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이 글은 '천년의 상상'에서 펴낸 『1970, 박정희 모더니즘'』(황병주·김원·천정환·김성환·권보드래)의 저자 중 한 명이 발췌·수정한 것입니다. 각 부분의 필자는 문단 아래 표기하였습니다. 세계사적 미스터리, 10.26. 10․26은 단군 이래 최대의 미스테리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굳이 유사한 사건을 꼽자면 한반도를 벗어나 세계사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브루투스의 시저 암살 정도가 비교될 만하다. 이 사건이 놀라운 것은 최측근의 최고 권력 살해라는 엽기성뿐만이 … [Read more...] about 10.26 36주년: 박정희의 18년 독재의 끝
인문
로마의 무덤, 파르티아 ①
※ 필자주: 일베에서 폭식 투쟁이라는 어이없는 시위를 한 적이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표현을 하는 사람도 천박하거나 남을 해치는 자유는 삼가야겠죠. 나치 친위대, 홍위병과 크메르 루주, 모두 이렇게 마음이 병든 사람들의 집단 광기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이 역사를 배운다면, 집단 광기는 결국 자신에게 더욱 큰 피해가 돌아온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정치운명이 결정난 페르시아 원정입니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페르시아 원정 기원전 … [Read more...] about 로마의 무덤, 파르티아 ①
올리버 색스 – 나의 생애 (My Own Life)
한 달 전까지, 나는 스스로가 건강하다고 믿었습니다. 그것도 매우. 지금도 여든 한 살의 나이로 하루에 일 마일을 헤엄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운이 다했나 봅니다. 몇 주 전 간에 다발성 전이암(multiple metastases)이 발생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9년 전 안구 흑색종(occular melanoma)이라 불리는 드문 종양이 한쪽 눈에서 발견된 적이 있습니다. 종양을 제거하기 위한 레이저 및 방사선 치료 때문에 그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어버리긴 했지만, 그러한 종양이 전이되는 … [Read more...] about 올리버 색스 – 나의 생애 (My Own Life)
보이지 않는 전제의 중요성
1. 논증의 기초로 여겨지는 삼단 논법은 두 개의 전제와 하나의 결론으로 이루어진다: “올림피아 경기의 승리자는 월계관을 받는다. 도리에우스는 올림피아 경기의 승리자이다. 따라서 도리에우스는 월계관을 받았다.” 이 세 문장은 삼단 논법의 대전제 – 소전제 – 결론의 고전적이고도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앞의 두 전제를 기반으로 해서 마지막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 이것이 삼단 논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언어생활을 보면 저렇게 저렇게 정확한 말이나 문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 [Read more...] about 보이지 않는 전제의 중요성
죽음에 관하여
1. 한 달 남았습니다. 더 이상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는 담도암 말기였다. 암으로 죽어가는 사람의 경과는 대체로 두 가지로 갈리는데, 멀쩡히 삶을 영위하다가 갑자기 진행된 암이 발견되어 급하고 격한 투병 후에 죽어가는 경우와 적당한 초기에 발견되어서 몇 년간 배를 열고 닫으며 그때마다 혹여나 하는 희망과 역시나 하는 좌절을 겪으며 도로 꿰매진 배를 바라보고, 바뀌어가는 항암제와 항구토제와 기타 먹어야 하는 역한 약을 밥보다도 더 많이 삼키다가 결국 병원과 진행된 암에 시들어져 버리는 … [Read more...] about 죽음에 관하여
너는 특별하지 않단다
당신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내가 예전에 교회에서 참 좋아했던 말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특별한 나' 이런 식의 표현이었다. 자존감이 낮거나,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정서적 결핍으로 메마른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이런 표현들은 나름 기독교적인 가치를 잘 드러내는 훌륭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수 태연이 부르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개신교 내부의 '우리끼리만 특별하고 구원받았다'는 의식이 … [Read more...] about 너는 특별하지 않단다
두 예술가 이야기
이 이야기는 지난 1년간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대화들을 기록한 일기를 발췌하여 작성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둘 다 예술과 관련한 주제의 대화를 기록한 것인데, 전혀 예술과는 거리가 먼 장소에서 이루어진 대화라는 점이다. 이처럼 배움은 뜻밖의 장소에서 찾아오며, 삶은 언제나 우연적 필연이 연속된다. 1. 2015년 5월 26일 일기 (음식점 사장님의 이야기) 한예종 후문 옛 치킨매니아 자리에는 ‘15’라고 적힌 음식점 간판이 있다. 주인장 말에 따르면 정확한 가게의 명칭은 ‘쌀롱 15’이나, … [Read more...] about 두 예술가 이야기
객관화의 환상과 제도 개혁
장자의 천도편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제나라 환공이 성인의 말씀이 쓰여진 책을 읽고 있었는데 마루아래서 수레바퀴를 깍고 있던 윤편이 그 성인이 이미 죽고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자 그 윤편이 말한다. 그렇다면 공께서 읽고 있는 것은 옛사람의 찌거기군요. 환공이 화가 나서 왜 그런가 물었더니 윤편이 이렇게 대답한다. 자기도 바퀴를 깎고 있는데, 그 비결을 아들에게 가르칠 수가 없어서 여전히 이 늙은 나이에도 바퀴를 깎고 있다는 것이다. 성인도 분명히 자기가 체득한 것을 책에다 쓸 수 없었을 … [Read more...] about 객관화의 환상과 제도 개혁
위인들도 피할 수 없는 찌질함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란 노래가 있다. 5분 남짓의 멜로디에 100명의 위인들을 인물별로 대략 한 줄 요약 정도로 총망라한 것인데 작사가가 대단하다 싶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매국한 이완용이 위인이냐는 문제가 제기됐고, 노래 제목을 ‘한국을 빛낸 100명의 사람들’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직 제목이 ‘위인’인걸 보니 ‘안중근은 애국, 이완용은 매국’이라는 가사의 대구(對句)일 뿐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는 의견이 우세했나 보다. 이 노래를 유치원에서부터 … [Read more...] about 위인들도 피할 수 없는 찌질함
상상력이 가난한 나라
압축고도성장의 폐해 한국은 빠르게 성장한 것을 자랑해 왔다. 심지어 한국의 대표그룹인 삼성조차 세계최초의 물건을 만들기보다는 빨리 남이 하는 것을 쫒아가는 것을 잘한다고 자랑할 정도다. 빨리 빨리 저 고지로 가자,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런데 그게 공짜가 아니다. 남이 이미 오른 고지에 오르는 것에 집중하다보니까 체질적으로 창조력이나 상상력이 점점 고갈되며, 싹이 잘려져 나간다. 결국 부실하게 지은 빌딩같은 발전이 된다. 높아질수록 오히려 밑둥이 점점 흔들리는 것이다. 새로운 … [Read more...] about 상상력이 가난한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