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없는 남녀의 애정이 가능한가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섹스가 있는 남녀의 우정이 성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다." 『로마인 이야기』로 잘 알려진 시오노 나나미가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에서 한 말이다. 섹스 없는 남녀의 애정은 불가능하지만, 섹스가 있는 남녀의 우정은 성립 가능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불온한가?). 생각만 그렇다는 것일 뿐 별 관심은 없다. 대수롭지 않다는 게 아니다. 남녀의 애정, 혹은 우정에서 섹스란 변수이지 상수가 아니란 걸 … [Read more...] about 동무와 연인: 말, 혹은 살로 맺은 동행의 풍경
사회
우리가 제국의 위안부를 읽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 중요한 이유
박유하 교수 사건을 둘러싼 논쟁에서 나오는 주장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거칠게 나누면 1)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입장과 2)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가 훼손되었으니 박 교수가 처벌받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라볼 수 있다. 즉 박유하 교수에 대한 기소가 잘못되었다는 쪽은 학문적 주장을 형사법정에서 명예훼손으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그 중에는 박유하 교수 본인처럼 책 내용 자체가 옳기 때문에 애초에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있고, 박 교수의 주장에 … [Read more...] about 우리가 제국의 위안부를 읽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 중요한 이유
IT는 경제를 파괴시키는가?
모두가 IT에 대해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던 1995년, 에릭 브린졸프슨 교수는 그 유명한 The productivity paradox of information technology라는 논문을 통하여 IT Paradox라는 말을 유행시킨다. (Abstract도 지원하지 않아 수년 전에 읽었던 기억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사실 이 IT Productivity Paradox(정보기술 생산성 역설)는 노벨 경제학자였던 소로우 교수가 1987년에 이미 지적한 사항으로, "숫자를 내봤더니 IT가 생산성 … [Read more...] about IT는 경제를 파괴시키는가?
수저에 따른 양육방식 차이와 그것이 미치는 영향
※ 이 글은 <뉴욕타임즈>의 「Class Differences in Child-Rearing Are on the Rise」를 번역했습니다. 몇십 년 전에 비해 부모 소득에 따른 자녀들의 삶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퓨리서치 센터의 최근 조사를 보면 부유한 가정의 달력은 아이의 발레, 축구, 그리고 방과 후 활동 등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습니다. 이런 가정은 대개 부모가 이혼하지 않고 함께 살고 있으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아이의 불안 수준이나 바쁜 … [Read more...] about 수저에 따른 양육방식 차이와 그것이 미치는 영향
게이 아웃팅 프로젝트의 전말
메갈리아는 가끔 들어갈 뿐이지만, 국외자의 입장에서나마 최근의 '워마드의 게이 아웃팅 프로젝트 사태'를 간략히 정리해보았다. (※ 편집자 주: 이 글이 쓰여진 시점은 12월 17일로, 5일의 시차가 존재합니다.) 1. 사태의 큰 개요 게이 커뮤니티 내의 여성혐오적 표현이 메갈리아에서 공론화됨. 메갈리아 내에서 '똥꼬충' 등 호모포비아 남성들이 만들어낸 용어를 사용하는 게 맞는지 논쟁이 벌어짐. 정체성을 숨기고 결혼한 게이 등 한국의 복잡한 조건 속에서 형성된 … [Read more...] about 게이 아웃팅 프로젝트의 전말
17살 소년이 세탁기를 갖고 싶어한 이유
1만 원, 어떤 이한테는 작은 돈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1만 원의 작은 기부가 모여 한 소년의 삶에 작은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2014년 겨울, 승혁(가명·17) 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다닌 한무리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소원편지를 알게 됐습니다. 소원편지? 기부사이트 드림풀은 매년 ‘드림풀 매칭그랜트 캠페인’을 통해 기부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는 기부금으로 전국 아동복지시설에서 작성한 소원편지 중 선정해 소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드림풀은 2010년 만들어져 … [Read more...] about 17살 소년이 세탁기를 갖고 싶어한 이유
세계적으로 성공한 탑게이 8인
탑게이, '최고의 게이'란 어떤 게이일까? 이 글에서는 탑게이는 성공한 게이, 즉 '게이 정체성을 숨기지 않으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당당하게 활동하고 있는 게이'라는 의미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탑게이 8명을 꼽아보았다. 참고로 바텀의 반대말이 아니다. 1. 팀 쿡 그렇다. 팀 쿡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게이 중 한 사람이다. 잡스가 없는 애플은 애플이 아닐 것이라던 모두의 우려를 잠식시키고 5년째 애플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 애플에 입사한 건 … [Read more...] about 세계적으로 성공한 탑게이 8인
나꼼수와 메갈리아
1. 내가 메갈리아를 바라보는 시각은, 초창기나 지금에나 내가 나꼼수를 바라보는 시각과 상당히 유사하다. 그 의의, 효과와 방식, 그리고 한계까지도. '사실관계 취약, 우상ㆍ팬덤화, PC하지 않은 유머, 양극화된 진영논리, 이념에 대한 심화적 논의 부재, 제도권 정당 정치와의 간극, 반발 자극으로 중도층의 우경화…' 나꼼수에 대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무수한 지적이 가능하고 또 있어왔다. 그래서 나꼼수의 성과는 전무했나? 다른 수단으로 쉽게 대체될 성과였나? 나꼼수가 자기들이 할 일을 하는 동안 … [Read more...] about 나꼼수와 메갈리아
공정무역의 정의에 대하여
지난번에는 내가 생각하는 사회적기업의 정의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참조: 아마추어가 아마추어를 가르치는 "사회적기업 in 국제개발협력") 사회적 경제의 범위에는 사회적기업 말고도 마이크로파이낸스(micro-finance),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 공정무역 등 여러 형태가 있다. 여기서는 공정무역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혹시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학계나 시민단체가 아니라 개발협력 계에서 보기 드문 비즈니스, 그것도 작년에 드라마 … [Read more...] about 공정무역의 정의에 대하여
끝나지 않는 ‘벚꽃엔딩’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리는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올 봄, 벚꽃 축제가 열리는 거리마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울려 퍼졌습니다. 벌써 3년 째입니다. 벚꽃엔딩은 2012년 3월에 발표된 노래지만 매년 봄만 되면 다시 가요차트 1위에 오르는 기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크게 유행한 노래조차도 반짝 인기몰이로 끝나는 대중 가요계에서는 아주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유는 여러분도 짐작하다시피 제목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자극을 받으면 그 자극과 관련하여 각인된 것들을 … [Read more...] about 끝나지 않는 ‘벚꽃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