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 서부에서 진행 중인 사상 최악의 산불(wildfire)은 그 지역에 우기가 시작되기까지 앞으로 두 달 동안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도 끔찍한데 이게 당분간 계속될 걸 생각하면 정말 무서운 일이다. 더 암담한 건 앞으로 매년 이 기록이 깨질 거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왜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이렇게 산불이 빈번한 지역에 집을 지을까? 오늘 들은 팟캐스트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캘리포니아는 주택난이 심각하다. 계속해서 집을 공급해야 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이 빈 땅을 개발하는 거다. 게다가 주택공급이 늦어지면 각 도시가 주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도 삭감되니 열심히 지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할 경우 자꾸 자연을 침해해 들어가는데, 주택가와 자연이 만나는 지역은 산불의 위험이 크고, 산불이 날 경우 재산과 인명 피해도 커진다. (이건 큰 틀에서 보면 중국에서 전염병이 빈번한 것과도 비슷하다. 인류의 생활환경이 넓어지면서 자연과 접촉이 발생하는데, 결국 이럴 때 문제가 생긴다).
산불이 빈번한 지역에서 불에 탄 동네를 재건하는 건 미련한 짓이다. 또 불이 날 것이기 때문. 하지만 집은 주민의 재산이다. 게다가 화재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타면 다시 짓는다.
또한 자연재해로 입은 피해는 바로 원상복구하는 게 미국인들이 ‘굳건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따라서 여기가 몇 년 후 불에 탄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일단 짓고 본다. 물론 이건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그런데 복구 비용은 보험사와 국가에서 부담한다. 그 돈은 공짜가 아니다. 그러니 타고, 짓고를 반복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하지만 어떤 정치인도 주민의 재산권을 포기하게 할 수 없다.
하지만 정치인이 못 하는 일을 시장(market)이 한다. 보험사들이 이제 이 지역은 너무 위험하니 보험상품을 팔지 않겠다고 한 거다. 화재보험을 살 수 없는 지역에서 집을 살 사람은 없다. 그러면 그 부동산의 가격은 폭락하는 거고, 사람들은 자산을 잃고, 점점 그 지역을 떠나게 된다. 개인적, 단기적으로는 비극이지만, 사회적, 장기적으로는 이게 답이다.
그러자 정치가 개입했다. 보험사가 화재위험 지역에서 계약을 취소하기로 하니 주민들이 반발했고,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개입해서 1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갖게 했다. 그게 작년이다. 그리고 올해 다시 대형산불의 신기록이 깨진 거다.
이제 보험사들은 이런 곳에서 매년 기록적인 보험금을 퍼주다가는 망하게 되었고, 이제는 정말로 이 시장을 나가려고 한다. 지금 캘리포니아가 바로 이 상황에 직면했다. 정치, 경제적으로 유례없는 심각한 위기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이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기후변화로 저지대 침수지역을 비롯해, (점점 강력해지는) 허리케인 영향권, 산불 빈발지역 등 세계 곳곳이 사람이 살기 힘든 지역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결국 사람들은 이주를 해야 한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에서 보듯, 여기에는 유권자들의 재산이 묶여있고, 그들의 표가 필요한 정치인들은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캘리포니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캘리포니아는 곧 전 세계에 확산될 하나의 현상을 먼저 겪는 것뿐이다. 막연한 미래의 일인 줄 알았던 기후위기는 이제 이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