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사건에 슬퍼하고 분노한다. 원칙적으로야 분노가 적절히 조직화되어 세상을 바꿨으면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픔이 너무 크다. 그리고 이 아픔을 키우는 주범은 정부와 언론이다. 높으신 분들은 SNS를 탓하지만, 그 진원지는 정부와 언론일 때가 많다. 그리고 그들의 믿을 수 없는 발표와 보도는,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며 불신의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다. 우리는 ‘언론’이라고 싸잡아 비판한다. 우리 모두가 같은 ‘대중’이 아니듯, 언론 역시 같은 ‘언론’이 아니다. 그런데 대개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검색 어뷰징만을 노리는 닷컴 언론이다. 이들이 종이 신문에 실리는 모습을 보면 의외로 굉장히 정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빠른 속도로 생산되어, 제대로 된 팩트 체크 없이, 자극적으로 포장된 뉴스를 소비하게 마련이다. 더욱 신나게, 더욱 분노하게, 더욱 슬프게 하는 뉴스가 우리의 눈길을 끌고,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고, 그것을 공유하게 만든다. 그 결과, 우리의 SNS 타임라인은 정제된 뉴스가 아닌, 확인되지 않은 뉴스, 의혹이 제기된 수준의 뉴스로 가득 찬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현명하게 뉴스를 소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한 번이라도 더 걸러진 후 발행된 글을 봐라
당연한 이야기지만, 글은 확인을 거칠수록 더 정제된다. 속보, 긴급 인터뷰, 현장 라이브, 디지털팀 기사는 당연히 오정보가 섞일 가능성이 더 높다. 다음 날 종이 신문은 데스크의 검증을 거쳤기에, 좀 더 믿을 만하다. 주간지라면 더욱 믿을 만하다.
ps. 청와대 보도는 나름 내부 검증을 거쳤겠지만 별로 믿을만하지 않다.
2. ‘무죄추정의 원칙’처럼 ‘가설 유예의 법칙’을 적용하라
공분을 사는 많은 기사는 “~라고 말했다”라는 표현으로 대표할 수 있듯, 여전히 ‘의혹’ 상태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법관처럼 냉정할 의무는 없지만, 그쪽이 좀 더 정확한 사실에 접근할 수 있다. 자극적인 뉴스를 보면 이것이 확정된 것인지, 아니면 의혹 상태인지 확인해 보는 습관을 기르자.
ps. 물론 선장 탈출… 같은 소식에 분노하는 건 인간이니 어쩔 수 없다.
3. 그럴듯한 소식일수록 의심하라
한겨레 2030 칼럼을 연재하는 김낙호 씨는 “거짓과 현실 여부를 모르게 하고, 그저 매력적인 것과 심심한 것 사이에서 선택을 맡긴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전자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거짓이라고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것이 거짓일 확률은 높다.
ps. 특히 만능론을 경계하라. Magic wand는 포토샵에나 있는 것이다.
4. 매체의 신뢰성을 검토하라
물론 여기에는 당신의 호불호가 들어갈 것이다. 그럼에도 ‘우라까이(베껴쓰기)’에 급급한 언론인지, 정파성에 따른 자극적 보도를 일삼는 언론인지, 사실 확인 시스템이 갖춰진 언론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최악의 언론을 걸러내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ps. 네이버 뉴스 검색에는 ‘지면기사만 보기’ 옵션이 있다. 이를 잘 활용하자.
5. 수사를 필터링하라
기자는 기본적으로 객관성을 깔고 들어가도록 교육 받지만, 한국 언론의 상황상 이가 완전히 지켜지지 않는 것 역시 사실이다. 때문에 멀쩡한 기사조차도 그 수사에 압도 당해 제대로 읽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수사를 걸러내고, 오직 내용에만 초점을 맞추자.
ps. 이걸 왜 독자가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6. 우리 편을 의심하라
뛰어난 판단력을 가진 사람조차 쉽게 빠지는 함정이다. 특히 사안이 엄중하고 편이 갈리는 경우에는 자신도 모르게 한 쪽 논리를 따라갈 수 있다. 그리고 한 번 치우치기 시작하면, 한쪽 논리로만 더욱 강화될 수 있다.
ps. TV조선 정도 되면 종교의 영역이니, 그냥 계속 보는 것이 좋다.
7. 검색하라
사실 위의 모든 원칙들은 이 하나로 정리할 수 있다. 검색이란 의심을 의미한다. 그리고 가장 의심해야 하는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검색하면 할수록 수많은 사실 관계의 빈틈과,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Ps. 그렇다고 일베처럼 자기 마음에 드는 팩트만 찾지 않기를 권한다.
편집: 캡콜드 / 참조 글: 현명하게 뉴스보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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