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의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문영의 아버지(이얼 분)는 오랫동안 치매를 앓으며 정신병원에 입원되어 있지만 고문영(서예지 분)은 그를 한 번도 찾아가지 않는다. 보다 못한 병원장이 '아버지 산책시키기'를 처방할 정도지만 문영은 아버지를 절대 산책시키지 않는다. 드라마는 이런 문영의 행동을 판단의 시각에서 재단하지 않는다. 대신 문영의 과거를 밝힘으로써 문영이 그럴 수밖에 없는 맥락을 밝힌다. 문영의 아버지는 12살의 어린 고문영에게 폭력을 가한 적이 있다. … [Read more...] about 가족,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사이코지만 괜찮아〉
문화
도서정가제 시행 후 ‘서점’에서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서점에서 책을 살 일이 거의 없었다. 대학생이던 때, 내가 샀던 책이 천 권은 넘는데, 거의 중고 책이거나 온라인 서점에서 산 책들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일반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의 책값 차이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났기 때문이다. 특히 한 온라인 서점은 통신사 할인으로 최소 50% 이상 할인된 책을 구매할 수 있었고, 적립금까지 합치면 80–90% 할인된 책을 살 수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니 서점에 가서 책을 구경하더라도, 제목만 … [Read more...] about 도서정가제 시행 후 ‘서점’에서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채드윅 보즈먼을 추모하며: 그의 흑인영화 다시 읽기
어느 비 오는 날, 영화배우 채드윅 보즈먼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사망 소식을 믿을 수 없어 자꾸만 검색을 해보다가, 그의 죽음이 돌이킬 수 없는 사실임에 허망해하다가, 이윽고 최근 그의 외모가 날이 갈수록 수척해졌음이 떠올랐다. 그는 세상에 알리지 않은 채 자신만의 싸움을 하며 영화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며칠간 다시 볼 수 없는 채드윅을 그의 영화를 통해 다시 만났다. 채드윅의 필모그래피는 흑인 인권의 고민을 담은 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세상에 나온 순서대로 인종차별 … [Read more...] about 채드윅 보즈먼을 추모하며: 그의 흑인영화 다시 읽기
‘비대면’이 아니라 굳이 ‘언택트’를 써야 할까?
며칠 전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이 ‘언택트(untact)’를 소재로 써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공감하며 읽었다. 코로나19 시대에 정체불명의 말들이 오용되거나 남용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꼬집는 글이었다. ‘언택트’를 아는가. 영어 문자 속이 조금 있는 사람이라면 ‘접촉’이나 ‘대면’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을 나타내는 영어 접두어 ‘un-’을 붙여 ‘비접촉’, ‘비대면’을 나타내기 위해 만든 단어라는 걸 눈치챌 것이다. 언택트는 2017년에 우리나라에서 비대면 기술을 … [Read more...] about ‘비대면’이 아니라 굳이 ‘언택트’를 써야 할까?
KOREA BOO를 아시나요?: 친절함과 사랑을 가정한 인종차별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프랑스 몽펠리에에 산 지도 어언 3개월 반이 되었을 무렵, 희한한 인간 군상을 참 많이 만났다. 미친놈 보존 법칙은 어디나 적용된다고 한국에도 미친 자들이 있는 만큼 프랑스에도 정신세계가 특이한 사람들이 참 많다. 한국에서는 1년 동안 만났을 미친놈들을 외국에서는 일주일 만에 다 섭렵할 수 있으니 한국보다 외국에 오히려 더 많을지도. 각설하고, 외국 생활을 하면서 나를 가장 환장하게 한 사람은 길에서 대뜸 니하오라고 소리치거나 벤치에 앉아있는데 니하오 곤니찌와^^ 하면서 … [Read more...] about KOREA BOO를 아시나요?: 친절함과 사랑을 가정한 인종차별
미국 서부에서 진행 중인 사상 최악의 산불
지금 미국 서부에서 진행 중인 사상 최악의 산불(wildfire)은 그 지역에 우기가 시작되기까지 앞으로 두 달 동안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도 끔찍한데 이게 당분간 계속될 걸 생각하면 정말 무서운 일이다. 더 암담한 건 앞으로 매년 이 기록이 깨질 거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왜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이렇게 산불이 빈번한 지역에 집을 지을까? 오늘 들은 팟캐스트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캘리포니아는 주택난이 심각하다. 계속해서 집을 공급해야 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이 빈 땅을 … [Read more...] about 미국 서부에서 진행 중인 사상 최악의 산불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SNS 인간관계에 빗대어 보았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처세술의 바이블로 여겨진다. 인간관계 해법을 다룬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넘어서는 책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만큼 인간관계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책이다. 카네기가 이 책을 저술할 당시에는 당연히 오프라인 인간관계를 염두에 두고 썼을 것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오프라인 인간관계 못지않게 온라인 인간관계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더 많아졌다. 그래서 카네기 … [Read more...] about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SNS 인간관계에 빗대어 보았다
천천히 굴러가도 결국은 스트라이크
거의 1년 만에 간 토요일의 강남역은 변함없었다. 싱그러운 청춘들로 넘쳐났고, 무질서로 정신없었다. 저녁을 먹은 후, ‘소화시키자’라는 핑계로 우르르 볼링장으로 몰려갔다. 마스크로 중무장한 채. 얼마만의 볼링장인가? 21세기가 막 시작하던 무렵, 처음 가본 이후 내 인생에서 두 번째 가는 볼링장이었다. 아마 그때쯤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있다면, 지금은 아마 나와 볼링을 칠 만큼 자라지 않았을까? 주섬주섬 볼링화로 갈아 신고 배정받은 레인에 자리 잡았다. 편을 가르고 보니 자신의 볼이 … [Read more...] about 천천히 굴러가도 결국은 스트라이크
“네 딸도 당해봐야 정신 차리겠느냐?”
※ 손정우 미국 송환을 불허한 강영수 판사에 대한 기사문에 “니 딸도 당해봐야 정신 차리겠느냐?”는 비난 댓글이 많습니다. 다른 성범죄 기사문에도 그런 댓글이 많이 보입니다. 분노는 정당하지만 그런 방식의 분노 표출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제가 전에 쓴 글을 재업합니다. 성범죄 기사에 끔찍한 댓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너 딸도 똑같이 당해라! 저놈 마누라도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 기사 댓글뿐 아니라 실제로 저런 말을 나름 정의롭게 하시는 분들을 종종 … [Read more...] about “네 딸도 당해봐야 정신 차리겠느냐?”
삼킨 말들은 어디로 갈까?
내일 아침에도 나는 밤사이 삼켰던 한 웅큼의 말들과 함께 일어나겠지. 내 안의 말들이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그렇게 삼킨 말들이 무엇으로도 남지 않고 흘러가주기를. 원문: 서늘한여름밤의 블로그 … [Read more...] about 삼킨 말들은 어디로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