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서너 살이 되었을 즈음부터 아쿠아리움에 많이 데리고 다녔다. 아직 제도권 교육을 받기 전이어서였는지는 몰라도, 이리저리 유영하는 물고기들을 보며 어린아이는 꽤나 신기해했다. 맑은 그 표정이 좋았다. 아침부터 헐레벌떡 준비해서 애써 걸음한 보람이 느껴진달까. 요즘 같으면 '뭐야 (하나), 시시해 (둘), 재미없어 (셋!)' 하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며 빼앗은 내 휴대폰으로 포켓몬이나 잡으려 했을 텐데.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물고기는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상어였지만, 대형 … [Read more...] about 니모를 찾는 아빠의 입장에서: 소중한 만큼 거리 두기
영화
1916년 10월, 나운규의 무성영화 〈아리랑〉이 개봉하다
1926년 10월 1일-나운규의 영화 <아리랑> 개봉 1926년 10월 1일, 나운규(羅雲奎, 1902~1937)가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감독한 영화 <아리랑>이 서울의 극장 단성사에서 개봉되었다. 흑백 화면의 무성영화였지만 이 영화는 이 땅의 민중들에게 일대 충격을 안겨준 혁명적 영화였다. 영화가 끝나면 감동한 관객들은 목 놓아 울며 아리랑을 따라 부르곤 했다고 한다.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와 함께 제1권이 시작되면 ‘개와 고양이’라는 … [Read more...] about 1916년 10월, 나운규의 무성영화 〈아리랑〉이 개봉하다
〈보건교사 안은영〉: 이상한 세상, 멀쩡한 자들을 위해!
'이경미 월드' 몇몇 감독은 본인의 이름을 그대로 딴 '○○ 월드'란 수식어를 가졌다. 물론 모든 감독에게 그런 수식어가 붙는 것은 아니다.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명확히 드러낼 때, 특히 여러 작품을 거듭하면서 그 세계관이 지속되는 걸 확인시켜줄 때 우리는 흔히 감독 이름을 붙여 '누구 월드'라고 부른다. 감독에게 있어 이것이 장점일지 단점일지는 각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나는 이 수식어를 장점으로 붙이곤 한다.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를 연출한 이경미 감독은 … [Read more...] about 〈보건교사 안은영〉: 이상한 세상, 멀쩡한 자들을 위해!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이라는 기준은 정말로 현실을 반영하는가
결혼 전 봤을 때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 봤을 때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 작품이 있다. 영화 〈클로저〉와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그랬다. 〈결혼 이야기〉도 10년 전이었다면 지금과 다르게 봤을 테지.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배경은 1950년대 중반 미국, 주인공은 부부인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릿)이다. 에이프릴은 결혼 전부터 배우로 성공하는 게 꿈이었는데 소질도 부족하고 애 둘 키우며 살다 보니 몰입해 노력할 환경도 안 된다. 프랭크는 회사원인데 일에 흥미도 … [Read more...] about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이라는 기준은 정말로 현실을 반영하는가
〈겨울왕국〉, 자책하는 엘사와 열린 문 안나
※ 〈겨울왕국〉과 〈겨울왕국2〉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흔히 속편은 무리하게 재미를 추구하다 인물의 성격에서 개연성을 잃곤 한다. 그러나 겨울왕국 2는 훌륭히 재미를 구현해냄과 동시에 우리의 주인공인 엘사와 안나의 성격의 개연성을 유지했고 동시에 각 캐릭터 나름대로의 성장까지 이루어냈다. 이 글에서는 〈겨울왕국 1〉과 연결하여 엘사와 안나가 어떠한 개인적 삶과 환경에서 성장했기에, 엘사는 자책을 과하게 하고 책임감이 지나친지 안나는 모두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 [Read more...] about 〈겨울왕국〉, 자책하는 엘사와 열린 문 안나
탈 쓰고 노래하는 유쾌한 교장 선생님, 학교에서 꿈을 찾은 아이들의 이야기: 스쿨 오브 락
대학 진학률 1위, 삶의 만족도는 뒤에서 1위 한국 고등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OECD 주요 국가 중 가장 높은 70.4%(2019년 기준). 하지만 청소년층의 삶의 만족도는 OECD 주요 국가 중 꼴찌. 한국 교육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어떤 숫자들입니다.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긴 세월 동안 한국 교육은 오직 대학만을 목표로 달리는 ‘시험 기계’를 만들어왔습니다. 2010년대, 개인의 개성과 정체성이 존중받는 다양성의 시대. 이제는 뭔가 조금… … [Read more...] about 탈 쓰고 노래하는 유쾌한 교장 선생님, 학교에서 꿈을 찾은 아이들의 이야기: 스쿨 오브 락
영화로 영어 공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암기한 것을 기억해 내는 행위가 아니다. 영어는 '영어'로 '사고'(추측, 상상, 추론, 비판, 감상 등)하는 과정이 '축적'되어 '스스로 깨달아(자각)' '저절로' 생기는 능력이다. 이 두 가지 팩트를 놓치고 영어 공부를 한다면 헛수고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서 쓴 글 「영어 공부의 허튼짓, 단어 암기」와 「새해에도 당신은 영어가 안 된다」 두 글을 읽고 난 후 지금부터 소개하는 '영화 또는 미드/영드로 영어를 공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따라 하길 … [Read more...] about 영화로 영어 공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집의 취향과 존엄, 영화 〈소공녀〉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은 둘이다. 바로 미소와 서울.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에서 미소는 자신의 취향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과감히 집을 포기한다. 대신 대학 때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들의 집에서 하룻밤씩 자며 집을 구하기 위한 보증금을 모아보자고 다짐한다. 그렇게 오랜만에 방문한 친구들의 집. 그런데 이 친구들, 집은 있지만 취향은 없다? 살아남기 위해 집과 취향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공간 서울에서 과연 미소는 취향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취향을 잃지 않되 … [Read more...] about 집의 취향과 존엄, 영화 〈소공녀〉
“신데렐라”: 지금 보니 신데렐라보다 새엄마가 더 불쌍하더라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아이가 언젠가부터 신데렐라 동요를 부르고 다니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친구들과 놀다가 배운 게 아닐까 싶다. 노래를 부르다 신데렐라에 대한 관심이 커졌던 걸까? 진짜 신데렐라를 보여달란다. 책으로 읽어주는 것 말고.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신데렐라』 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화면 비율이 요즘 TV에 맞지 않게 4:3인 것만 빼고는 볼만한 화질이었다. 영화 길이는 74분. 어린아이들이 … [Read more...] about “신데렐라”: 지금 보니 신데렐라보다 새엄마가 더 불쌍하더라
채드윅 보즈먼을 추모하며: 그의 흑인영화 다시 읽기
어느 비 오는 날, 영화배우 채드윅 보즈먼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사망 소식을 믿을 수 없어 자꾸만 검색을 해보다가, 그의 죽음이 돌이킬 수 없는 사실임에 허망해하다가, 이윽고 최근 그의 외모가 날이 갈수록 수척해졌음이 떠올랐다. 그는 세상에 알리지 않은 채 자신만의 싸움을 하며 영화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며칠간 다시 볼 수 없는 채드윅을 그의 영화를 통해 다시 만났다. 채드윅의 필모그래피는 흑인 인권의 고민을 담은 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세상에 나온 순서대로 인종차별 … [Read more...] about 채드윅 보즈먼을 추모하며: 그의 흑인영화 다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