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가 아무리 싫어도 어쩔 수 없다.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믿는 인구만 16억명이다. 기독교(카톨릭 포함) 인구 21억과 거의 맞먹는다. 차라리 종교를 전부 싹 없애는 게 더 빠를 것이다. 알다시피 기독교와 이슬람은 놀랍게도 같은 아브라함의 신을 믿는다. 형제 종교다. 하지만 구원자가 마호메드냐, 예수냐를 두고 갈라진 후 십자군 전쟁을 벌이며 수백년간 싸워왔다.
과격 이슬람 세력이 저지른 9.11 테러와 이번 파리 테러도 이의 연장일 수 있다. 두 종교의 대결은 중세의 십자군 전쟁으로 완전히 끝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좀 더 복잡한 것은 거기에 냉전의 트라우마가 숨어있다는 점이다. 어처구니 없게도, 과격 이슬람 세력을 지원한 것은 다름 아닌 기독교 종주국이자,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이었다.
파리 테러의 기원은 냉전기 미국 뿌린 씨앗
80년대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미국은 소련에 저항하는 이슬람 반군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마침내 1989년, 소련이 무너지자 적이 사라진 그들은 오사마 빈 라덴을 중심으로 알카에다를 만들어, 자신들의 스폰서였던 미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9.11 테러를 자행한다.
열 받은 미국은 이라크에 암약한 빈 라덴을 잡기 위해, 대량살상무기를 없앤다는 명목(그런 건 결국 없었다)으로 이라크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빈 라덴은 아프가니스탄으로 도망쳤고, 이에 다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탈레반 세력까지 밀어버린 후 친미 정권을 세운다. 이런 묻지마 수술 과정에서 중동의 정치적 균형은 완전히 깨지게 된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 여론이 안 좋아지자 무책임하게 내뺀다. 그리고 그 다음은 아다시피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에서 기원한 IS라는 괴물이 중동을 접수해 버린다.
지금의 카오스는 결국 구 소련을 잡기 위해 무리수를 둔 미국에게 원죄가 있다. 냉전시대는 결코 얌전하게 물러가지 않고, 고통스런 후유증을 인류에게 남겨 준 셈이다. 미소 이념 전쟁의 암덩어리가 알카에다와 IS로 자라나 21세기의 새로운 종교전쟁에 불을 지피며 세계 곳곳의 무고한 시민들을 끊임없이 죽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슬람 테러분자들이 서구 문명의 적이요 사탄이라면, 이를 애초에 키운 것 또한 다름 아닌 기독교인들이니, 신의 가혹한 시험이 참으로 잔인하지 않는가. 하지만, 세상을 구원하러 메시아가 다시 와도 이교도라고 참수 당하거나, 테러분자로 몰려 관타나모 수용소로 끌려가지나 않을지.
방법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었다. 만약, 9.11이 터졌을 때 미국이, 아니 온 세상의 기독교인들이, 이슬람 세계에 전쟁을 선포하는 게 아니라 다른 쪽 뺨을 내놨더라면 아마 역사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아니라, 원수를 사랑하란 성경의 한 구절을 실천할 수만 있었다면 IS도 안 생기고, 시리아 난민들도, 이번 파리의 대참사도 없지 않았을까. 애시당초 종교 따위는 인류에게 과분했던 걸까.
그들은 무슬림들을 고립시키고자 한다
사실상, IS가 테러로 노린 진짜 목표는 프랑스인들의 목숨 만은 아니었다. 그곳에 사는 무슬림들의 평화를 깨뜨리는 것이야 말로 테러리스트들이 추구하는 바였다.
과거 알제리를 식민지로 삼았던 프랑스에는 아다시피 유럽 국가 중 무슬림들이 가장 많다. 마치 조선을 식민지 삼았던 일본에 수많은 재일동포들이 남아있듯, 제국주의 국가로써 지었던 원죄의 결과인 것이다. 프랑스 인구의 9%에 이르는 무슬림들은 안 그래도 프랑스 사회에서 소외 받는 계층이며 실업률도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IS는 무차별 현지 테러를 통해, 극도의 이슬람 혐오와 차별을 부추겨, 조용히 평화롭게, 혹은 방관자로 살고 싶은 무슬림들을 결국 자생적인 테러리스트로 끌어내려는 것이다. 마치 김기덕 감독의 영화 <나쁜 남자>에서 깡패인 주인공이 멀쩡한 대학생을 강간해 결국 자포자기 심정으로 창녀로 만들 듯, IS 또한 유럽인으로 살고 싶은 무슬림들을 백인 사회와 강제로 격리시켜 어쩔 수 없이 지하디스트가 될 수 밖에 없는 치명적 덫을 놓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나찌즘의 배경이었던 유럽의 극우민족주의와 맞물려 유럽 전체를 결국 뜨거운 화약고로 만들 위험이 크다. 핵전쟁 위기로 갔던 이념 전쟁이 간신히 끝나자, 또 다시 피비린내 나는 종교 전쟁, 21세기판 십자군 전쟁이 터져 인류를 재앙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것이다.
한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국내의 외국인 노동자들과 이슬람교에 대한 혐오를 퍼뜨려, 이들을 사회에서 소외시키는 것이야 말로 IS가 진정 바라는 것이며,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우리 스스로 길러내는 위험천만한 행위이다. 하지만 지금 국내 언론에선 그러한 조심성과 성찰은 거의 염두에 두지 않는 듯 하다. 이념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 종교다. 강대국에 의해 남북이 갈라진 덕에, 지긋지긋한 이념 전쟁을 치루느라 이미 우리는 정상적인 사고가 작동하지 않는 국가이다. 여기에 덧붙여 종교 전쟁까지 겪어야 한다면, 정말 헬조선을 넘어 무엇이 될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에게 진심으로 빌어야할 때이다. 사랑과 용서와 자비심을 제발 내려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