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 장커 감독의 문제작 <천주정>(2014)은 강렬한 오프닝으로 시작한다. 토마토를 가득 실은 트럭이 전복돼 도로에 토마토를 쏟아낸 채 멈춰서 있다. 그 옆에는 한 남자가 토마토 하나를 들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던 또 다른 남자가 강도 세 명의 습격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남자는 총을 꺼내 세 사람을 쏴 죽이고는 토마토를 쏟아낸 트럭 옆을 지나간다. 토마토를 들고 있던 남자가 토마토를 먹으려는 순간 멀리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이 … [Read more...] about “천주정”, 돈다발로 뺨 때리는 중국 자본주의
영화
에일리언처럼 입이 두 개인 생물이 있다?
1979년에 개봉한 영화 에일리언에는 입속에 다시 이빨을 가진 입이 하나 더 있는 에일리언이 등장합니다. 당시에는 특별히 어떤 생물체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 공포감을 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놀랍게도 자연계에 실제로 입이 두 개인 생물체가 존재합니다. 그것도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곰치 (moray eel)에 두 번째 입이 숨어있습니다. 이는 인두턱(Pharyngeal jaws)이라고 불리는 두 번째 입으로 진짜 턱과 비슷하게 아가미 궁(gill arches) 의 변형으로 진화된 것입니다. 그런데 … [Read more...] about 에일리언처럼 입이 두 개인 생물이 있다?
‘웬디와 루시’ 영화가 가난을 그리는 방법
켈리 레이차트 감독의 〈웬디와 루시〉는 가난한 여자 웬디와 개 루시의 이야기입니다. 2008년작인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불분명하지만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로 유추해볼 때 금융위기 당시가 아닐까 합니다. 집도 전화도 없는 웬디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알래스카로 향하던 중 북서부 오리건 주의 작은 마을에서 차와 개를 잃고 완전한 빈털털이가 됩니다. 레이차트의 페르소나인 미셸 윌리엄스가 웬디를 연기하는데 가난의 고통을 차분하게 헤쳐나가는 모습과 공허한 표정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 [Read more...] about ‘웬디와 루시’ 영화가 가난을 그리는 방법
영화 “대립군”, 임진왜란의 광해원정대
1592년 임진년, 왜군에 쫓기던 선조는 명으로 가고자 하나 분노하는 민심이 두렵다. 하여 세자 광해군(여진구)에게 분조한다. 임금을 대신하게 된 광해는 신철 장군의 진영에 합류하기 위해 강계로 떠난다. 이 과정에서 대립군을 호위무사로 고용한다. 대립군은 다른 사람의 군역을 대신 해주고 돈을 받는 사람들, 한 마디로 용병이다. 대립군의 수장 토우(이정재)와 광해는 목숨을 건 여정 속에서 서로 닮은 점을 발견한다. 그것은 둘 다 다른 사람을 대신해 살아왔다는 것. 이제 그들은 강계 산성에서 … [Read more...] about 영화 “대립군”, 임진왜란의 광해원정대
한국판 니키타 혹은 킬빌, “악녀”
영화는 1인칭 슈팅 게임을 하는 듯한 액션 시퀀스로 시작한다. 건물에 잠입한 킬러는 처음엔 총으로, 나중엔 칼을 들고 건장한 남자를 하나씩 처리해 나간다. “혼자 왔어? 여자가 겁도 없이.” 이렇게 말하는 근육질 남자는 당연히 가장 괴로운 방법으로 죽는다. 거울 앞에서 카메라는 인물 밖으로 빠져나와 처음으로 3인칭 시점이 된다. 검은색 재킷을 입은 숙희(김옥빈)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수많은 남자들을 가볍게 처단하고 마침내 보스의 목을 헬스장의 줄넘기 줄로 감은 뒤 창밖으로 뛰어내린다. 목적을 … [Read more...] about 한국판 니키타 혹은 킬빌, “악녀”
‘원더우먼’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을 다섯 가지
제우스의 후손이자 아마존의 전사로 지구를 지켜온 원더우먼이 돌아왔다. 윌리엄 몰튼 마스턴이 마가렛 생어의 페미니즘 이론과 그리스 신화를 참조해 그린 만화를 DC코믹스에서 연재하기 시작한 것이 1941년, TV시리즈로 제작돼 큰 인기를 얻은 것이 1975~1979년이니 대략 40년만의 컴백이다. 원더우먼이 극장판 실사 영화로 제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C필름스는 배트맨, 슈퍼맨과 함께 왕년에 DC코믹스 세계를 주름잡던 슈퍼히어로들을 차례로 스크린에 부활시키고 있다. ‘원더우먼’은 … [Read more...] about ‘원더우먼’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을 다섯 가지
(약스포 주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 위선을 버린 홍상수
"내 삶을 재현하거나 선언하는, 자전적인 영화를 만든 건 아니다. 그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왜곡이 있을 수 있으니까. 내 작업 방식은 내 안의 개인적인 디테일을 모아서, 그걸 자유롭게 배열하는 것이다. 나와 가까운 디테일을 가져오는 이유는 나로 하여금 진실해야 한다는 무게감을 주기 때문이다." - 홍상수 2개의 챕터로 나뉜 영화에서 25분가량 진행되는 1부는 독일 함부르크가 배경이고, 1시간 10분 남짓 진행되는 2부는 강릉이 배경입니다. 1부에서 영화배우인 … [Read more...] about (약스포 주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 위선을 버린 홍상수
76년만에 돌아온 “원더우먼”에서 눈여겨 볼 세 가지
제우스의 후손이자 아마존 전사인 원더우먼이 돌아왔다. 1941년 만화에서 첫 등장한 이후 76년 만에 탄생한 첫 영화로 공개되자마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94%, IMDB 평점 8.5로 압도적이다. <다크나이트> 이후 최고의 DC 작품이라는 극찬과 함께 화려하고 우아한 액션, 흥미진진한 스토리, 남녀차별을 꼬집는 사이다 발언 등 재미와 의미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한국에서도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을 예고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 … [Read more...] about 76년만에 돌아온 “원더우먼”에서 눈여겨 볼 세 가지
[스포 주의] 아마존 전사 ‘원더우먼’ 우아한 시작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상이 선과 악이 대결하는 장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십중팔구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며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리는 선한 의지를 가진 능력자가 나타나 세상의 불합리함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길 바란다. 영화 속 슈퍼히어로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반세기 전 만화책 속에 살던 슈퍼히어로들은 21세기 난제들을 해치워주길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을 등에 업고 부활했다. 돌연변이 인간, 돈 많은 과학자, 신, 외계인 등 출생의 비밀도 … [Read more...] about [스포 주의] 아마존 전사 ‘원더우먼’ 우아한 시작
한국의 콘텐츠는 감정이 너무 과하다
시작하며 TV를 틀어서 한국 드라마를 보자면 도저히 차분해질 수가 없다. 거의 항상 울고, 울지 않으면 화를 내고, 화를 내지 않으면 행복에 겨워서 날뛴다. 조울증에 빠진 것 같다. 감독들은 한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해주기 위해 음악을 이용하는데, 한국 드라마에서는 음악이 도무지 끝나지를 않는다. 1시간짜리 드라마에 55분 정도는 음악으로 채워져 있다. 감독들은 너무도 편리하게 음악으로 감정씬을 처리하려고 한다. 쪽대본 때문일까? 그럴 것 같지 않다. 오히려 한국적 특징에 가깝다. … [Read more...] about 한국의 콘텐츠는 감정이 너무 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