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자,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법적으로 의사상자란 “직무 외의 행위로 위해(危害)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이다. 이를테면 항공기 스튜어디스가 승객을 구하다 사망했을 경우는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의사자로 지정이 안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우성 변호사는 박지영 씨가 의사자로 인정 받아야 하는 이유라는 글에서 “박지영씨는 세월호 승무원이긴 하지만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이었고, 임무 내용도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으로는 보기 힘들기 때문에 의사자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찾아보니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대체 누가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가? 여기에 대해 선박, 선원 관련 법률은 그 누구에게도 구체적인 책임을 지우지 않았다. 애초에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제대로 된 법적 규정도 없는 선박 승무원
비상사태시 항공기 객실 승무원(통칭 스튜어디스)들의 ‘활약상’은 얼마 전 아시아나 항공의 샌프란시스코 사고에서도 다시 한 번 보도되었다. 그런데 찾아보니 항공기의 객실 승무원과 여객선의 승무원은 아예 법적 지위부터가 다르다. 항공기 객실승무원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객실승무원”이란 항공기에 탑승하여 비상시 승객을 탈출시키는 등 안전업무를 수행하는 승무원을 말한다. (항공법 2조 5항)
반면 해운법, 선원법, 선박직원법, 선박안전법, 해사안전법, 수난구호법 및 그 시행령, 시행규칙 어디를 찾아보아도 여객선 객실승무원에 대한 조항은 없었다. 해운 관련 법규정은 ‘선박직원’이라고 불리는 해기사, 즉 항해사와 기관사에 대해서만 주로 나와 있을 뿐 객실승무원에 대한 내용은 없다.
해운법 22조에 ‘선박운행관리자’라는 직위가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업무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라 비상시 승객 안전에 실제적 도움은 못 되는 듯하다. 무엇보다 선박에 직접 승선하는 사람은 아니다.
승무기준 역시 톤수를 기준으로 선박직원에 대해서만 나와 있을 뿐, 여객선의 경우 정원에 따른 객실승무원 최저승무기준은 없다. 정원이 수천 명인 여객선이라도 객실승무원이 한 명도 없을 수 있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세월호의 경우 객실에서 근무하던 승무원은 “사무장 1명, 매니저 3명, 조리장 1명, 조리수 1명, 조리원 2명, 사무직(계약) 1명, 가수 2명, 불꽃행사담당 1명, 아르바이트 2명”이다.
실질적으로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사무장과 매니저 뿐인 것으로 보인다.
안전업무에 대한 의무조차 규정되지 않은 선박승무원
항공법 시행규칙 218조 1항 2호에 여객기의 좌석 수 50개 당 최소한도의 객실승무원 1명이라 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218조 5, 6항에는 아래와 같이 정말 구체적인 규정이 나와 있다. 항공기 객실승무원들이 자랑하는 철저한 안전 교육 훈련은 법규정에 따른 사실이다. 비행기 객실승무원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미국 연방항공국(FAA) 규정이 국제법화된 것이다.
⑤ 제1항제2호에 따른 객실승무원은 항공기 비상시의 경우 또는 비상탈출이 요구되는 경우 항공기에 갖춰진 비상장비 또는 구급용구 등을 이용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⑥ 항공운송사업자 또는 국외비행에 사용되는 비행기를 운영하는 자는 제1항제2호에 따라 항공기에 태우는 객실승무원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교육훈련계획을 수립하여 최초교육 및 최초교육을 받은 날부터 12개월마다 한 번 이상 교육훈련을 실시하여야 한다. 다만, 제4호의 사항에 대해서는 최초교육을 받은 날부터 24개월마다 한 번 이상 교육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
반면 ‘여객선에서 비상시 승객을 탈출시키는 등의 안전업무’를 과연 누가 수행하는지에 대한 규정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았다. 여객선에서 비상시 승객 탈출 업무는 항해사나 기관사 등 해기사가 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기는 하지만, 이것 역시 관련 법규 어디에도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그저, 도주선박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이 있을 뿐이며, 이조차도 기본적으로 뺑소니에 대한 것이기에 애매한 지점이 있다.
여객기의 경우 비상시 승객의 안전업무는 분명히 법적으로 객실승무원이 수행하게 되어 있는 반면, 여객선의 경우 법적인 분명한 규정이 없이 선원(선박직원과 나머지)의 ‘양식’에 맡기는 것이다. 여객선에는 왜 객실승무원에 대한 규정이 없는지, 다른 나라도 여객선 객실승무원의 비상시 안전업무 수행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게 마찬가지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현행 법 규정 아래서 여객기 대신 여객선을 타는 것은 안전상 상당히 ‘기분 나쁜’ 선택으로 보인다. 여객선 승객 눈에 보이는 객실 승무원들은 비상시 승객의 탈출을 도울 의무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출발 전에 꼬박꼬박 산소마스크 사용법과 비상구 위치 등 안전수칙을 방송하면서, 법적으로 비상시 승객의 탈출을 돕게 되어 있고 부르면 언제든 나타나는 객실 승무원이 있는 여객기를 탈 것인가, 아니면 구명조끼나 구명보트의 구체적인 사용법, 비상시 탈출구 따위는 가르쳐주지도 않는 여객선에 선교와 기관실에 있으면서 승객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선장, 항해사, 기관사들이 비상시 ‘양심껏’ 구조를 도울 것이라고 믿으면서 탈 것인가?
객실 승무원에 대한 규정이 절실하다
실질적으로 승객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건 안전 교육 훈련에 대한 조항뿐이다. 그나마 이조차도 선원 자체의 훈련이지, 승객 구조 임무를 훈련한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선원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비상배치표를 배 안에서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고 있어야 하며, 비상시에 대비한 훈련을 10일(!)마다 실시하고 있었어야 하며, 구명기구의 사용법 등을 매 출항 시마다 승객에게 주지시커야 하며, 2개월에 한 번씩 구명벌을 바다에 띄워 놓고 훈련을 실시해야 하며, 규정대로 비상신호를 보냈어야 한다.
물론, 이것만 잘 지킨다고 해도 지금보다야 훨씬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운항중인 전국의 모든 연안 여객선들이 과연 이 규정을 지키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국민의 안전과 우리나라 연안 해운업의 ‘생존’을 위해 해운 관련법에 여객선 객실 승무원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공 관련법의 객실 승무원 규정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국제법상에 관례가 없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지금부터 주도하면 된다.
물론 새로운 규제이고, 여객선 운임이 당연히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생기지 않을 경우 섬 주민들의 생존에 꼭 필요한 ‘명령 항로’를 제외한 나머지 항로, 즉 주로 관광객을 받는 항로에 운항하는 해운업은 정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앞으로 제주도에 여객선 타고 가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리고, 위에서 알아본, 이미 시행 중인 안전 관련 규정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펴지지 않은 채로 곱게 배열되어 있던 그 구명벌들을 볼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실제 상황에서도 띄우지 않은 구명벌을 과연 2개월에 한 번씩 띄워 가면서 훈련을 했었을까? 언론 보도를 보니 세월호와 같은 노선을 운항했던 오하나마호를 조사해 보니 구명벌이 하나도 펴지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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