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세월호 참사 13일 만에 사과했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로 피해를 입은 실종자 가족, 유가족 그리고 상당수의 국민들이 이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사과 하래서 했잖아”라고 생각할 법도 하다. 전날 정홍원 국무총리가 자진(?) 사퇴했으니 “책임 지래서 책임졌잖아”라는 생각도 할 법 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무엇이 문제였을까? 박 대통령 발언 전문 분석을 통해 들여다보자.
“국무회의를 개최하겠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지도 벌써 13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 첫째가 시점이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안전관리 소홀, 재난대책 미비 등 총체적 난국을 드러냈다. 사고 후 제대로 된 대응 매뉴얼이 있었다면 선장이 아무리 나쁜X라도, 승객들 전원을 구출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발생 후, 밖으로 나와 있다가 구조된 승객들을 제외하고 이 정부는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이니, 사고 발생 하루 이틀 사이에 진심으로 사과했어야 했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다. 그것만으로도 대통령은 사과할 이유가 충분하다.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오늘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소중한 가족을 잃은 슬픔과 비통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시간은 흐르는데 아직 많은 분들이 가족들의 생사조차 모르고 있고 추가적인 인명구조 소식이 없어서 저도 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이번 참사가 무척이나 가슴 아플 수 있다. 이에 대한 대통령의 진심을 폄훼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사과를 할 때, ‘내가 이렇게 고통 받고 있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좋지 않다. 사과의 주체가 힘든 상황은, 사과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관심가질 만 한 표현이 아니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가족, 친지, 친구를 잃은 슬픔과 고통을 겪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드립니다. 특히 이번 사고로 어린 학생들의 피어보지 못한 생이 부모님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아픔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데 대해 뭐라 사죄를 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를 받으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었는데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 ‘죄송스럽다’의 뜻은 ‘죄송한 느낌이 있다’다. 이 경우 ‘죄송스럽다’가 아니라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사고 예방을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다’도 국민적 분노에 비해 표현이 약하다. “사고 예방, 대응, 수습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정상적인 것이 없었습니다.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며 사과하는 것이 더욱 진정성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고에 대해 총리께서 사의를 표하셨지만 지금은 실종자를 찾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국민과 국가를 위한 충정으로 최선을 다한 후에 그 직에서 물러날 경우에도 후회 없는 국무위원들이 되길 바랍니다. 여기 계신 국무위원들께서도 가족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헌신과 노력으로 소명을 다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 이후의 판단은 국민들께서 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들, 국민의 분노를 일으킨 부분들에 대해서는 우리는 사죄하는 마음으로 그 문제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반드시 밝혀내야 합니다.”
→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는 화법은 여전하다. 삭제하는 것이 좋다.
“저는 과거로부터 겹겹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도 한스럽습니다. 집권 초에 이런 악습과 잘못된 관행들,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는 노력을 더 강화했어야 하는데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반드시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잘못된 문제들을 바로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틀을 다시 잡아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 나설 것입니다.”
→ 이번 사과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결국 과거 탓(아마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말 할 것이다. 아니 박정희 정권을 제외한 정권을 말하는 것일 수 있다.)을 했다. “너무도 한스럽다”며 스스로 피해자로 포장하는 화법도 그대로다.
“지난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월호의 선박 도입에서부터 개조, 안전 점검, 운항 허가 과정 등 단계별로 전 과정에 걸친 문제점과 이번 사고 발생 직후 재난대응 및 사고수습 과정 일체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번엔 결코 ‘보여주기’식 대책이나 ‘땜질’식 대책발표가 있어선 안 될 것입니다.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고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방지대책을 만들어 왔지만 계속해서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이런 대참사가 또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 철저한 수사는 대통령이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검찰총장이 나와 의지를 다지는 것이다. 대통령은 자꾸 3권 분립이 된 나라에서 사법권을 개입하려 든다. 채동욱 검찰총장을 ‘누가 날렸냐’는 의혹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수사’는 당부하는 것이지, ‘지시’ 하는 것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3권 분립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후에는 그냥 비슷비슷한 말들이다. 읽기도 귀찮다.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려 한다는 대목에서는 실소도 나온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꾼다고 국가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대응팀을 만들고 훈련을 해도 결국 컨트롤타워가 위기 대응 각 부처에 적절한 조정을 이뤄냈어야 했다. 국가안전처에 해경, 소방, 군을 다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 국토에서 안전 위협이 발생하고 사고는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분명 사과했다. 하지만 대부분 이를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과는 짧고 간결한 것이 좋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서두부터 말했어야 했다. 아니, 사고 다음날 진도 체육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절규하는 가족들에게 사과부터 했어야 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하지 않았다.
어쩌면 대통령은 우리를 국민이 아닌, 백성으로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지렁이 백성’들이 당한 사고는 가여우나, 그것은 왕의 책임이 아니었다. 전제군주정에서는 그랬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우리를 책임질 직원을 고용한 것이 아니라 우리 돈을 주고 윗사람을 고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아직 저 시퍼런 바다에 11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갇혀있다. 선장이 잘 만 했어도, 진도VTS가 잘 만 했어도, 해경이 초기 대응을 잘 만 했어도, 어쩌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 이게 ‘미흡’한 수준인가? 책임져야 한다. 과거 탓 하지 말고, 당신이 책임져라. 그게 그 자리다.
ps 아 그리고, 사과를 자꾸 국무회의에서 하는데, 국민들에 대한 사과는 카메라 앞에 나와서 하는 것이 예의다.
원문: 달려라 달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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