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간산업을 포기한 사람들
최근 한진해운 사태를 바라보며, 정말 꼭지가 돌아버릴것만 같다. 산업은행 이동걸과 금융위원회 임종룡 등이 금융논리와 보신주의로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을 포기했다. 본인들이 얼마나 엄청난 무식한 결정을 내렸는지 인식은 하고나 있는지.
조금만 해운업에 대한 관심이 있어도, 해운물류의 핵심은 제조업 같은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닌 물류 네트워크라는걸 알 수 있다. 곧, 파는게 아니다. 그러다보니 세계 시황에 따라 등락폭이 매우 크다. 이건 회사 잘못이라기 보단, 원래 산업의 특성이다.
운동을 예로 들면 금융업이 간지나는 등근육, 자동차 전자 등 제조업이 섹시한 복근이라면 해운업은 코어근육을 담당한다. 수출의 대부분이 비행기가 아닌 배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괜히 국가기간산업이 아니다. 그렇기에 중국 스웨덴 독일 일본 등 해운강국은 자국해운사가 어려울 때 어떻게든 회생시켰다.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해운업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무역강국일수록 해운경쟁력을 중시한다.
시장논리를 적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
금융논리로 보면 머스크나 MSC같은 세계 1, 2위 해운사도 이미 세계시장에서 퇴출됐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천문학적인 돈을 대주고, 해운펀드를 조성했으며, 정부가 지급보증을 먼저 섰다. 머리에 총 맞은 게 아니라, 그만큼 국가기간산업인 해운업의 중요성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세계를 대상으로 영업을 뛰고, 각 나라와 개별적으로 물류를 구축하고, 모든 법적 문제를 검토하고, 외국 해운사와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가 새 노선을 개척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일개기업이 아닌 나라의 귀중한 자산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먹고사는 대표적인 나라다. 위에 북한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섬나라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국가 부의 70% 이상이 수출에서 나오는 수출중심형 국가다.
안타깝고 또 안타까운
이런 나라에서 금융논리 가지고 국내1위 세계7위 해운사를 날렸다. 세계흐름과 명백히 반대로 갔다. 무엇을 얻었나. 부실기업에는 자금을 댈 수 없다는 일관성? 그렇다면 대우조선에는 왜 5조원 가까운 공적자금을 투입했나.
내가 중국인이라면 춤을 출 일이다. 가뜩이나 상하이항을 키우려 애를 쓰고 있는데,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부산항을 알아서 몰락시켜 줬다. 아마 축하난이라도 보내고 싶을 거다. 이번 추석때 시진핑 명의로 다과세트를 받으면 그런 건줄 알아라.
더구나 우리나라는 아직 분단국가다. 전쟁이나 유사시에는 군함이 아닌 해운사의 배를 가지고 물자를 이동시켜야 한다. 전쟁났을 때 중국배나 일본배로 물자를 옮길래?? 이런 나라에서 국내 1위 세계 7위 국적 해운사를 날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성) 보수를 칭하면서 안보에 대한 고민도 없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한진해운의 알짜자산을 현대상선이 개별매입하면 된다”고. 참 여러모로 기가 찬다. 그 발언이 세계 해운업에 미칠 영향과 앞으로 한진해운을 관장하는 법원까지 무시했다.
이게 무슨 제조업 합병인줄 아나본데, 앞서 말했듯이 해운업의 핵심은 네트워크다. 한진해운의 네트워크는 한진꺼지 현대상선께 아니다. 매입할 능력도 안될뿐더러, 한진 손을 떠나는 순간 이 네트워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2~5위 해운사를 합쳐도 한진해운보다 규모가 작다. 한진해운만한 글로벌선사를 다시금 키우는건 적어도 우리 세대가 살아있을땐 불가능할 것이다. 그동안 외국선사는 노나?
얻은 건 금융관료 본인의 면피요, 잃은 건 수출국가의 손발과 미래 그 자체다. 하긴 을사조약 때도 면피와 보신주의에 입각해 나라의 미래를 판 사람이 있었지. 우리가 충무공의 후예라는 족구같은 소리는 이제 그만하자.
원문: 원요환 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