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브랜드 마케팅 트렌드는 ‘경험‘이라고 합니다. 광고할 수 있는 채널은 늘어났지만 그만큼 고객 눈에 띄기가 쉽지 않죠. 또 단순히 ‘우리 제품이 좋다’라는 구호만으로는 고객들에게 제품을 어필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1차원적인 광고로 접하는 것이 아니라 오감으로 접한다면 브랜드에 대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가상현실의 세상이 왔음에도 많은 브랜드가 오프라인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팝업스토어와 게릴라성 거리 이벤트 등으로 말이죠.
며칠 전 모비인사이드를 통해 ‘동네 모바일 오락실’에 관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제게 ‘모바일 오락실’이라고 하면 지난 2016년 여름 DDP에서 한 달여간 운영된 ‘구글 플레이 오락실’이 먼저 떠오릅니다. 방학을 맞이한 아이와 함께 방문했었는데, 게임을 무료로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경험치(코인)를 굿즈로 바꿀 수 있었어요.
이날 모바일게임에 영업 당해 저도 꽤 많은 모바일게임을 휴대폰에 설치했는데요, 구글플레이에서만 가능한 게임들은 이용할 수 없어서 한 편으로는 실망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 지하철이나 방에 쪼그리고 앉아 즐기던 모바일게임을 현장에서 타인과 경쟁하며 플레이하는 건 신나는 경험이었습니다. 또 코인을 많이 얻기 위해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제게 맞는 게임을 찾는 과정도 자연스러웠고요.
‘동네 모바일 오락실’도 조금은 ‘Google Play 오락실’과 유사한 형태일 거라는 기대를 안고 홍대로 찾아갔습니다.
‘동네 모바일 오락실’(이하 오락실)은 김대중도서관 인근 짬뽕집 반지하에 위치합니다. 일부러 알고 찾아가지 않는 한 저 화려한 색의 간판에도 발견하기 쉽지 않습니다.
오픈한 지 아직 한 달도 안 된 신생 매장이에요. 현재 오픈 기념으로 현장에서 일부 게임을 무료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입구가 넓지 않지만 봄 햇살이 따스하게 들어오는 위치라 오히려 아늑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영업시간이 오전 11시 30분부터라고 적혀 있건만 제가 도착한 오후 12시 20분경에는 문이 닫혀 있었네요. 아직 방문객이 거의 없어서인지 12시 반부터 오픈한다고 합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알바생이 열쇠를 두고 와서 오후 1시가 다 되어서야 입장할 수 있었어요. 매장 전화가 따로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시간을 넉넉히 잡고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오락실은 가브린트(Gavrint)에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며 오픈한 매장이에요. 가브린트는 중국 넷미고 사의 투자를 받은 파트너로 모바일게임 개발 및 해외 진출을 돕고 있는 회사입니다. 현재까지 약 70여 개의 국내 모바일게임을 베트남에 진출시켰다고 해요.
직원에게 물어보니 오락실 홍대 1호점은 수익을 기대한다기보다는 국내·외에서 개발한 모바일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유통 통로로 활용하기 위해 오픈했다고 합니다.
매장은 크지 않았고 각종 피겨로 꽉 차 있었어요. 또 종이 큐브가 함께 진열되어 있는데, 하나의 큐브는 하나의 QR코드를 품고 있습니다.
매장 가운데는 스마트 빔이 설치되어 있어요. 원래는 게임 홍보 동영상을 벽에 쏘아서 방문객들에게 게임 플레이 등을 보여주는 게 목적인데,
네… 제가 가는 날이 장날이라 빔이 고장이 났다고 하네요ㅠㅠ 하아…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약 2분 이내의 동영상을 제작하여 담당자에게 연락하면 매장 한 면에서 플레이될 수 있도록 해주신답니다.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셨다는 조이패드는 학교 앞 문방구의 그것을 떠오르게 하네요. 사실 저런 편한 의자보다는 목욕탕 의자 같은 앉은뱅이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버튼을 튕기는 맛이 오락의 묘미인데요…ㅎ
원활한 후기를 위해 제가 직접 플레이해 보았습니다.
네… 재주가 메주라 5분을 못 넘기네요.ㅋ
현재 진열된 매장 내 피겨는 판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판매할지도 모르겠어요.
오락실에 입점하는 인디/모바일게임들은 수수료가 구글플레이에 비해 저렴한 대신 가브린트와 2차 저작물에 대한 계약을 맺어야 합니다. 게임의 인기가 올라가면 관련 제품들을 생산하고 매출을 공유하는 구조입니다.
유독 드래곤볼 관련 제품들이 많았어요. 한때 드래곤볼 덕후로서 하나하나 탐나지 않은 것들이 없었지만 눈으로만 잔뜩 구경하고 왔네요.
드래곤볼 덕후라면 피겨 구경하는 재미로 방문하셔도 좋겠습니다.
저 많은 큐브는 각각 하나의 게임 QR코드를 품고 있어요. 아직은 빈 큐브가 더 많지만, 곧 꽉 차리라 생각됩니다.
쇼핑하듯 매장 내의 큐브를 선택해 QR코드를 찍으면 바로 결제창으로 이동합니다. 아이폰은 앱스토어, 안드로이드는 구글플레이의 구매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오락실 홍대 1호점을 통해 구매했다는 별도의 KEY는 없다고 해요. 그럼 매장은 어떤 수익을 얻느냐고 물어보니 직원이 오히려 갸우뚱하더군요. 구매를 통한 수익보다는 ‘홍보’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많이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물론 전용앱은 있습니다. ‘와라페이’는 가브린트의 투자사인 넷미고에서 개발한 QR코드 결제시스템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QR코드 결제가 발달했죠.
안드로이드에서 와라페이를 구동해 보았습니다. 와라페이 실행 후 매장의 게임을 QR코드로 찍으면 다시 결제를 위한 QR코드가 발급됩니다. 직원에게 QR코드를 보여주면 결제가 진행됩니다. 카드·현금 모두 가능하구요. 결제까지 완료되면 게임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사실 과정이 복잡해서 실용성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바로 카드 결제를 하면 될 것을 굳이…? 하지만 카드가 없는 학생들이나 해외 스토어 결제가 부담스러운 일반인들에게는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구글플레이에서 구매가 발생하면 약 30%의 수수료는 구글에서 가져갑니다. 오락실 현장에서 와라페이로 구매할 경우는 5%만 공제한다고 하네요.
‘오프라인에서 게임을 구매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명제에서 본다면 30%와 5% 차이는 개발자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좋은 게임을 만들어 놓고 홍보할 곳이 없거나 고객의 반응을 볼만한 여력이 없는 인디 개발자에게는 매출과 상관없이 5%의 수수료를 내고 홍보할 수 있는, 거의 공짜에 가까운 홍보 공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와라페이가 아니어도 구글플레이에서 바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으니까요. 입점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email protected] 또는 [email protected] 으로 하시면 됩니다.
아직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한 공간이고, 입점한 게임도 많지 않습니다. 이제 홍보를 시작하는 단계라, 반년 후가 더 기대되는 공간이에요.
3월 18일에는 VR 게임으로 유명한 강기윤 PD가 이곳에서 페이스북&유튜브 라이브 첫 번째를 진행했습니다. 앞으로도 동네 모바일 오락실 TV에서 개발자들과 함께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고 개발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신다고 해요.
매장은 현재 게임 포스터와 피겨, 2차 제작물 등을 구경할 수 있고,
3개의 패드를 통해 입점한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점점 개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무료 와이파이와 휴대폰 충전이 가능합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이 아쉬웠지만, 장소가 협소하고 전자기기나 팬시용품이 많아 그건 좀 무리한 기대일 것 같네요.
어쨌든 새로운 시도이니만큼 한동안 침체되었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훈풍을 불러오는 마중물 역할을 기대해 봅니다.
동네 모바일 오락실 홍대 1호점은 홍대역 6번 출구(경의중앙선 또는 공항철도) 도보 5분 이내에 위치해 있습니다. 버스로는 동교동에서 하차하시면 되고, 김대중도서관 인근입니다. 지하에 있기 때문에 ‘경성짬뽕’ 가게 입구 옆 반지하에서 오락실 입구를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원문: 내가 그린 그림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