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디북스라는 e북 판매 업체가 단돈 16만원에 수백 권의 책을 판매하는 도서정가제를 위반하는 이벤트를 열어 화제가 되고 있다. 법에는 걸리지 않지만, 사실상 법을 우롱하는 짓거리다. 왜 그런지 분석해 보자.
도서정가제는 무엇이고 왜 생겼나?
도서정가제는 책통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명목상으로는 소형 동네 서점 활성화를 위해서라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동네 서점은 이미 잡지와 참고서 판매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책통법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책통법 이후 출판사는 판매량이 줄어서 고생하고 있다. 특히 다양성을 떠받치던 소형 출판사의 피해는 고스란히 문화 다양성을 잃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그저 대형 서점에만 호재로 작용했을 뿐이다.
요약하면 도서정가제는 단통법은 물론 액티브엑스, 공인인증서, warning.or.kr 만큼이나 존나 병신 같은 법률이라는 것이다.
악덕업체 리디북스가 법망을 피해간 방법
헬조선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모든 물건을 비싸게 사야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서울은 전세계 물가 1위에 빛나고 있다. 리디북스가 이를 우회한 전략은 ’50년 대여’이다. 말이 대여지, 50년이면 판매나 다름 없으며, e북이다 보니 실제 물류비용이 제로인 점을 악용한 것이다.
물론 애초에 책통법이 문제이니 착한 할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땅의 대형서점들은 어떻게 살아남으라고 이러는 것인가? 단통법이 없어지면 통신사에 경제적 타격이 돌아가고, 직구가 막히면 대기업에 그 피해가 돌아간다. 대형서점 다 죽게 생겼다. 이놈들아!
대형서점 말려 죽이려 공짜로 책과 전자책 리더기를 뿌리는 리디북스
가격도 너무하다 할 정도로 싸다. 거의 400권에 16만원인데, 이 정도면 할인율이 90% 이상이니 거의 공짜인 셈이다. 흙수저들에게 10만원이 없을까 걱정했는지, 5만원 가량 세트를 셋이나 준비한 것도 눈에 띈다.
여기에 이벤트가 하나 더 있다. 미스터리를 포함, 각종 세계문학 명작 486권을 올해 안에 결제하면 꼴랑 14만 9천원에 제공한다. 더군다나 전자책 리더기 리디북스 페이퍼 Lite를 끼워준다. 참고로 리디북스 페이퍼 Lite는 8만 9천원. 이쯤 되면 할인을 넘어 그냥 덤핑이다.
이 둘을 조합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1. 16만원으로 고전 377권을 결제하고 페이백 16만원을 받는다
2. 페이백 16만원으로 소설 486권을 결제하면 리디북스 페이퍼 Lite가 따라온다
3. 결과적으로 16만원으로 책 863권을 결제하고, 리디북스 페이퍼 Lite까지 생긴다.
모두가 비싸게 사는 시대에 나홀로 값싸게 사는 기회를 제공하는 리디북스를 규탄한다
악법도 법이다. 우리는 단통법을 지키기 위해 이 악물고 해외에서 휴대폰을 구입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악덕업체 리디북스는 혼자 법망을 우회해 도서정가제를 유린하고 있다.
리디북스는 이를 두고 도서정가제가 문제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이벤트 역시 기간한정이라는 점에서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산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공짜에 가까울 만큼 할인율이 높기에,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모두가 비싸게 사는 시대에 나홀로 값싸게 사는 기회를 제공하는 리디북스를 규탄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