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유의 음반을 산 인간이다. 물론 딸이 사달라고 해서 사다준 거지만. 그 전에 딸과 함께 음악을 들었고 사줘도 된다고 생각했다. 브로마이드를 선물로 받아왔는데 그게 조금 마음에 걸렸다. 보라색 밴드로 몸을 칭칭 감고 있는 거였는데 SM을 연상케 하거나 무언가 인간을 상품화한다는 느낌 같은 게 있었다. 딸아이는 거기서 체셔 고양이의 이미지를 보았다. 나는 침묵했다. 채셔고양이같기도 하고 선물포장을 온몸에 칭칭 감은 아이 같기도 하고 밴드로 온몸을 감은 채 그레이씨의 침실에서 발견될 성인 … [Read more...] about 그저 스물셋을 우습게 아는 사회: 고민도 지혜도 없는 ‘정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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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챗 성공의 비밀: 고정관념을 틀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스냅챗이 왜 매력적인지 한 번 살펴보았다. 최근 나의 타임라인에는 프로필 사진을 스냅챗으로 바꾼 유명인들과 미디어채널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얼마전에는 Mashable, Buzzfeed, 그리고 강력한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도 스냅챗에 가세했다. 개인적으로는 얼마전 여행을 하면서 스냅챗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벨기에에서 열린 세계 최고의 EDM축제인 Tomorrowland에 갔을 때, 많은 관객들이 페스티벌의 특별한 순간에 페이스북도 … [Read more...] about 스냅챗 성공의 비밀: 고정관념을 틀다
우리 사회가 언제 이토록 고결했나: 아이유에 유독 오버하는 이상한 사회
"삼촌팬"이라는 이름에서 느끼는 모순 아이유가 발표한 노래 중 하나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주인공인 다섯 살 소년을 오독했다며 책을 번역한 출판사가 항의를 했다. 대중들은 아이유가 그 아이를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며 욕을 진탕 먹은 끝에 아이유의 사과를 이끌어냈다. 그래도 끝이 안나고 해당 노래의 음원을 폐기하자는 서명이 벌어지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난리블루스의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아니, 그 이전에 사실은 아이유라는 해괴한 이름을 가진 이 가수가 왜 이리 '삼촌팬'들에게 … [Read more...] about 우리 사회가 언제 이토록 고결했나: 아이유에 유독 오버하는 이상한 사회
교과서와 교육에 대하여
자유경제원처럼 인간에 관한 성찰도 없이 교육을 말하면 위험해진다 나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우리 사회를 위해 진정으로 옳은 것, 선한 것,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사안에서는 진보적이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다. 어느 편이냐고 물으면, 나는 진보와 보수의 어느 한 편에 서있지도 않다. 그렇다고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 너는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냥 나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으로 나를 색깔 지울 수 없다. 최근에 자유경제원이라는 게 특별히 … [Read more...] about 교과서와 교육에 대하여
캐나다인에게: “우리나라 정치도 자랑할 거 많다고!”
캐나다인:우리 총리는 SF소설 광이야. 한국인: 우리 대통령은 독재자의 딸이야. 사실 그건 별 문제가 아닌데, 자꾸 독재자이던 아빠의 시대로 돌아가려고 해서 문제지. 캐나다인: 우리나라 내각의 절반은 여성이고, 절반은 남성이지. 한국인: 캐나다는 5:5 성비의 내각이라고?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여자야! 근데 그 누구보다 마초 언니시지. 캐나다인: 우리나라에는 환경부가 아니라 "환경 및 기후변화부"가 생겼고, 또 이민부가 아니라 "이민 및 난민부"도 … [Read more...] about 캐나다인에게: “우리나라 정치도 자랑할 거 많다고!”
구조 속의 괴물이 되지 않는 법 : 이승연, 아이유에서 박기량으로
1. 진지한 토크쇼에서도 혀짧은 소리로 '오빠 오빠'밖에 못하는 여성 연예인들, '저는 군대에서 구르면서 남자가 된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남성 연예인들은 모두 어떤 폭력의 피해자이면서도, 동시에 그 폭력의 구조가 유지-강화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때, 이런 피해자가 자신의 위치를 긍정적으로 규정(포장)하고 나아가 판매함으로써 제한적인 안정이라도 추구하는 것을 함부로 비난할 수는 없다. 데이트폭력이나 성차별에 적응한 피해자를 문책하지 말아야 하듯. 그러나 스스로의 피해자성을 판매하는 것과, … [Read more...] about 구조 속의 괴물이 되지 않는 법 : 이승연, 아이유에서 박기량으로
왜 보수는 부끄러움을 잃었는가?
2013년 겨울 개봉한 영화 ‘변호인’이 천만 관객을 돌파한 건 하나의 사건이었다. 송강호란 배우의 이름값이 있다지만, 이 영화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영화였다. 이 영화는 전두환 정권에서 일어난 대표적인 용공조작 사건 ‘부림사건’을 소재로 각색한 영화다. 그리고 이 사건의 변호인 중 한 명이 바로 노무현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변호인’ 속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의 일갈이다. 그는 실존인물 … [Read more...] about 왜 보수는 부끄러움을 잃었는가?
내가 동녘출판사를 지지하는 이유
제제가 어린아이인 것만은 아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이후에 제제가 사춘기를 겪고 어른이 되어 가는 후속 소설까지 다 읽은 독자라면, 어린 소년이 수염이 거뭇거뭇 나는 청년이 되어가는 이미지를 다 가지고 있을 테니까. 게다가 어린 소년이든 소녀이든 그들 안의 성적 욕망에 대한 어떤 것들을 굳이 모른 척 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적어도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제제의 존재는 좀 다르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서 가장 무서웠던 장면은, 제제가 지친 … [Read more...] about 내가 동녘출판사를 지지하는 이유
‘제제유감’에 관하여
1960년대 브라질 상파울루의 빈민가를 무대로 한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유독 인기가 많다고 한다. 전 세계 21개국에 번역된 명작이니,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제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다고 해야 한다. 유럽과 미국의 독자들은 제제가 당하는 폭력 묘사를 보며 ‘아동학대’라고 눈살을 찌푸리거나 불만을 제기했다면, 한국의 많은 독자들은 “이것은 내 얘기”라며 펑펑 울었다. 급작스럽게 형성된 대도시 빈민가의 분위기와, 부모가 자식을 죽도록 두들겨 패는, 그러고도 … [Read more...] about ‘제제유감’에 관하여
아이구 아이유야 이게 뭔일이래니
그러니까 세간에 떠들썩한 아이유 사건을 정리해보자면, 어느 날 아이유가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인터뷰 중에 도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노래가 있는데 성적이 나빠서 속상하다는 발언을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가 “내 평생토록 이해가 안가는 것이 왜 Morning Glory 앨범만 사고 Definitely Maybe 앨범은 안 샀을까 하는 거다” 라며 한탄하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으나 상황은 조금 다르게 전개된다. 아이유가 만든 곡에 소설 … [Read more...] about 아이구 아이유야 이게 뭔일이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