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 일만 잘하는 사람 vs. 시키지 않아도 잘하는 사람, 둘 중에 어떤 직원이 더 좋은 것 같나요? 후자 쪽이겠죠?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1. 회사와 직원의 관계 1규칙
회사는 직원에게 임금을 지불하고 원하는 형태의 노동력을 수집할 수 있다.
위 명제가 직장 생활에서 가장 근간이 되는 규칙입니다. 저기서 중요한 단어가 ‘원하는 형태의 노동력’인데요. 회사가 원하는 형태대로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아도 그리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직업을 우리는 철밥통이라고 부릅니다. 모두가 원하는 밥그릇이죠.
직원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심지어는 근무와는 아무런 상관없는)만 하면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정확하게 원하는 형태대로 노동력을 수집하기 위해 전문가를 관리자로 두어야 합니다. 사장은 모든 직원에게 직접 노동력을 수집할 수 없기 때문에 아래로 아래로 관리자를 두어 노동력 수집의 업무를 맡기게 됩니다.
직원중에는 일을 시키지 않으면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노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아무것도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봐도 후자가 좋은 직원이라고 얘기하겠죠. 그런데 저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B급 인재야말로 A급 못지 않게 중요한 존재다. 기업의 성공은 몇몇 A급 스타 플레이어보다 조직의 70%를 구성하고 있는 평범한 B급 플레이어 층이 얼마나 견고하냐에 달려 있다. A급 인재들이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실행하고 완결짓는 것은 B급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 샘 구드너(캐타펄트 시스템 CEO)
2. 시키는 일만 잘하는 사람 vs. 시키지 않아도 잘하는 사람
아래의 예시는 성향이 그렇다는 겁니다. 어떻게 사람을 딱 잘라 구분하겠습니까.
- 전자 1: 이 분들의 성향은 보통 B~C급 직원들이며 성공보다는 회사내의 친목과 친분을 중요시 하고 남는 시간을 자기계발보다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취미에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남을 리딩하기 보다는 따라가는 데 익숙합니다.
- 후자 1: A급 직원 혹은 본인이 A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논리 싸움하기를 좋아하며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논쟁을 하는데 익숙합니다. 남을 리딩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본인의 생각이 설득이 되지 않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상대방이 모자라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전자 2: 업무를 잘 지시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보단 혼자 끙끙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무를 맡기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어떤 요구사항인지 열심히 분석하고 지시한 사람이 원하는 결과물이 맞는지 잘 확인합니다.
- 후자 2: 업무를 지시하지 않아도 뭔가를 열심히 하는데 그게 상사가 원하는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때론 좀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업무 지시를 하면 반발이 심할 수 있습니다. 상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보다는 본인이 생각했을 때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서 실패를 하면 오히려 독이 되는 타입입니다.
- 전자 3: 일을 시키지 않으면 대혼란에 빠지거나 극단적인 한량이 됩니다.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야 되기 때문에 좀 답답한 면이 있습니다.
- 후자 3: 일을 시키지 않아도 뭔가 열심히 합니다. 저런 친구들로만 회사가 채워진다면 회사가 참 잘 돌아가겠다 싶기도 하지만 계속되는 물음에 좀 지치기도 합니다. 전자 사람들은 후자 사람들을 싸가지 없다고 얘기하고 후자 사람들은 전자 사람들을 무능하다고 비난할 수 있습니다.
전자가 많은 회사는 정말 답답했고, 후자가 많은 회사는 화합이라고는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역시나 세상 모든 일엔 장단점이 있는 법.
3. 조직의 공통규칙, 목표 설정 그것이 바로 법!
공통 목표는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모험적이고 공격적이지만 큰 돈을 만지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그냥 조용히 오래 직장 생활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사람들이 그나마 너무 싫지는 않은 공통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여 갈등을 없애야 합니다.
조직에 여러 사람이 있는데 그간에 발생할수 있는 문제는 결국엔 아주 유치하리만치 구체적이고 명확한 규칙을 설정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규칙은 오히려 코딩 규칙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사실 전 코딩규칙이 많은 프로젝트에서 방해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규칙은 예를 들면 이런 게 있겠죠.
- ex 1. 메일을 상대방이 받았다고 답장을 하지 않으면 보낸 사람이 전화나 구두로 얘기한다.
- ex 2. 회의가 길어지면 즉시 종료하고 각자 자료를 준비하여 다음 회의를 기약한다.
4. 마치며
저는 모바일 게임회사를 다니는데, 작은 회사는 아니지만 팀 자체가 스타트업의 느낌입니다. 이 회사에서는 A급 직원이 많이 필요합니다. B급 직원은 사실 지금 상태에서는 도움이 안 됩니다. 그런데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면 B급 직원처럼 살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고요.
원문 : 모영철 프로그램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