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에서 항공기를 띄우는 것 자체는 1920~1940년대에도 그다지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이 시기는 이제 막 레이더에 관한 기초 개념이 완성되어가던 시점이었다. 아직까지 레이더를 사용한 화력통제는 미성숙한 단계였다. 때문에 감시수단을 어떤 식으로든 확보하는 것은 중요했고, 규모가 좀 되는 함선에서 간단한 관측용 정찰기를 한두대 운용하는 것은 일종의 유행이었다. 영국과 프랑스에도 그런 결과물이 있었다. 영국 해군이 원래 만들려던 것은 전함급의 주포를 가진(당시 분위기는 거함거포주의의 … [Read more...] about 20세기초 삽질 병기 열전 (2) 잠수항모
문화
그 많던 오렌지족은 어디로 갔을까
1994년 5월, 신문을 펼친 사람들은 너무도 끔찍한 뉴스에 눈을 감고 말았다. 멀쩡한 청년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수십 군데 난자해서 살해하고 불까지 지르는 엽기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마흔 줄에 접어든 사람이라면 아마 그 범인의 이름도 어렴풋이 기억날 것이다. 박한상. 이 사건은 후일 조폭 경찰 설경구와 사이코패스 살인마 이성재의 대결을 그린 영화 <공공의 적> 모티브가 된다. 유산을 노려 부모를 수십 번 찔러 죽인 것이 같고 부모의 죽음이 알려진 뒤 크게 슬퍼하며 경찰의 눈을 … [Read more...] about 그 많던 오렌지족은 어디로 갔을까
지터와 세이버매트릭스
이 글은 2014년 9월에 작성되었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저는 데릭 지터(40·뉴욕 양키스)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과대평가 받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은퇴 때처럼 '적장에게 건네는 편지' 같은 걸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은 건 그런 까닭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매력적인 선수라고 믿고 있기도 합니다. 지터가 아니라면 누가 이렇게 극적으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까요? 양키스타디움 마지막 타석은 끝내기 안타 25일(이하 … [Read more...] about 지터와 세이버매트릭스
해외의 친구 집으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몇 가지 조언
전 세계 이름난 대도시 근처에 사는 한인들은 한국의 휴가철이 다가오면 바빠진다. 특히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이들의 방학 때가 다가오면 더욱 그렇다. 여름 휴가나 아이들 단기 어학연수를 미국에서 보내려는 지인 및 친척들의 요청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인 커뮤니티는 한국의 방학철과 휴가철이 끝나고 나면 푸념 섞인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해외의 친구 집으로 방문하는 일정을 가진 분들, 혹은 향후에 계획 중인 사람들을 위해 서로가 껄끄러워지지 않기 위한 몇 가지 배려를 이야기 … [Read more...] about 해외의 친구 집으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몇 가지 조언
얽매이지 않고 창작하고 싶다 – 일러스트레이터 김이나 인터뷰
이 글은 2014년 4월에 작성되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빅토리아풍의 아담한 집들이 차가운 바닷바람이 시려운 듯 다닥다닥 붙어있는 매력적인 언덕의 도시. 그 안에 ‘Japan Town’이라는, 동양의 느낌을 미 서부 도시에 한 방울 떨어뜨려 놓은 듯한 독특한 느낌을 풍기는 곳에 김이나 작가의 공방이 있었습니다. 마을이 풍기는 독특함처럼 조금은 특이하고 재미있게 세상을 그려내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이나님을 만나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이나님. 간단한 자기소개와 … [Read more...] about 얽매이지 않고 창작하고 싶다 – 일러스트레이터 김이나 인터뷰
인생은 경주가 아니다
미국대학에 유학을 와서 박사과정에 있을 때는, 얼마나 좋은 논문을 많이 쓰는가가 항상 관심사이고 걱정거리였다. 그 때 비슷한 시기에 다른 대학으로 유학을 간 친구가, 어느 유명 학회지에 몇 편의 논문을 썼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소식이 충격적이어서 같은 박사과정에 있던 재미교포 친구에게 그 얘기를 해 주었더니, 재미교포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Come on! Life is not a race." 아무래도 한국 사정을 잘 알고, 한국인의 특성을 잘 아는 재미교포 친구이기에 이 답변과 함께 한국 … [Read more...] about 인생은 경주가 아니다
독일에 부는 친환경, 채식주의 열풍
2013년 여름, 여행이 아니라 ‘살려고’ 처음으로 독일 땅에 발을 디뎠다. 여행으로 왔을 때는 알아 듣지도 못하는 독일어, 베를린의 우중충한 날씨와 더러운 지하철 역까지도 모두 낭만적이고 이국적인 풍경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나라에 살러 온다니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고, 새로운 독일 문화는 마냥 신기한 것이 아닌 걱정거리이자 두려움이 되었다. 독일어로 “통합은 위장을 통해 이뤄진다(Integration geht durch den Magen).”는 속담이 있다. 이는 한국에서 ‘밥 … [Read more...] about 독일에 부는 친환경, 채식주의 열풍
밀덕을 위한 레미제라블
이미 알려져 있는 바입니다만, 레미제라블은 헐리우드 영화가 아니라 영국 영화입니다. 그리고 원작 뮤지컬도 브로드웨이 원작이 아니라 영국 것이고요. 그래서 출연진들 대부분도 영국인들이고, 촬영지도 영국 런던입니다. 가령 'Look down - Paris' 부분에서 가브로슈가 왠 부자집 마차 창문에 올라가서 'How do you do, my name is Gavroche' 하고 노래를 하는 장면에서, 가사 내용 중에 'What the hell' 이라고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 [Read more...] about 밀덕을 위한 레미제라블
전통의 명가
전통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1. 많은 경우, 야구 팬이 된다는 것은 곧 좋아하는 야구 팀이나 감독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슷한 의미에서, 밀리터리 취향을 가진다는 것은 대체로 좋아하는 팀(군사조직)과 감독(지휘관) 등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야구의 강팀들이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는 것은 밀리터리 팬들에게도 적용된다. 이 바닥에서 명문 팀은 대개 세계 최강인 미군이나 화려한 전적을 가진 독일군이고, 그네들의 무기나 작전은 … [Read more...] about 전통의 명가
노출이 아니라 퀴어가 싫은 거겠지
난 동성결혼에 반대하던 사람이다. 아내와 미드 ‘러브 바이츠’를 보던 중 게이커플의 프로포즈와 결혼을 다룬 장면이 나오자 '저건 좀…'이라며 고개를 돌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연치 않게 성 소수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에 다니며 인턴십을 하게 되었고, 덕분에 동성애자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이를 계기로 전엔 관심이 없던 혹은 막연히 나쁘단 선입견을 갖고 있던 동성애에 호기심을 갖고 진지하게 공부했다. 동성애에 관한 미국 여러 교단들의 입장을 접하고 퀴어신학자들의 주장에도 귀를 … [Read more...] about 노출이 아니라 퀴어가 싫은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