전보다 다양한 여건 및 선택지를 고려해야 하고, 그로 인해 … [Read more...] about 우리 어디에서 만날까?
내부고발자와 진정한 배신자
직업상 배신자(?)들을 종종 만난다. 배신자라 함은 그때껏 몸담아 왔던 조직이나 자신에게 일할 터전을 제공했던 개인들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그들의 배신은 미수에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진도 8 이상의 강진이 되어 여러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도 왕왕 발생하고, “그 사람이 그럴 줄 몰랐다”는 한탄과 “그놈만큼은 내 가만두지 않는다.”는 분노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내가 만난 배신자들을 존경한다. 그들의 공식적 호칭은 … [Read more...] about 내부고발자와 진정한 배신자
일제 잔재 청산은 권위주의적 문화부터
TV를 켜고 뉴스를 본다. 뭔가 새로운 것들이 보도되는 것 같다. 인터넷에 접속해 작년 뉴스를 볼까? 놀랍게도 오늘의 뉴스와 똑같다. 기념일이면 특히 심하다. 광복절에도 예외 없이 반복되는 클리셰가 있다. 각지에서 열리는 행사 스케치, 눈물 흘리는 노인들,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 매해 반복되는 쉰 떡밥에 에너지 낭비 말자는 의미에서 간단하게 이들 문제를 정리해 본다. 광복절 클리셰 짧은 정리 일본어: 노가다, 기스, 다라이, 누끼 등의 일본어를 쓰지 말자는 … [Read more...] about 일제 잔재 청산은 권위주의적 문화부터
고추장은 언제부터 비빔밥의 필수 요소가 되었을까?
옛 비빔밥에는 고추장이 필수가 아니었다 대표적인 음식/식문화 전문가들은 옛날의 비빔밥에는 고추장이 들어있지 않았다고 추정한다. 주영하 교수의 경우 ‘나물 중심으로 밥을 비빌 때는 고추장 대신 조선간장으로 맛을 냈는데 그 전통은 아직 안동의 헛제삿밥에도 남아 있으며 비빔밥에 고추장이 들어가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진주비빔밥이 그 시초로 보인다’고 했다. 당시 진주에는 우시장이 있었고 우시장 주변에서는 비빔밥에 육회를 사용했다. 이 육회의 비린 맛을 없애기 위해서 고추장을 약간 썼다는 … [Read more...] about 고추장은 언제부터 비빔밥의 필수 요소가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