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원, 어떤 이한테는 작은 돈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1만 원의 작은 기부가 모여 한 소년의 삶에 작은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2014년 겨울, 승혁(가명·17) 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다닌 한무리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소원편지를 알게 됐습니다.
소원편지?
기부사이트 드림풀은 매년 ‘드림풀 매칭그랜트 캠페인’을 통해 기부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는 기부금으로 전국 아동복지시설에서 작성한 소원편지 중 선정해 소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드림풀은 2010년 만들어져 부스러기사랑나눔회와 한국타이어가 공동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기부사이트입니다.
승혁 군은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한번 써보라”는 센터 선생님의 권유에 편지지를 꺼내 펼쳤습니다. 책상 앞에 앉은 승혁 군이 편지지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소원은 ‘미술용품’이었습니다.
사실 승혁 군은 그림 그리기에 남다른 소질이 있습니다. 그런 승혁 군의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센터 선생님입니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는데도 센터 미술시간에 그린 승혁 군의 그림은 남달랐다고 합니다.
승혁 군은 미술을 전공한 센터 자원봉사 선생님에게 미술을 배우기 시작해 실력을 키웠습니다. 지금은 센터의 지원으로 전문 미술학원에 다니며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항상 자신만의 좋은 미술용품을 갖는 게 승혁 군의 소원이었습니다.
승혁 군은 미술용품을 갖고 싶다는 소원을 편지지에 열심히 써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중간쯤 썼을 때, 한 장면이 승혁 군의 머릿속에 퍼뜩 떠올랐습니다. 바로 세탁기가 없어 겨울인데도 차가운 물로 손빨래를 하는 엄마의 모습이었습니다.
2남 중 막내인 승혁 군은 평소 엄마의 일을 잘 도와주는 착한 아들입니다. 매일 네 식구의 옷을 빠느라 힘들어하는 엄마를 돕기 위해 직접 손빨래를 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쪼그려 앉아 빨래를 하다보면 금세 다리가 저려왔고, 찬물 때문에 손마저 시려왔습니다. ‘엄마는 이렇게 힘든 일을 매일하고 있었구나.’
엄마의 손은 2년 가량 이어진 손빨래로 이미 습진에 걸려있었습니다. 빨래를 마치고 방에 들어온 엄마는 습진 때문에 아파하며 손을 어루만졌습니다. 그런 엄마를 보며 승혁 군은 항상 가슴이 아팠습니다.
기적처럼 이뤄진 소원 “세탁기를 선물해주세요”
승혁 군은 지금까지 쓴 편지 내용을 다 지웠습니다. “미술용품은 지금이 아니어도 언젠간 가질 수 있지만, 엄마의 손은 지금이 아니면 지킬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렇게 다시 써내려간 승혁 군의 소원편지의 소원은 ‘세탁기’였습니다.
승혁 군을 엄마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는 동안에도 소원이 이뤄질 거란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보다 더 어렵고 힘든 친구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소원편지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드림풀에서 승혁 군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영화에서만 보던 그런 일이 승혁 군에게도 생긴 겁니다.
승혁 군은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지만, 이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습니다. 엄마는 승혁 군이 엄마를 위한 소원을 적은 것에 대해 대견해 했습니다. 아빠와 형도 승혁 군의 소원이 이뤄진 것에 대해 함께 기뻐했습니다.
세탁기를 놓을 공간이 없는 승혁 군의 집,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나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세탁기 선물을 받기 전 승혁 군 가족들은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집 입구를 개조해 만든 부엌에 네 식구가 겨우 누울 수 있는 방 한 칸, 작은 세면실로 이뤄진 집에 세탁기를 놓을 공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드림풀은 승혁 군 가족들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드림풀 매칭그랜트 캠페인’에서 모인 기부금으로 승혁 군 가족들이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도록 돕고 세탁기까지 선물해 줬습니다.
승혁 군의 하루를 바꿔놓은 ‘기부’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승혁 군은 이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산업디자인과나 시각디자인과에 진학해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승혁 군은 요즘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승혁 군의 소원을 들어준 것은 드림풀이 아닌 여러분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관심과 사랑이 승혁 군의 하루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승혁 군처럼 소원이 이뤄진 아이는 지금까지 총 40명입니다. 아직 소원이 이뤄지지 않은 아이들은 매년 편지지에 소원을 적어 드림풀에 보내오고 있습니다. 더 많은 아이들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포기와 좌절에 익숙한 빈곤현장 아이들이 소원성취를 통해 희망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시작된 ‘소원편지’. 그 편지들의 내용을 모아 ‘2016 소원달력’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아이들의 소원을 이루어줄 수 있도록 함께 하시는 분들과 이 달력을 나누고 싶습니다.
2만원 이상 기부하면 아이들의 소원이 담긴 달력을 보내드립니다. ▶ 기부 참여하기
원문: 이로운넷 / 글: 정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