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부산행〉이 한국 좀비영화의 새 역사를 쓰며 주목받았습니다만 그동안 한국에 좀비영화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80년 강범구 감독의 〈괴시〉를 시작으로 〈죽음의 숲 - 어느날 갑자기 네 번째 이야기〉 (2006) 〈이웃집 좀비〉(2009) 〈미스터 좀비〉(2010) 〈좀비스쿨〉(2014) 등이 만들어졌습니다. 그저 대규모 상업영화에 좀비가 등장한 것은 〈부산행〉이 처음일 뿐이죠. 세계 최초의 좀비영화는 1932년 작 〈화이트 좀비〉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이 영화는 … [Read more...] about 주말에 보기 좋은 좀비영화 베스트 10
영화
밀실과 미스터리의 숨 막히는 조합 ‘오텁시 오브 제인 도’
어느 젊은 여성의 시체가 부검소에 실려 온다. 부검의인 토미(브라이언 콕스)와 그의 보조이자 아들인 오스틴(에밀 허쉬)은 시체 부검을 의뢰받는다. 꽤 오래된 시체임에도 지나치게 깨끗한 외형에 의문을 품은 부자는 본격적으로 부검을 시작한다. 신원미상이기에 제인 도(Jane Doe)라고 이름 붙여진 시체는 부검할수록 사인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 미스터리만을 더해간다. 영화 <제인 도>는 86분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호흡곤란이 올 정도로 관객을 몰아간다. 시체 부검이라는 … [Read more...] about 밀실과 미스터리의 숨 막히는 조합 ‘오텁시 오브 제인 도’
결혼 후, 남과 여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
도시에서 잘 쉬기란 참 쉽지 않다. 어려운 건 아닌데,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라 ‘쉽지 않다’. 카페에 가면 스피커 위치를 먼저 살피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점에 가도 옆 테이블에서 너무 크거나 듣기 불편한 소리가 들리면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고 나온다. 사람 별로 없고, 드문드문 연 가게에서 정리하는 시간 갖기가 편해 주말에는 종종 여의도나 상암동에 간다. 내가 일하지 않는 동네니까 가능한 일. 일요일에는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하는 일본 영화감독 ‘나카히라 코우 회고전’에 다녀왔다. … [Read more...] about 결혼 후, 남과 여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
‘덩케르크’: 이것을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1. 타임머신 방의 예시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 먼 미래, 인류사상 첫 "타임머신 방"이 문을 연다. 타임머신을 이용해 고객을 과거의 역사 속 어디로든 보내주는 놀이시설이다. 물론 고객 안전과 역사 유지를 위해 고객과 과거 간 상호작용은 극히 제한되지만 고객은 과거의 사건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 소리를 들으며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 첫 고객은 영국인이었다. 먼 미래의 영국에도 "덩케르크 정신"이라는 말은 전해진다. 이 말의 유래가 궁금해진 그는 타임머신 방을 이용해 그 유명한 됭케르크 … [Read more...] about ‘덩케르크’: 이것을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덩케르크”의 공중전 장면
※본 글은 AIR&SPACE smithsonian 지의 「Dogfighting Over “Dunkirk”」를 번역한 글입니다. 1940년 여름, 민간 선박을 이용해 극적으로 자국의 군대를 프랑스에서 탈출시킬 수 있었던 영국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덩케르크는 이 사건을 서로 겹쳐지는 세 가지 다른 관점에서 끌고갑니다. 그들은 각각 해변에 갇혔던 몇 명의 보병, 이들을 구하기 위해 배를 끌고 영국해협을 건너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해변의 군인들을 지켜주면서 구조선을 공중 … [Read more...] about “덩케르크”의 공중전 장면
‘덩케르크’: 불확실한 시간과 폐쇄된 공간의 공포 영화
※ 이 글에는 영화 〈덩케르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불확실한 시간의 공포 〈덩케르크〉는 시간의 공포에 관한 영화다. 이 영화에는 땅과 바다, 하늘 총 세 가지의 시간이 차례로 전개된다. 땅에서의 일주일, 바다에서의 하루, 하늘에서의 한 시간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병렬적으로 이어진다. 세 종류의 시간은 ‘과학적으로는’ 확실히 다른 시간이다. 일주일은 하루의 일곱 배고, 하루는 한 시간의 스물네 배다. 하지만 영화 안에서는 거의 동등한 비중으로 다루어진다. 영화의 시간 … [Read more...] about ‘덩케르크’: 불확실한 시간과 폐쇄된 공간의 공포 영화
무비 스타로도 활약하는 래퍼 Choice 5
가수가, 그것도 래퍼가 무슨 연기냐고 하는 이야기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랩스타와 무비스타는 전혀 다른 직종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많은 래퍼들은 배우로서의 커리어와 뮤지션으로서의 커리어를 동시에 쌓아왔다. 이는 70~80년대 흑인들이 즐겨보던 블랙스플로테이션 영화에 유명한 디스코 뮤지션들이 출연하던 것이 이어진 나름의 전통(?)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가령 투팍은 <주스>(1992)나 <포에틱 저스티스>(1997) 등의 영화에서 주연으로 활약했고, 스눕 독은 … [Read more...] about 무비 스타로도 활약하는 래퍼 Choice 5
영국을 위한, 영국에 의한, 영국의 기적: 덩케르크 철수
북부의 영국 대륙원정군(British Expeditionary Force, BEF)과 프랑스군은 계획대로 독일군을 상대하기 위해 전진했으나 실제로는 함정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독일 육군 최고사령부의 계획은 벨기에로 기갑전력 대부분을 투입하는 것이었다. 25번에 걸쳐 수정되었는데, 독일에는 다행히도 천재전략가 만슈타인이 있었고 그의 도박 같은 계획이 채택되었다. 북부 침공은 연합군을 북부에 붙잡아 두고 마지노선 못지않은 장애물인 아르덴느(Ardennes) 숲으로 기갑전력을 투입해 … [Read more...] about 영국을 위한, 영국에 의한, 영국의 기적: 덩케르크 철수
영화 “덩케르크”의 배경 Op. Dynamo(됭케르크 철수작전)
가짜 전쟁의 끝 1939년 8~9월, 독일은 소련과의 불가침조약(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을 체결하고 폴란드를 기습적으로 침공하였다. 이에 동맹국이었던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에 선전포고하였으나, 전쟁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군사활동은 하지 않았다. 프랑스군 일단의 병력이 독일 국경을 넘었지만, 적극적 공격 의지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마저도 금세 철수하였다. 독일 또한 폴란드 전역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전포고만 해 놓고 전투는 벌이지 않는 상태가 장기간 … [Read more...] about 영화 “덩케르크”의 배경 Op. Dynamo(됭케르크 철수작전)
‘옥자’, 조금 미친 현대인과 통역 없는 사랑법
※ 이 글에는 영화 〈옥자〉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숭고한 아름다움과 현실의 아이러니 〈옥자〉는 아름답다. 거대 기업의 기만, 잔인한 육식 시스템, 비정상적 인간들의 자기모순을 다루고 있는데도 말이다. 영화는 절망적인 현실을 담아내면서도, 숭고한 필터를 사용했다. 첩첩산중의 강원도 산골, 거대한 자연에 ‘옥자’와 ‘미자’ 둘만 존재하는 듯한 모습은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를 생각나게 한다. 우리는 잊고 있던 이 좁은 반도의 대자연을 기억하면서, 인간과 동물의 우정이라는 … [Read more...] about ‘옥자’, 조금 미친 현대인과 통역 없는 사랑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