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를 리뷰하는 건 마치 셰익스피어의 햄릿, 미켈란젤로의 시스틴 성당 그림에 관해서 이야기하겠다는 것만큼이나 부질없게 느껴진다. 뛰어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누구나 다 한마디씩 했고, 훌륭한 리뷰가 넘쳐나는데 나도 한마디… 해봤자 허접스러운 한 줄을 더하는 것 같은 기분. 그럼에도 〈아이리시맨(The Irishman)〉은 뭐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욕심이 나게 하는 그런 작품이다. 거장 스코세이지 감독이, 최근에 다시 주목받는 지미 … [Read more...] about 〈아이리시맨〉, 거장이 체화한 회화 전통을 영상으로 구현한 역작
문화
커피는 마시고 싶은데 밖에 나가기 춥다면, 지하철역 내부 카페 4
카페로 출근하는 월요일. 비가 내리는 날에는 커피의 향이 짙어진다는 사실을 하늘도 아는 걸까?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가 커피잔을 들 시간임을 알려준다. 문제는… 오직 문제는 내 손에 우산이 없다는 것뿐이다. 뭐야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날씨가 괜찮았잖아. 이대로 나갔다간 100% 감기다. 커피콩을 볶는 냄새는 분명 나는데 나갈 수가 없다니. 그때 한 남자가 쭈뼛쭈뼛 다가오며 말을 건넨다. 촉이 왔다. 이놈의 유명세. 마시즘 독자셨구나. 그는 말한다. 닌텐도 스위치 미개봉 사러 오신 … [Read more...] about 커피는 마시고 싶은데 밖에 나가기 춥다면, 지하철역 내부 카페 4
너무 재미있어서 번역해야만 했던 도시 괴담 3편
이전 인터넷 도시 괴담 포스팅에서 영어권 인터넷에서 크리피파스타(Creepypasta)라고 일컬어지는 괴담을 다룬 바 있습니다. 전에 소개한 '슬렌더맨(Slenderman)' 같은 경우는 어떠한 하나의 괴담이라기보다는 대체 현실 게임(Alternate Reality Game, ARG)이라고 하는 인터넷 게임의 소재에 더 가깝습니다. ARG는 누군가 현실 세계에서 어떤 가상의 상황을 가정한 후 다른 유저들이 그것에 상상을 덧붙여나가는 놀이인데요, 그 형식도 예를 들어 리플을 다는 등의 정해진 … [Read more...] about 너무 재미있어서 번역해야만 했던 도시 괴담 3편
‘오케이 부머’는 무엇인가? 누구인가?
20세기 말에 태어나 2000년이 됐을 때 청소년이거나 어린이였던 세대를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2000년 이후 태어나 지금 청소년이거나 어린이인 세대를 Z세대(Generation Z)라고 부르죠. (물론 세대가 어느 한 시점을 기준으로 칼로 두부 자르듯 명확하게 나뉘는 건 아닙니다. 기준은 조금씩 다릅니다.) 그런데 최근 Z세대부터 밀레니얼을 아우르는 어린/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OK, Boomer. OK는 말 그대로 알았다는 뜻이고, … [Read more...] about ‘오케이 부머’는 무엇인가? 누구인가?
고급 취향인가 치약인가, 민초단의 뿌리를 찾아서
지금 거리에는 민초의 난이 벌어진다 민초의 난. 그렇다. 민트초코(줄여서 민초)의 대반격이 펼쳐진 것이다. 그동안 배스킨라빈스에서 초록색 아이스크림을 고르면 “너 그런 걸 먹어?”라며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민밍아웃’을 한다. 그래 나 민트초코 처돌이야. 심지어 민트초코에 충성하는 사람들을 모아 ‘민초단’을 만들었다. 민초단들은 어느 연예인 못지않은 팬덤을 가졌다. 아니 그들은 연예인과 공인,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가상 인물까지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자와 아닌 자를 … [Read more...] about 고급 취향인가 치약인가, 민초단의 뿌리를 찾아서
사랑이 필요할 땐, 리처드 커티스
리처드 커티스만큼 로맨틱 코미디 장르 그 자체인 감독이 또 있을까 싶다. 〈네 번의 결혼과 한 번의 장례식〉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한 번쯤 봤거나 보지는 않았어도 들어는 봤을 영화들의 각본으로 큰 명성을 얻은 커티스는 유독 한국 관객에게 사랑받는 감독이기도 하다. 사랑을 쓰다 11살부터 영국에 살았던 커티스는 옥스퍼드 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블랙애더〉 〈미스터 빈〉 등 영국 코미디 드라마의 각본 작업에 참여하며 초기 커리어를 쌓았다. 될성부른 나무는 … [Read more...] about 사랑이 필요할 땐, 리처드 커티스
안 그래도 짜증 나 죽겠는데 참선이나 해볼까?
한 서방, 참선 한 번 해보게 지방에 살다 보니 서울에 볼일이 있으면 영등포에 있는 처가에서 묵는다. 볼 일이라고 했지만 마무리는 항상 술이다 보니 새벽에 들어가기 일쑤다. 지금은 적응이 됐지만 처음에 처가 아파트 비밀번호를 조심스럽게 누르고 들어가다 깜짝 놀란 적도 많았다. 컴컴한 어둠 속에 장인어른께서 가부좌를 튼 채 꿈쩍도 않고 앉아 계셨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두 분 다 주무시고 계실 거라 생각했던 나는 깜짝 놀라 면구스러운 표정으로 인사를 했지만 아버님께서는 미동도 없으셨다. … [Read more...] about 안 그래도 짜증 나 죽겠는데 참선이나 해볼까?
나는 의도적인 편식을 한다
모닝콜이 울리고, 눈을 뜨자마자 우리는 먹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끼 우리의 배꼽시계는 늘 비슷한 시간에 울린다. 생존을 위해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에너지를 얻기도 하고, 다양한 미각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 음식을 먹기도 한다. 그만큼 먹는다는 것은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행위이며, 먹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먹는다고도 할 수 있다. 나도 먹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특히 편식을 잘하지 않고 … [Read more...] about 나는 의도적인 편식을 한다
아이유 콘서트: 슬픈 위로로 가득했던 앙코르
11월 24일 앵콜과 앵앵콜 사이에 SNS로 그 소식을 접했다. 근처 관객들의 표정을 살피니 양쪽으로 나뉘었다. 소식을 모른 채 마냥 설렌 마음으로 기다리는 사람, 깜짝 놀라서 ‘어떡해’ 하는 마음으로 걱정하는 사람. 아이유는 관객이 합창하는 ‘밤편지’에 맞춰 다시 무대에 올랐다. 심상치 않은 얼굴을 하고서. 한국 막콘 앵앵콜에 걸맞은 후련함이나 즐거움은 조금도 없었다. 소식을 들은 것이다. 아이유는 공연 내내 이렇게 말했다. 오늘 관객분들 정말 너~무 좋다, 요 몇 달간 힘든 일이 많았다, … [Read more...] about 아이유 콘서트: 슬픈 위로로 가득했던 앙코르
〈겨울왕국〉의 엘사가 관계에 대하여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겨울왕국〉(2013)을 해석하는 방법은 참 많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이 영화가 항상 회피형 애착을 가진 사람의 속마음을 탁월하게 그려낸 영화로 비쳤습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애착유형을 갖습니다. 애착유형이란 부모, 연인, 친구 등 타인과 정서를 교류하는 방식을 뜻해요. 대개 생후 12개월 안에 결정되며, 양육자와의 관계에 큰 영향을 받죠. 애착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바로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입니다. 이 중 회피형은 연애할 때나 다른 친밀한 … [Read more...] about 〈겨울왕국〉의 엘사가 관계에 대하여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