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이 글은 이승한 칼럼니스트가 쓴, 비슷한 주제의 두 개 글을 병기하여 구성한 것입니다. 0. 이것은 단지 '내 생각'이다 바라건대 이 주제로 쓰는 마지막 글이 되었으면 한다. 딱히 답글에 대답할 생각도 없고. 동의 안 하시는 분들이라면 그냥 덤덤하게 agree to disagree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이건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는 이야기이지, "내 생각이 옳고 당신의 생각은 그르다"라는 공격이 아니다. 1. 메갈리아4와 … [Read more...] about 차라리 당신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라
시사
온 몸을 가리는 수영복이 정말 국가 안보의 적일까?
프랑스의 15개 도시에서 무슬림 여성들이 입는 전신 수영복 “부르키니” 금지령이 선포됐습니다. 공공 질서와 안전이 걸린 문제라는 게 명분입니다. 칸 시청이 발표한 조례에는 “프랑스와 종교 시설이 테러리즘의 타겟이 되는 상황에서 종교를 드러내는 수영복장은 공공 질서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팔과 다리, 머리를 가리는 수영복 재질의 옷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공 질서를 위협한다는 것일까요? 프랑스 총리의 말에 따르면 이런 옷은 “여성을 구속하는” 문화의 일환입니다. 칸 … [Read more...] about 온 몸을 가리는 수영복이 정말 국가 안보의 적일까?
작업중지권, 해외사례에서 배운다
중국: 대피와 작업중지의 구분 중국 안전생산법 52조는 ‘신체안전에 직접 위험을 미치는 긴급상황을 발견한 경우’ 작업을 멈추거나, 작업장소를 이탈하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우리 산업안전보건법 26조의 작업중지권과 유사한 최소한의 대피권이다. 그런데 안전생산법 51조는 이와 별도로 “종사자는 규칙에 어긋나는 지휘와 위험작업을 강제적으로 명령하는 경우에는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중국 안전생산법과 비교하면 지금 우리의 주장은 ‘긴급대피권’이라도 제대로 보장하라는 수준이다. … [Read more...] about 작업중지권, 해외사례에서 배운다
우리는 더이상 이순신의 후예가 아니다
국가 기간산업을 포기한 사람들 최근 한진해운 사태를 바라보며, 정말 꼭지가 돌아버릴것만 같다. 산업은행 이동걸과 금융위원회 임종룡 등이 금융논리와 보신주의로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을 포기했다. 본인들이 얼마나 엄청난 무식한 결정을 내렸는지 인식은 하고나 있는지. 조금만 해운업에 대한 관심이 있어도, 해운물류의 핵심은 제조업 같은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닌 물류 네트워크라는걸 알 수 있다. 곧, 파는게 아니다. 그러다보니 세계 시황에 따라 등락폭이 매우 크다. 이건 회사 잘못이라기 … [Read more...] about 우리는 더이상 이순신의 후예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페미니스트’이다
1. 나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좌파' '진보성향' 이런 식으로 규정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 나와 사람들이 생각하는 해당 단어의 무게가 다를 수도 있고, 실제로 여러 상황에서 다면적이고 모순적인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 과연 내가 그러한 존재가 맞느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또 내가 스스로를 어떻다고 규정하게 될 경우 원하든 원치 않든 해당 집단의 이미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또한 부담스럽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페미니스트이다. 많은 부족한 … [Read more...] about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페미니스트’이다
경제위기와 여성혐오
여성을 배제하면 실업률이 낮아진다 나찌가 독일의 실업 문제를 해결한 방식 중의 하나는 여성의 노동시장으로부터의 배제였다. 일례로, 나찌 정당의 공식 강령이 여성은 당의 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히틀러 집권 이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여성 전문직을 배제하고 이들이 집에 머물며 어머니와 아내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정책적으로 강제했다. 문제는, 이 방식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여성이 전혀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을 때보다 여성의 일부가 노동시장에 참여할 때는 전체 가구의 … [Read more...] about 경제위기와 여성혐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하여 : 팽목항에서 쓰다
잔인함이 존엄성을 삼켜 버린 현장 2015년 9월 24일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화순공공도서관에서 강연기회가 있어서 목포를 거쳐 진도항을 방문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팽목항은 수많은 사람으로 붐볐을 것입니다. 이제는 찾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잊히고 있습니다. 나는 2009년 1월 20일 새벽녘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의 남일당 건물 옥상 망루에서 집단으로 농성하던 철거민들이 화염 속에 사라져갈 때 인간의 존엄성도 사라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때 블로그에 … [Read more...] about 인간의 존엄성에 대하여 : 팽목항에서 쓰다
우리에겐 인민재판장이 아니라 공론장이 필요하다
폭로가 일어나는 때 최근 인터넷 상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폭로가 터진다. 데이트 폭력, 단체 채팅방에서의 성희롱, 임금체불 등. 모종의 폭로가 터질 때마다 꼭 따라붙는 말이 있다. 바로, ‘공론화’다. 이를테면, 폭로라는 지점을 선택하는 이유는 대개 은폐되어 있는 어떤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 탓인지, 뭔가를 공공에 폭로하는 것이 그 자체로 ‘공론화’라고 여겨지는 착시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폭로가 곧 공론화라는 등식은 참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 [Read more...] about 우리에겐 인민재판장이 아니라 공론장이 필요하다
김종인, “야권 주류”, 그리고 정당의 역량
1. 호오를 떠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그런 점에서 8월 10일 시사인 천관율 기자가 수행한 인터뷰는 먼저 그 길이에서 눈여겨볼만한 자료에 속한다. 물론 이 인터뷰의 포인트는 나를 포함해 많은 애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시사인 천관율 기자가 설정한 명확한 주제, 즉 김종인이 상정하는 '정치세력의 통치 모델'이 어떤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첫 질문은 "야당에 없던 리더 유형이다"로 시작하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 [Read more...] about 김종인, “야권 주류”, 그리고 정당의 역량
허핑턴포스트 인터뷰 유감
자연은 절대선, 인간은 절대악? 미야자키 하야오의 1997년 작품 '원령공주'에는 20년이 흐른 2016년의 시선으로도 감탄을 금치 못할 장면들이 거듭 등장한다. 여성이 노동자로 활약하며 당당히 발화하고 심지어 맨스플레인의 전형인 '노동에 대한 조언'까지 발언한다. 문둥병 환자들 역시 사회의 타자가 아니라 주체로써 노동에 참여하고 복지의 혜택을 받는 모습은 고대사회가 배경인 작품에서나 현대사회에 비춰봐서나 경이로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의 흔한 착각은 '원령공주'가 자연을 … [Read more...] about 허핑턴포스트 인터뷰 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