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피살사건’이 처음 알려지고 열흘쯤 후인 지난 4월 8일, 김이광민(37·부천시 청소년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한 일간지에 「‘조현병’ 소녀에게 살인의 책임을 물을 수 있나」라는 글을 기고했다. 경찰이 피의자 A(17)양의 정신 질환을 의심한다는 보도가 나왔을 무렵이었다. 김이 변호사는 글에서 “청소년의 행동 이면에는 부모와 사회의 영향이 있는데, 지금 한국은 청소년들이 정상적 정신건강을 가지기 힘든 사회”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A양에게 범죄의 책임을 묻는 것과 함께 사회의 책임도 … [Read more...] about “제정신 가진 청소년이 더 신기한 사회”
사회
청각 장애인이 운영하는 피자 레스토랑, 모자리아(Mozzeria)
※ KQED food의 「Deaf-Owned Mozzeria Shows Signs of Great Pizza Coming to the Mission」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모자리아(Mozzeria)라는 피자집이 있습니다. 잘 나가는 여느 피자 레스토랑과 비슷해 보이지만 이곳엔 조금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가 모두 청각 장애인데요. 어떻게 무리 없이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 있을까요? 모자리아의 주인인 … [Read more...] about 청각 장애인이 운영하는 피자 레스토랑, 모자리아(Mozzeria)
기도로 굴을 멸종시키자는 사람들
저는 여태껏 굴을 자의로 먹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에 의해 강제로 먹어야 했던 굴은 식감도 식감이지만 제게는 너무 비렸거든요. 지금에 와서야 고백하는 것이지만, 그즈음에 억지로 먹이신 굴들은 몰래 뱉어버리거나, 씹지 않고 통으로 삼키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성인이 된 지금도 저는 굴을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생굴을 초장에 찍어 먹으며 감탄사를 연발하시는 분들이 잘 이해가 가지 않기는 합니다만, 한국에서는 정말 많은 분이 굴을 드십니다. 한국에서 한 해에 … [Read more...] about 기도로 굴을 멸종시키자는 사람들
알렉사에게 소리 지르는 사람과 데이트하지 않는 이유
※ Slate Magazine에 Rachel Withers가 기고한 「I judge men based on how they talk to the Amazon Echo’s Alexa」를 번역한 글입니다. 남자친구 제레미가 비서에게 고함을 치며 일을 시켰을 때, 그녀는 마치 익숙한 일을 겪듯 개의치 않았지만 나는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한테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자에게 날카롭게 명령하는 듯한 말투는 혐오스러웠습니다. 사귀던 몇 주 동안 그런 말투로 내게 말한 적은 한 번도 … [Read more...] about 알렉사에게 소리 지르는 사람과 데이트하지 않는 이유
1944년 1월 16일, 목놓아 부르다 간 시인
영화 속에서 대개 시인이라는 이들은 창백한 낯빛에 뿔테 안경을 쓰고 섬세한 성품에 쉽게 상처받으며, 비쩍 곯아서 맨날 줘 터지지만, 깡다구는 있어서 목소리는 카랑카랑한, 그러다가 더 두들겨 맞는, 그런 캐릭터일 때가 많다. 물론 시인도 사람 따라 개차반부터 성인군자까지 천차만별이겠지마는, 보통의 이미지가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이미지를 벗어나는 시인 하나가 있었다. 시인이면서 명사수였고 글쟁이이면서도 폭탄 다루고 침투 훈련까지 받은 사람, 이육사가 그다. 본명 이원록. 그는 진성 … [Read more...] about 1944년 1월 16일, 목놓아 부르다 간 시인
푸틴 치하 18년, 푸틴 세대의 역설
※ The Washington Post에 Anton Troianovski가 기고한 「The Putin Generation, Young Russians are Vladimir Putin’s biggest fans」를 번역한 글입니다. 대학생 예카트리나 마메이는 시내 버스로 등교하는 시간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독립 매체의 기사를 훑어봅니다. 러시아의 권위주의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보면서 역설을 느끼죠. 러시아의 “푸틴 세대”라면 누구나 직면하는 역설입니다. 졸업 후 … [Read more...] about 푸틴 치하 18년, 푸틴 세대의 역설
왜 한진 세 자녀는 같은 대학에서 유학했을까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에게 공통점이 있다. 입사 후 수년 내 모두 임원으로 점프했다는 것만이 아니다. 유학 경력도 특이하다. 셋 모두 미국 서부에 소재한 같은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그래서일까, 세 자녀 모두 미국식 이름을 가지고 있다. 장녀 조현아 사장은 Heather Cho, 아들 조원태 사장은 Walter Cho, 둘째 딸 조현민 전무는 Emily Cho로 불린다. 한진 일가의 USC 행 KBS 시사 기획 ‘회장님의 나라는 어디입니까’(2014년) 제작진이 … [Read more...] about 왜 한진 세 자녀는 같은 대학에서 유학했을까
5월의 연휴를 지나며: 소파 방정환의 뒤켠
1931년 소파 방정환이 죽었다. 한참 옛날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젊어. 1899년 생이니까 우리 할아버지하고 동갑이고 죽을 때 나이 서른 셋. 젊어도 너무 젊을 때 세상을 떠났네. 하지만 그 짧은 생에 비해 그는 여러 굵직한 흔적을 남기고 갔다. 우선 ‘어린이’라는 고운 한국말부터 그의 작품이잖아. 이제 ‘이놈’ ‘저놈’ ‘애자식’이라고 부르지 말고, 아이들도 한울님(天)이므로 ‘어린이’로 높여 부릅시다. 이렇게 주창하고, 어린이에게 존댓말을 쓰자고까지 나아가설랑 고루한 어른들을 잔뜩 … [Read more...] about 5월의 연휴를 지나며: 소파 방정환의 뒤켠
한반도에 부는 평화의 바람, 이번에는 정말 다를까?
※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의 도쿄 지국장 애나 파이필드(Anna Fifield)가 쓴 칼럼 「Talk of peace with North Korea has the South wondering: Will this time be different?」을 번역한 글입니다. 전쟁을 잠시 멈춘 지 65년 째. 전쟁은 끝난 적이 없기에 남북은 계속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고, 이따금씩 국지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런 세월을 겪어 온 한반도 사람들에게 지난 금요일 남과 북의 … [Read more...] about 한반도에 부는 평화의 바람, 이번에는 정말 다를까?
지금 우리의 위치가 궁금하다면 이 ‘인문학’ 지도를 주목하라
너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만화 주인공이 곤경에 빠졌을 때 주변 인물이 자주 외치는 대사다. 비단 만화 주인공 뿐 아니다.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에서 헤매는 우리에게 사람들은 말한다. 도대체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이 질문의 주어를 '우리'로 확장하면 또 다시 전혀 다른 차원의 질문이 된다. 그러니까, 지금의 시대는 도대체 어떤 시대란 말인가? 문장의 성격이 다시금 극적으로 바뀌면서, 이 말의 무게와 폭력성은 한 개인을 넘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를 … [Read more...] about 지금 우리의 위치가 궁금하다면 이 ‘인문학’ 지도를 주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