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단지 그 자리에 머물기 위해서 끊임없이 헤엄을 쳐야만 한다. 물이 흐르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기에 새들도 날갯짓을 해야 한다. 사람이 가만히 제 자리에 서 있는 것 같아도 매 순간 수많은 관절과 근육과 신경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궁금하면 한 번 가만히 서서 자기 다리를 만져보라. 가만히 앉아만 있는다고 주어지는 것은 없다. 이제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손을 놓는 순간 현실은 다시 자신과 상관없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겠다고 노동운동이라는 것을 시작한 지도 … [Read more...] about 여성주의와 상식, 이만하면 여성주의는 충분하다?
문화
트위터의 수많은 논의가 공회전하는 이유 중 하나
논의의 기본은 논제의 범위와 층위를 한정하는 것이다. 토론이든 토의든 논제가 정해지면 그에 맞는 전제가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결정된다. 대선 토론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토론자들이 다루는 논제는 다 ‘국가/국민 단위’의 층위에서 생각하게 된다. 토론 중에 갑자기 토론자들끼리 사는 동네 이야기를 한다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범위와 층위를 착각하고 토론에 임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토론자들이 좋은 토론자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단순한 논의뿐 … [Read more...] about 트위터의 수많은 논의가 공회전하는 이유 중 하나
“신과함께”, 기형적인 영화의 치밀한 계산
※ 이 글은 영화 <신과함께>에 대한 후반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내용누설을 원하지 않으시면 이 글을 닫아 주세요. <신과함께>를 보게 되었다. 이로서 최근 개봉한 3편의 한국영화 <강철비>, <1987>, <신과함께>를 모두 보게 되었다. 3편 모두 대중영화로서 크게 흥행할 수 있는 요소가 있었지만, 재미있는 점은 사람들 사이에서 별말이 오가지 않았던 <신과함께>가 조용히 천만 이상의 관객이 들었다는 … [Read more...] about “신과함께”, 기형적인 영화의 치밀한 계산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일에 대하여
1. 글을 아주 잘 써서 먹고 살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발상에 가깝다. 글 실력이 뛰어나서, 글을 '아주 잘' 쓴다는 이유로 먹고사는 경우는 잘 없다. 오히려 조금 더 정확한 발상을 한다면, 유명세를 얻어(인지도를 높여) 글을 쓰고 먹고 살겠다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글을 통해 먹고 사는 경우의 절대다수는 '유명한 인물'이 '글을 쓰기' 때문이지, 글 실력을 아주 열심히 연마하여 글을 아주 잘 쓰기 때문은 아니다. 유명한 글쟁이 중에 소수의 글 잘 쓰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렇기 … [Read more...] about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일에 대하여
공유 공간이 마을을 되살립니다: 소셜벤처 ‘블랭크’
클릭 한 번으로 세계 구석구석이 연결되고 수많은 군중에 둘러싸여 살지만 관계를 맺지 않으면 모두 허상일 뿐입니다.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물리적·심리적 공간을 메우고 이웃들 간에 관계 맺기를 지향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소셜벤처 ‘블랭크’ 이야기입니다. 관계를 맺기 위한 공간 기획 ‘청춘플랫폼’ 국사봉 산자락에 위치한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 마을. 2013년 블랭크는 이곳에 터를 잡고 공유 공간 ‘청춘플랫폼’을 열었습니다. 청춘플랫폼은 주민이 다양한 나눔을 통해 소통하는 … [Read more...] about 공유 공간이 마을을 되살립니다: 소셜벤처 ‘블랭크’
고소한 풍미 가득! 양갈비 맛집 5곳
양꼬치 구이로 유명한 곳은 청담동의 ‘심양’, 동대문 ‘동북화과왕’, 신림동 ‘성민양꼬치’, 건대 ‘경성양육관’ 등이 있다. 하지만 강한 양념과 향신료 없이 통째로 구워 먹는 양갈비는 입안 가득 터지는 육즙과 고소한 풍미가 양꼬치 보다 한 수 위다. 오늘은 부드러운 육질에 양 본연의 풍미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는 양갈비 맛집 5곳을 소개한다. 1. 흠뻑 반하는 한국식 양갈비 구이, 마포 '램랜드' 매장정보 바로 가기 구이, 수육, 전골 등 한국식 양고기 … [Read more...] about 고소한 풍미 가득! 양갈비 맛집 5곳
‘신과 함께’ 해원맥이 환생으로 꿈꾸는 코스피 10위권 재벌 2세의 규모는?
영화 〈신과 함께〉는 엄청난 흥행 페이스를 자랑했다. 이달 1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무려 945만 6,360명에 달했다. 영화 흥행에 대해 논하려는 건 아니고, 작품에 나왔던 대사 중 하나가 내 레이더에 감지됐다. 바로 해원맥(주지훈 分)의 그 대사. “나는 환생하면 코스피 10위권 재벌 2세로 태어날 거야. 그게 아니면 한국에서는 저승보다 지옥이지.” 그래서 코스피 10위권에 어느 기업이 있는지 봤다. 1월 2일 기준 상위 10위는 아래와 같다. 재벌 2세라는 단어의 뉘앙스로 봤을 … [Read more...] about ‘신과 함께’ 해원맥이 환생으로 꿈꾸는 코스피 10위권 재벌 2세의 규모는?
미술관, 더 이상 공짜가 아니다
※ The New York Times의 「Making Art Lovers Pay」를 번역한 글입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이 뉴욕 주민이 아닌 관람객은 앞으로 최고 25달러에 달하는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새 정책을 발표하면서 많은 비난을 사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백만 달러의 적자는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고 MET이 겪고 있는 심각한 재정난을 생각하면 지난 4일 발표한 새 정책은 안타까우면서도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결정입니다. MET은 지난 수십 년간 정해진 … [Read more...] about 미술관, 더 이상 공짜가 아니다
“니 종교가 구리다고 했지, 니가 구리다고 안 했어!”
※ 폴 그레이엄의 「Keep Your Identity Small」을 번역한 글입니다. 내가 마침내 깨달았어! 정치나 종교 얘기 할 때 왜 사람들이 그렇게 왈왈 물어뜯나 했더니. 그렇잖아요? 종교 얘기만 나오면 항상 제대로 토론이 안 되고 결론은 막장이 돼요. 왜 그럴까요? 자바스크립트나 베이킹이나 뭐 또 다른 주제로 얘기할 땐 안 그런데, 꼭 종교 얘기만 하면 서로들 물어뜯어서 개판으로 종결된단 말이죠. 왜냐하면 종교는, 사람들이 그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데 별다른 전문성이 … [Read more...] about “니 종교가 구리다고 했지, 니가 구리다고 안 했어!”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라는 주문의 허구
※ Slate의 「In the Name of Love」를 번역한 글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해라.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해라.” 이 말은 액자에 넣어져 “잘 큐레이팅 됐다”는 말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는 거실의 한 켠에 놓였다. 이 방의 사진은 유명한 디자인 블로그에 처음 올라왔고, 핀터레스트, 텀블러, 페이스북에 수천 번 공유됐다. 비록 이 방이 노동을 여가의 영역으로 가져왔지만, “사랑하는 일을 하라”는 거실은 사람들이 갈망하는 곳이 됐다. 오늘날 “당신이 … [Read more...] about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라는 주문의 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