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전두환 신군부가 폭탄을 장착한 전투기를 출격 대기 시켰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21일 JTBC는 “5·18 직후에 출격 대기명령이 내려졌고, 전투기에 공대지 폭탄을 장착한 채 출격을 준비했다”는 조종사들의 증언을 공개했습니다.
JTBC에 따르면 수원 비행단 외에 광주와 김해, 성남, 사천 비행장에서도 광주 출격을 준비 중이었다는 증언이 잇따랐습니다. 전투기 출격 대기는 20사단의 시내 진입이 어려워진 1980년 5월 21일 오전 10시로 헬기 투입 작전 대기 시간과 일치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JTBC의 보도 이틀 뒤인 8월 23일 특별조사를 지시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조사 지시로 발포 명령자를 찾아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두환 씨는 최근 회고록에서까지 발포명령자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두환 신군부가 민간인 지역에 폭탄을 투하하기 위해 전투기 출격 대기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로 다시금 5·18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과연 전두환 및 신군부 세력을 다시 처벌할 수 있는지 공소시효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헌재, 공소시효 정지를 규정한 5·18특별법은 합헌
1995년 검찰은 5·18 고소, 고발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이라는 불기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와 함께 공소시효를 최규하 대통령의 하야 시점인 1980년 8월 16일부터 진행되어 1995년 8월 15일에 완료되는 것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검찰의 ‘내란죄 공소시효 15년’ 계산은 억지에 불과했습니다. 통치 행위로 인한 ‘공소권 없음’이라는 엉터리 논리도 기준을 전두환이 12대 대통령에 취임한 1981년 3월 3일로 해야 옳습니다. 이럴 경우 1996년 3월 2일이 공소시효로 기소할 수 있었습니다.
공소시효 논란에 대해 헌법재판소 재판관 일부는 “내란이나 외환죄라도 재임 중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사실상 수사와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검찰의 불기소 파장 이후 12.12 및 5.18 사건의 공소시효 정지를 규정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장세동과 최세창 등은 5·18 특별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헌정질서 파괴범은 일반 형사범과 달리 공소시효 완성 이후 소추를 받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헌법에 요청할 수 없는 것”이라며 “특별법 시행일 이전에 공소시효가 완성됐다 해도 특별법은 합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독일, 30년이었던 나치범죄 공소시효 아예 폐지
1946년 제정된 헤센 주의 ‘나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시작으로 독일은 나치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정지해왔습니다. 이후 독일은 형법을 개정해 모살죄의 공소시효를 30년으로 연장했고, 1979년 아예 공소시효를 폐지해 언제든지 나치의 학살범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독일은 통일 전 동독의 범죄행위 또한 공소시효를 정지했습니다. 독일은 1963년부터 1990년까지 총 6468명에게 유대인 학살 등의 전쟁범죄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습니다.
해외에서는 집단 학살 및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가 당연한 일입니다. 국제적으로 1946년 ‘뉘렌버그 헌장’, 1993년 ‘유고슬라비아 전범재판소 규정’, 1994년 ‘르완다 전범재판소 규정’, 1998년 ‘국제상설형사재판소를 위한 규정’ 등을 통해서 집단학살 및 전쟁범죄 등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배제됐습니다.
국제법적으로 반인도적 범죄(crime against humanity)는 민간인에 대한 광범한 또는 체계적인 공격으로 범해진 살인, 말살, 노예화, 강제이주, 고문, 강제납치뿐만 아니라 정치적,인종적,종교적 이유로 인한 박해 또한 해당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국가권력 남용 범죄, 공소시효 배제해야’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가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인권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 범죄에 대해서는, 그리고 이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배상과 보상에 대해서는 민·형사 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적절하게 조정하는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민간인 학살과 사법살인,5·18, 고문치사 사망 사건 등의 공소시효 정지를 통해 처벌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도 가능하게 하자는 주장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피해당하고 고통받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해 진정한 화해를 이룰 수 있으려면,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과, 배상 또는 보상, 그리고 명예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법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발언이었지만, 당시 언론과 한나라당은 ‘위헌’이며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라며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했습니다. 결국, 청와대는 ‘형사상의 시효배제는 원칙적으로 장래에 관한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습니다.
헌정질서 파괴범죄는 공소시효 배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이후 5년이 지난 2010년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됩니다. 이 법은 ‘헌법의 존립을 해치거나 헌정질서의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를 담고 있습니다. 약칭 ‘헌정범죄시효법’에는 ‘내란의 죄’,’외환의 죄’,’반란의 죄’,’이적의 죄’,’집단살해에 해당하는 범죄’이며 이런 범죄는 형사소송법과 군사법원법에 규정된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헌정범죄시효법’을 통해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 또한 새로운 범죄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할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아직도 감추어진 진실과 증거를 어떻게 찾아내 기소하느냐입니다.
1996년 사형 선고를 받은 전두환은 1997년에 사면을 받습니다. 실제 수감 기간을 따져도 2년에 불과했습니다. (1995년 12월 3일 구속, 1997년 12월 12일 석방) 전두환 노태우가 사면되자 언론은 “죄는 밉지만, 사람까지 미워해서야 되겠습니까”라는 시민 인터뷰를 올리면서 이들을 정당화하기도 했습니다.
반인도적 범죄의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을 떠나 법 앞에서 범죄를 끝까지 처벌하겠다는 공익적인 의지입니다. 독일은 나치 범죄에 대해 범죄가 드러나면 나이와 상관없이 무거운 중형을 선고합니다. 실제로 2016년 독일은 94세의 나치 친위대원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전두환은 아직도 5·18 발포 명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만약 증거가 드러난다면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과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까지도 이루어져야 옳습니다. 5·18 범죄자에 대한 철저한 처벌은 삐뚤어진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자, 대한민국의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원문: The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