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나치 독일의 선전상 괴벨스가 했다고 알려진 출처 없는 말이다. 오늘의 이야기도 바로 이 문장과 같은 이야기다.
그는 1995년부터 20년 가까이 안산의 아이들을 위해 청소년 센터와 이동 상담센터, 공부방에 몸을 바친 목회자이자, 수천수백명의 아이들의 상담자였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마자 진도로 달려간 사람이자, 경황 없는 학부모들 앞에서 사회를 맡게 되어 잠시 실종자 학부모들의 대표로 불리게 된 한 자원봉사자이다. 바로 송정근 목사다. 위기의 청소년들에 18년째 쉼터•희망을… ‘청소년쉼터’ 운영하는 송정근 목사와 아이들이라는 기사에서 그의 활동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며칠 간 우리 언론과 사회는 그의 불과 수개월간의 특정 면모만을 부풀려 부각시켰다.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발기인, 경기도 도의원 예비후보, 학부모도 아니면서 대표를 ‘사칭’한 사람, 대통령 앞에서 실종자 가족을 자처한 사기꾼, 외부세력, 급기야는 실종자 학부모와 국민을 우롱한 사기꾼.
채널 A는 그를 단 몇줄로 위선자로 만들었고, 모든 언론은 그 기사를 받아쓰기만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강창일 윤리위원장 직권으로 윤리위에 회부시켰고, 급기야는 4월 23일, 새정치연합 윤리위는 그를 만장일치로 영구제명(복당 금지)시켰다.
무엇이 진실인가, 언론보도와 송정근 목사의 페이스북에서 드러난 사실관계로 세월호 참사를 재구성해보자. 각각의 보도나 주장들은 출처를 명기한다.
송정근 목사는 단원고와 관계가 있는 사람
4월 16일 – 사건이 일어난 날 오후 10시, 송정근 목사의 페이스북에는 급박한 첫 글이 올라온다.
“금일 오전 8시경 진도 인근 추자도 앞바다 해상에서 안산단원고 학생 3백여명과 교사들을 태우고 수학여행가던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오전 11시 43분, 그는 역사적 오보에 희망을 얻어 안도한 채, 단원고로 향한다.
“단윈고 학생들과 교사들 전원 구조소식에 주께 감사드리고 함께 기도하고 애써주신 시민 여러분들과 페친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수정 전 글)
“가만히 있질 못하고 단원고에 나왔습니다. 가족 분들이 허락이 된다면 학부모님들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가고 싶을 뿐입니다.”
진도로 내려가는 와중, 참사는 점점 구체화된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내려갔는지 읽을 수는 없지만, 그는 단원고와 무관한 사람이 아니었다.
“단원고학생들 전원구조는 오보였습니다. 실종자가 100명이 넘는다하니 안심할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단원고 현장에 있다가 급히 교사 한분과 함께 현장으로 출발합니다. 구조대도 아니고 학부모도 아닌 제가 가서 무슨 일을 도울수 있으랴마는 청소년 있는 곳에 제 마음이 있기에 그냥 속가슴이 뜨거워 그냥 있을수 없어 갑니다.
(중략) 단원고와는 자유세대에서 위기/비행청소년들 상담을 맡아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던 관계가 있습니다.”
오후 5시, 송정근 목사는 진도로 내려가는 버스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여기에서도 그와 단원고와의 관계를 읽어낼 수 있다.
사고후 낮 12시 반경에 배안에 있는 승객한분과 방송사 기자가 통화할때만 해도 배안의 방송이 대기하라하여 자신들은 대기하고 있는 상태며 학생들은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다고 하였고, 기자가 밖으로 나가거나 탈출이 어렵나고 물으니 움직일수 없고 배가 90도로 기울어져 무얼 붙잡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는 갑자기 전화가 끊겼습니다. 그 목소리는 급박한 목소리가 아니어서 사고는 났으나 다소 안정적으로 보였습니다.
이때만해도 기자들도, 국민들도 큰 사고로까지는 이어지지 않겠다 싶어 안심했었고 전원구조라는 소식이 날아들자 환호성까지 질렀습니다. 그러나 전원구조는 대형오보였고 그때부터 방송사와 국가재난 상황실과 현지 상황실 간에 승객수와 구조된 수, 실종자수가 서로 맞지 않는 등 혼란이 가중되었고 승객들은 대기하란 방송에 배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급작스런 이후 침몰에 그대로 배안에 갇혀있을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현실로 다가옵니다.
내려가는 길에 지역아동센터 이용 청소년들 중 단원고 2학년 학생 5명이 이시각 연락이 되지 않고 있으니 내려가면 그것부터 확인 좀해 달라는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송정근 목사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6시 반 진도 실내체육관에 도착했다. 9시 반까지 실종자 가족들 등이 몰려온 진도 실내 체육관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고, 그 과정에서 송정근 목사는 임시 대표로 선출 된 것으로 보인다.
그날 도착한 게 16일 날 저녁 6시 한 반쯤 도착했는데 한 9시 반 정도 될 때까지 사람들도 계속 모여들고 학부모들도 모여들고 할 때에 안산에서도 또 관련된 교회 목사님들, 자기 교회 학생들도 어려움을 당해가지고 또 내려오시고 이러면서 주위 분들도 많이 모였습니다.
그때 한 9시 반 정도 될 때까지 3시간여를 상황을 지켜볼 때, 정부에서나 또 가족 분들 쪽에서 어느 분들이 전문가… 일이 정리가 되어지도록 할 그런 분위기가 되지도 못했던 상황이라 주변에서 그런 말씀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가 나서서 가족대표를 꾸려야 되지 않느냐? 라고 했고 그런 얘기 할 즈음에 송 목사가 가서 한번 해보라는 권유를 제가 받았던 거 같습니다.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기 힘든 정황들
그 난장판 속에서, 그의 이름은 밤 11시경 새누리당의 브리핑에서 첫 등장한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오후 9시께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는 진도 실내 체육관에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사고수습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 안효대 당 재해대책위원장, 안산 단원갑 김명연 의원과 세월호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대표로 송정근 목사 등이 참석했다.”
사건 당일, 송정근이란 이름이 유일하게 등장하는 기사다. 그날 저녁 그는 텔레비전 뉴스에 등장한다.
송정근/세월호 임시학부모대책위 대표 ▶ “애들은 바닷속에 있는데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4월 16일자, MBC TV)
이 발언은 뒤에 학부모 사칭으로 둔갑하는 발언이 된다. 그는 자기 페이스북에, 전체 공개로 자신이 학부모가 아님을 누누히 알리고 있었다. 이는 현장에 대한 그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그는 계속해서 현장에 남아, 페이스북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오후 4시 15분경, 박근혜 대통령이 현장에 도착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도착을 송정근 목사는 4시부터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을 만큼, 갑작스러운 도착이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이때 실종자 학부모인 유득천 씨는 실질적인 대표 역을 맡고 있었고, 송정근 목사는 일종의 사회자로서의 역할만을 맡은 것이다.
그때까지 저희 어떤 집행부나 이런 분들이 그거에 대한 어떤 정부에 대한 준비와 관련된 이야기도 없었고 이래서 너무나 또 우왕좌왕하니까 대표 분들이 대통령 오신다고 해서 다들 그 앞에 부서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때 이제 피를 토하는 절규를 하신 분도 계셨고, 대통령 오면 이런 거 질문해야 된다. 이거 요구한다. 살려내라 이런 얘기들 하실 때 우리 지금 현재 대표를 맡고 계시는 유득천 대표님이신가? 그분이 아마 정리 하신 거 같습니다. A4용지에 한 5가지 정도로.
그랬을 때 저는 항상 제 마음속에 ‘나는 직계 가족이 아니다.’ 라는 걸 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온다는 그 큰일 가운데에서도 제가 감히 나설 수 없어서 그분들한테 여쭈어 봤습니다. “이거 사회를 누가 봐야 됩니까?” 하니까 그냥 가운데서 “그냥 하세요.” 이렇게 얘기가 나와서 어쩔 수 없이 제가 그 자리에 다시 올라가서 사회를 보고, “장내를 정밀 시키고 그 혼란스러운 것을 안정하게 하는 것이 제가 해야 될 일이다.” 싶어서 용기를 갖고 올라갔습니다. (4월 23일, 국민TV)
실종자 학부모들과 만남에서 송정근 목사는 사회자로서 행사를 진행시킨다. 그의 모습이 TV에 등장하자 지인의 글이 올라온다.
한 지인이 그의 글을 발견한다. 반가움에 올린 글에 그는 이렇게 대꾸한다.
“아이들의 희생 앞에 멋있다는 글은 옳지 않다. 지워라.”
이미 사퇴한 후보자를 ‘정치 관계자’라 보도한 미주 중앙일보
그리고 송정근이란 이름은 기사에서 사라진다. 송정근 목사의 페이스북에도 글보다는 그림만이 올라왔다. 그렇게 날들은 흘러가게 된다. 그는 안산에 가서 도의원 예비후보를 사퇴했다가, 바로 내려와 18일, 19일, 20일 3일을 더 진도에서 머물렀다.
4월 19일, 하지만 그의 빠르고 바른 조치에도 불구하고 왜곡은 시작되었다. 첫 언론 보도는 국내 언론이 아닌 미주 중앙일보였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대표로 자처 – 역시 정부를 비난하던 송정근은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 안산시제 4선거구 소속 정치관계자인 것이 드러나 지탄을 받고 있다. 애국총연맹 김 모씨는 “어떻게 정치인이 희생자 유족으로 누가봐도 뻔한 정치행동을 하는가”라면서 “어떤 이념이 생명보다 귀중하다는 말인가”라고 한탄했다.
하지만 이것은 터무니 없는 왜곡 보도였다. 정작 4월 18일, 송정근씨는 이미 예비 후보에서 사퇴한 상태였다. 아니, 그것도 더 일찍 사퇴하려다가 구두 사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기다리던 중 사회 직후 사퇴하러 길을 떠났다.
채널A의 완전히 왜곡된 기사
그리고 이틀뒤인 21일 밤, 문제의 채널A 왜곡 방송이 나오게 된다. [단독]실종자 가족 대표, 알고보니 정치인이라는 자극적 제목으로. 채널 A의 송찬욱 기자의 자칭 “단독 특종 보도”는 크게 세가지 주장을 하고 있다.
1) 송정근 후보가 정치인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후보직을 사퇴했다? 거짓
그런데 알고보니, 안산 지역구의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의원 예비후보였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송정근 씨는 지난 18일, 후보직을 사퇴했습니다.
[전화 인터뷰: 송정근 / 전 임시학부모대책위 대표]”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그날 차타고 안산 도착했다가 날새는 것 보자마자 선관위에 사표를 쓴 것입니다.”
채널A의 보도와 달리 18일에는 어느 언론에서도 보도가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보도 때문에 사퇴할 수가 없다.
2) “정치인생 당신이 책임질거야?” 라는 발언? 거짓
[인터뷰: 실종자 가족] “누구랑 통화하면서 ‘내 정치생명이 끝나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이 말을 하는 것을 들은 거예요. 그러니까 맛이 가죠. 우리는….”
이 발언 역시 왜곡된 기사를 작성한 연합뉴스 김선경 기자에게 하던 전화통화 내용이었다. 이 기사는 이후 수정되었으나, 그나마도 정확한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아시아 경제와의 인터뷰를 인용한다.
나는 17일 새벽4시에 팽목항으로 가서 구조작업을 도왔었다. 그런데 17일 오전 8시에 한 매체의 김 모 기자가 그 시각에 내가 실내체육관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고 기사를 올렸다. 당시 나는 실내체육관에 없었고 팽목항에 있었으며 그런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해당 기자에 전화해 해명했다. 당시 그 기자에게 정치적으로 저를 끝낼 목적으로 이런 기사를 쓰셨냐고 말했다. 이 부분을 한 실종자 가족분이 옆에서 듣고 다른 기자에게 말한 것.
앞서 글에서 보았듯이, 오전 8시에 송정근 목사는 팽목항에 있었다. 4월 22일 동아일보의 보도에서 “팽목항에서 바지가 물에 젖어도 개의치 않고 실종자 가족들을 챙겨 누구도 송정근 씨를 의심하지 않았다.”라고 하는 등, 팽목항의 송정근 목사의 위치는 분명한 사실이었다.
3) 후보 사퇴에 대한 사실 (2를 먼저 설명하면서 위선적이라는 뉘앙스로 사용)
“선관위에 사퇴하고 바로 (진도로) 내려가지 않았습니까. 제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 정치는 저에게 가벼워요.”
하나부터 열까지 터무니 없는 보도다. 송정근 후보의 인터뷰(4월 23일, 국민 TV)를 그대로 인용하며 사건을 재구성해본다.
“제가 정치인이라는 자각을 하지 못하고 너무나 마음이 부모님들 보다야 못하겠지만 저도 20년 이상을 청소년 현장에 같이 있던 사람으로서 그냥 그렇게 단원고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무엇에 홀린 듯이 저도 황망한 마음으로 내려갔었고 그날 도착한 게 16일 날 저녁 6시 한 반쯤 도착했는데 (중략)
제가 진도에 내려간다. 라고 하는 소식을 알았던 안산에 다른 지역아동센터 목사님께서 4명의 자기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의 생사여부를 알아봐 달라고 문자가 왔습니다. 이름과. 그리고 또 다른 교회 한분 목사님이두 명의 아이 소식을 알아봐 달라고 해서 총 6명의 아이들의 생사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먼저 이렇게 현장에 달려오게 됐던 겁니다.
정부에서나 또 가족 분들 쪽에서 어느 분들이 전문가… 일이 정리가 되어지도록 할 그런 분위기가 되지도 못했던 상황이라 주변에서 그런 말씀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가 나서서 가족대표를 꾸려야 되지 않느냐? 라고 했고 그런 얘기 할 즈음에 송 목사가 가서 한번 해보라는 권유를 제가 받았던 거 같습니다.
저는 직계가족은 아니지만 우리 재활아동 센터 운영하는 목사인데, 다른 재활아동 센터에 계셨던 그 4명의 아이들과 또 교회 목사인데, 교회, 다른 교회 쪽에서 두 분의, 두 명의 아이에 생사 여부를 알게 해달라. 라는 그 얘기를 받고 온 사람입니다. 라고 밝혔습니다.
그분들이 아이고. 그러시다면 목사님이 좀 나서서 해주세요. 그냥 자연스럽게 그런 일이 된 겁니다.”
송정근 목사와 언론의 받아쓰기 마녀사냥으로 이어집니다. (편집: 리승환)
woolrich jassenDid pastor go too far when he told congregation to 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