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이제 열흘이 되어 갑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비통한 심정을 토해내거나 참사 원인을 짚어보는 글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 글도 쓰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론 억장이 무너져 마음상태를 차분하게 유지할 수 없고, 다른 한편으론 아직 정확한 진상이 드러나지 않은데다 제가 해운분야엔 원래 아는 게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독일인 선장 "선장의 임무는 배에 남는 게 아니라, 구조를 지휘조정하는 것" 그런데 오늘 독일신문 에 참고할 만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배가 … [Read more...] about 독일인 선장이 말하는 “올바른 선장의 위기관리”
사회
유가족의 통곡을 도구로 삼는 언론
언론은 강장동물이다. 몸 자체가 입이며 곧 항문이며 여론을 먹고 싼다. 비록 사회에서 맡은 역할이 밉상이긴 하지만, 그런 악역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언론이 사회를 거리낌없이 비판하는 건 그들이 한점 티끌이 없어서가 아니다. 왕을 비판하는 사간원이라고 정말 털어서 먼지가 안 났겠는가. 비판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언론은 면죄부를 받은 것이다. 섬세함 없이 싸움을 부추기는 언론의 모습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들은 그런 섬세함이 없다. 타블로이드라면 … [Read more...] about 유가족의 통곡을 도구로 삼는 언론
오직 내세만을 위해 사는 기독교인과 윌리엄 윌버포스
지난 부활주일 후배 한 명과 종로 보신각 앞에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렸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탄식, 회개가 예배 내용의 주를 이루었는데 나와 후배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슬픔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이 나라 국민들이 너무 불쌍해서…가진 자, 힘 있는 자, 잘난 자 외에는 '내가 살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해 내지 않으면 마지막 남은 생명의 존엄함마저 무너져 버리는 이 땅의 현실이 너무 기가 … [Read more...] about 오직 내세만을 위해 사는 기독교인과 윌리엄 윌버포스
세월호 사건,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루어주어야 하나?
※ 이 글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의 공지사항을 허락 하 전문 게재한 것입니다. 최근 세월호 침몰 사건을 겪으면서 국민 모두가 슬픔에 빠지고 애통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재앙 앞에서 어른들은 그래도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힘들지만 나름 대처해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어린 자녀에게 이 사건을 어떻게 말해주어야 할지 또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에 본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일반 부모가 자녀에게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 [Read more...] about 세월호 사건,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루어주어야 하나?
모두의 탓, 시스템 탓, 그리고 정부 탓
방금 어떤 사람의 포스팅을 봤는데 왜 세월호 사건의 책임을 박근혜와 정부 탓으로 돌리느냐는 얘기가 골자였다. 또 다른 골자는 그런 책임 전가의 주체는 '좌좀', '좌빨'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모두의 탓과 시스템 탓이다 그러면 누구 탓을 해야 하는가? 두 가지 대안이 있다. 하나는 '모두의 탓', 또 하나는 '시스템 탓'이다. 둘 다 맞다. '박근혜 탓', '정부 탓'보다는 사실 '모두의 탓', '시스템 탓'이 상대적으로 더 맞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시스템을 이 모양이 … [Read more...] about 모두의 탓, 시스템 탓, 그리고 정부 탓
남녀탐구생활: 투자의사 결정 편
※ 역자 주: 블랙록에서 내놓은 남성과 여성의 투자 의사 결정 차이점에 대한 기사를 번역했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보지는 마세요. 일반적으로 그리고 평균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 중 하나가 쇼핑할 때의 행동이다. 가령 남성은 백화점에 바지를 사러 갔을 때, 오로지 바지 하나에만 목표를 두고 있으므로 원샷 원킬 쇼핑을 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여성은 그렇지 않은 듯 하다. 그래서 한때 TVN 롤러코스터 남녀탐구 여성편에서 "백화점은 백바퀴 돌아야하니깐 백화점"이라는 … [Read more...] about 남녀탐구생활: 투자의사 결정 편
참사, 재난에 필요한 지도자의 이미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이지만, 이번에는 정치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한 마디 해볼까 한다. 2008년에 중국을 강타한 쓰촨 대지진. 무려 7만명의 사망자를 낸 최악의 참사였다. 이런 최악의 참사가 발생하면 그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국가 시스템의 취약점들이 노출되기 마련이다. 엉터리로 지은 학교가 폭싹 내려 앉으면서 학생들이 몰살당하는 등의. 이럴때 최고지도자가 현장을 방문하는 목적은 구조, 복구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심의 수습과 위로를 위해서다. 대 참사를 겪은 사람들은 … [Read more...] about 참사, 재난에 필요한 지도자의 이미지
상상력이 없는 교육의 문제
중·고등학교 때는 삼각함수가 삼각형에 관한 것인 줄 알았다. 원을 통해서 싸인, 코사인, 탄젠트를 정의하고 이후 좌표평면에서 이들 함수를 그리는 법을 배우긴 했지만 그게 뭔 말인지 사실 잘 이해를 못 했다. 대학에 들어와서야 혼자서 수학 공부를 하다가 사실 삼각함수는 삼각형에 관한 게 아니라 반복되는 패턴, 사이클(cycle)에 관한 것이며, 그래서 정의를 할 때도 원을 통해서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삼각함수의 함수별 주기를 달달 외우게 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렇게 이해하고 … [Read more...] about 상상력이 없는 교육의 문제
세월호, 갖춰진 시스템이 실행되지 않은 이유
과거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서방국가들에게 퍼져있었던 문명의 진보에 대한 낙관을 침몰시켰습니다. 이번 세월호의 침몰은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혹은 선진국에 근접했다는 낙관과, 개인이 각자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 제1세계에 근접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완전히 침몰시켰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스템의 부재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시스템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으면 이 역시 재앙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시스템이 존재 하지 않았는지, 있는데도 고의로 혹은 실수로 이를 어겼는지 검토 … [Read more...] about 세월호, 갖춰진 시스템이 실행되지 않은 이유
11년 희생해 1억 원 모은 청춘을 예찬하는 언론
피천득의 ‘은전 한 닢’에서 한 거지가 묘사된다. 그는 '그저 은전 한 닢이 갖고 싶어' 여섯 달 동안 구걸을 해가며 동전을 모으고, 동전을 각전으로 바꾸고, 각전으로 은전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지나가는 행인에게 검사받고 싶어 한다. 의심하는 행인에게 거지는 말한다.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연봉 2000만원이 적은가요?" 20대에 1억 모은 짠돌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위 소설이 다시 떠올랐다. 이 청년을 거지라 보는 건 아니다. 14년 이상 봉사활동도 했을 정도로 훌륭한 … [Read more...] about 11년 희생해 1억 원 모은 청춘을 예찬하는 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