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都市) │ 명사 일정한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 위는 도시에 대한 사전적 정의이다. 얼핏 보면 의미 한 번 참 깔끔한데 곱씹어서 한 번만 더 보면 뭐 이렇게 총체적이고 와 닿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는 문장이 더욱 그렇다.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이유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도시는 곧 사람이 사는 곳이며, 지속적인 시간의 흐름의 선상 위에 놓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면 사람마다 도시라는 … [Read more...] about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건축가 이경훈 교수를 만나다
문화
‘문라이트’ 달빛 소나타 같은 어떤 사랑
‘문라이트’는 따지고 보면 (첫)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샤이론과 그의 유일한 친구 케빈. 어느 날 달빛 푸른 바닷가에서 여느 때처럼 장난치고 소소한 대화를 나눈다. 약 기운 때문일까. 둘은 평소에 느끼지 못한 감정에 젖고 순간 선(?)을 넘는다. 그것은 충동이었을까? 장난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기댈 곳 없고, 갈 곳 없는 사춘기 두 소년이 서로에게 건넨 잠깐의 위로였을까? 그날 밤 샤이론은 케빈에게 쓸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난 너무 많이 울어서 어쩔 땐 눈물로 … [Read more...] about ‘문라이트’ 달빛 소나타 같은 어떤 사랑
나무위키 평가에 대한 평가
최근 연합뉴스의 나무위키 기사 “나무위키 10년…유머로 키운 ‘잡학다식’의 숲”에 코멘트로 응한 것의 풀 버전. 기사 본문에 다른 분들의 멘트와 기초 사실 등 다양한 것들이 잘 정리되어 있으니 그쪽을 먼저 추천하지만, 이쪽은 내 견해만 펼친 것. 1. 나무위키 발전 과정 관련 위키피디아는 초기부터 공동창안자인 래리 생어가 “사전”이라는 모델을 상정해서 몇 가지 핵심 규칙을 두었는데, 예를 들어 이런 거죠. NPOV: 자체적인 시점을 두지 않음 … [Read more...] about 나무위키 평가에 대한 평가
막장드라마와 ‘박사모’를 보며
막장 드라마의 세계 막장드라마란 어떤 드라마인가? 어떤 사람들은 등장인물들이 윤리적으로 엉망인 행동을 하는 드라마를 가르켜서 막장드라마라고 부른다. 이 드라마에는 계속 반복되는 특징들이 있다. 기억상실, 출생의 비밀, 신분 차이가 있는 사람들이 만나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그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정의해 보자. 막장드라마가 윤리적으로 엉망인 행동을 하는 드라마인 것은 맞다. 식상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를 이렇게만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윤리적으로 … [Read more...] about 막장드라마와 ‘박사모’를 보며
1만권 독서법
이 책이 제시하는 독서법은 파격적이며 무례하다. 책 제목을 보자마자 약간의 불쾌함을 느꼈음에도 굳이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쌌기 때문이다. 다독의 함정은 책의 내용보다 숫자에 집중하게 만들고, 나의 책 읽기를 흐트려뜨렸다. 그래서 나는 매년 해오던 "올해 몇 권의 책을 읽었나"하는 숫자 세기를 작년부터 그만두었다. 대신 책을 선택할 때 좀 더 신중하도록 노력했다. 나에게 '입력'되는 책의 선택 기준을 높여 저품질의 책을 걸러낸 후, 정독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은 문장을 씹어 … [Read more...] about 1만권 독서법
’콩: 스컬 아일랜드’ 몬스터버스로 돌아온 킹콩
너무 커서 슬픈 짐승, 킹콩이 돌아왔다. 그동안 몇 차례 리메이크된 적 있던 ‘킹콩’이지만 이번에 개봉한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는 차원이 다르다. 일회성 컴백이 아니라 마블 유니버스처럼 여러 몬스터들을 한데 묶는 '몬스터버스'의 한 축으로 기획된 것이다. 미국의 레전더리 픽처스와 워너 브라더스, 일본의 고지라로 유명한 도호 영화사는 몬스터버스를 위해 뭉쳐 앞으로 괴수 영화를 꾸준히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콩'의 차별화 포인트는? 84년 전 탄생한 킹콩이 여전히 … [Read more...] about ’콩: 스컬 아일랜드’ 몬스터버스로 돌아온 킹콩
“한국인들은 탄핵을 기념해 치킨을 먹는다”
3월 10일 박근혜가 파면되었다. 많은 사람이 이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잔치국수’나 ‘닭 요리’ 등을 먹었는데, 이 풍경이 외국 사람들에게는 독특하게 보였던 모양. 가디언(The Guardian) 지가 왜 한국 사람들이 대통령의 탄핵을 축하하며 이런 요리들을 먹고 있는지에 관한 기사 ‘South Koreans feel like chicken tonight after president's removal’을 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재미있는 기사라 주말을 맞아 소개한다. 사실 … [Read more...] about “한국인들은 탄핵을 기념해 치킨을 먹는다”
읽기와 쓰기는 한 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한글 맞춤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아, 이런 질문은 좀 공허하긴 해요. 현실적으로 묻자면,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글로 써서 표현할 능력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이 질문이라면 대략 감이 잡히죠. 제가 알기로 대부분이 글쓰기를 두려워해요. 강도가 다를 뿐 글쓰기에 대한 부담과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테고요. 그러니 생각과 글이 따로 노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전문 작가가 되라는 게 아닌데도 그래요. … [Read more...] about 읽기와 쓰기는 한 몸입니다
‘문라이트’ 소수자들에게도 삶은 늘 그곳에 있었다
한국은 소수자, 마이너리티에 대한 혐오 정서가 강한 나라일까? 대답하기 쉬울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문제다.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노골적인 혐오 발언이 늘고 있긴 하지만, 직접적인 물리적인 폭력이나 배격에 이르고 있지는 않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기에 한국은 소수자를 혐오하는 사회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혐오란 반드시 폭력만을 뜻하진 않는다. 여성은 2등 시민 취급을 받으며 남자들의 지갑에 기생하는 ‘된장녀’ ‘김치녀’로 여겨진다. 소수 인종과 이민자들은 우리의 문화를 파괴하고 … [Read more...] about ‘문라이트’ 소수자들에게도 삶은 늘 그곳에 있었다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가 목숨을 걸고 반출시킨 소설 ‘고발’
1. 1990년대의 반공 소년 지금 서른다섯인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때, 그러니까 1990년 초반에 나는 책을 많이 읽었다. 어쩌면 대학 연구실에서 논문을 쓸 때보다 더 읽었는지 모른다. 교실에는 천 권이 넘는 책이 있었다. 담임교사의 말에 따르면 교실이 부족해 도서관을 헐었고 읽을 만한 책들을 남겨 두었으니 많이 읽으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너희는 선택받은 아이들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읽을 만한 책들을 남겨두었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딱히 읽을 만한 책들이 없었다. … [Read more...] about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가 목숨을 걸고 반출시킨 소설 ‘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