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진짜 좋은 제품인데요! 삼성화재RC로 보험영업을 하는 친한 형이 있다. 술친구다. 외대 앞에서 술 먹다가 만났고, 그 뒤로는 호형호제한다. 나도 지인도 형에게 보험을 한두 개 가입해두었다. 장애인인 내가 상해보험이 가입되는지 상당한 노력 끝에 알아봐 주시고, 그게 되지 않자 다른 보험상품을 통해 다소 보장받을 수 있는 대안적인 방안을 찾아주었다. 특이한 건 이 형의 이력인데, 외대 이탈리아어과를 나오고 로마에 교환학생으로 유학까지 다녀왔다는 점이다. 더 특이한 건 명문 외고 … [Read more...] about “왜 내가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못 알아보는 거야?”
숭례문은 어쩌다 다 탔을까?
의사결정과 책임성에 관련한 논문을 읽다가 발견한 흥미로운 글. 2008년 2월 10일, 숭례문이 불탔다. 화재 5시간 만에 국보 1호가 전소한 대참극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이 화재 직후 3분 만이라는 점이다. 가히 빛의 속도라고 부를 만하다. 그런데 왜 소방관이 다 출동했음에도 숭례문이 전소한 걸까? 이 아이러니를 주목해보고자 한다. 현대 사회의 대부분 조직은 전문화를 통해 기능의 분화를 꾀하고, 조직단위와의 협력을 통해 문제해결과 효과적 대응방안을 … [Read more...] about 숭례문은 어쩌다 다 탔을까?
그때 의료과실을 입증해준 단 한 명의 의대생
생후 10개월. 척수공동증이 발병하고 내 등 한복판에는 큰 구멍이 생겼다고 한다. 움푹 파인 걸 보며 의학적 지식이 전무했던 20대 신혼부부, 나의 부모는 조금은 이상하지만 애들 피부가 약해서 그렇겠거니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구멍이 커지면서 아이, 그러니까 나의 좌측 상·하반신이 마비되어 울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자, 그제야 뒤늦게 사태를 파악했다. 아 이거 엄청 잘못되었구나. 그리고 갓난애를 비행기 태워 서울대학병원으로 이송했고, 긴급 수술을 통해 좌측 하반신을 제외한 부분의 마비 증상을 … [Read more...] about 그때 의료과실을 입증해준 단 한 명의 의대생
지금, 장애학생에게 필요한 것
2012년 3월, 나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예술대학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연극원(연극 단과대학) 최초의 지체 장애 학생이었다. 우리 대학교에는 장애 학생을 도와줄 수 있는 장애 학생 전담 선생님이 존재하지 않았다. 장애 학생들은 학생들의 전반적인 편의 복지를 담당하는 학생과 담당 선생님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그나마 최선이었다. 나는 겨우겨우 학교에 적응하며 학교 측에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직접 요구해야만 했다. 가장 먼저 해결했던 것은 기숙사에 대한 문제였다. … [Read more...] about 지금, 장애학생에게 필요한 것
뜨겁게 거칠게 휠체어컬링을 조명하다
‘빙판 위의 체스이자 야구’와 같은 휠체어컬링 9회 말 2아웃에서의 투구 하나를 앞두고 모두가 지켜보는 긴장감, 과연 넘어설 것인가 막아낼 것인가 양 팀이 숨죽이며 침을 꼴딱 삼키는 이 짜릿한 상황.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경기 중 하나인 야구를 시청해본 적 있다면 모두들 이 긴장과 희열을 공감할 것이다. 사실 대다수의 스포츠는 숨을 한번 들이켰다 내쉴 사이의 속도로 경기의 승패가 결정된다. 그러나 반대편에는 마치 야구와도 같이 호흡을 깊게 갖고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느림의 … [Read more...] about 뜨겁게 거칠게 휠체어컬링을 조명하다
단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있어 성별이 뭐가 중요한 것일까
늘 감명 깊은 글을 생산하는 손아람 작가와 정현석 작가의 페이스북을 보고 세바시 사태를 알게 되었다. 세바시에서 최근 공개한 강동희 강연자의 '성소수자도 우리 사회의 분명한 구성원입니다’ 강연이 비공개 처리되었다. 교회의 교단과 교인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는 것이 그 주된 이유였다.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진 이들 역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뻔하게 말하는 강연이 과연 그렇게도 충격적인 내용인가. 단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있어 성별 따위가 얼마나 중요한 걸까. 같은 성별의 사람을 … [Read more...] about 단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있어 성별이 뭐가 중요한 것일까
올림픽 정신의 꽃, 패럴림픽의 진정한 가치
올림픽과 패럴림픽, 손에 손잡고 오늘날 올림픽은 페어플레이 정신과 연대감을 목적으로 각국의 선수 간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심신을 향상하고, 문화와 국적을 아우르는 차이를 극복하는 화합의 의미를 새기고 있다. 패럴림픽 역시 또 하나의(Parallel) 올림픽(Olympic)으로서, 장애인의 체육활동을 장려하고, 서로 화합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대표적인 지구촌 축제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지금은 나란히 개최되지만 과연 처음부터 함께였을까? 올림픽은 기원전 8세기, 고대 그리스의 … [Read more...] about 올림픽 정신의 꽃, 패럴림픽의 진정한 가치
‘더러운 잠’ 논란 : 표현의 자유와 존엄성에 대해
표창원 의원이 주최한 그림 전시회 '곧바이전'에서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표창원 의원과 해당 작가를 향해 연일 공세가 이어지자 이들은 헌법 22조에 명시된 '학문과 예술의 자유', 즉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았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이 사태를 두고 누군가는 돌고 도는 주제, '예술과 포르노의 경계(혼란스럽겠지만 예술은 포르노가 아닌 예술이다.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다.라는 논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케케묵은 연설을 하고 있다. 현재 작품성 그 … [Read more...] about ‘더러운 잠’ 논란 : 표현의 자유와 존엄성에 대해
소라넷과 법의 문제, 그리고 도덕
소라넷에 대하여 미국법이 어떻고, 본사가 어딨고, 표현의 자유를 지켜달라 그리고 나는 소라충 아니다 등의 각양각색의 글을 보다 보면 한국사회에서의 도덕적 권리는 이미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개인의 인권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단지 법적 의무로서가 아니라, 인간들 사이의 공존을 규정하는 자연적인 도덕적 권리이다. 캘리포니아 법이 어떻고 얘기하는 것은 소라넷이라는 기업체 하나의 운영을 닫기 위해 필요한 사안일 뿐이다. 소라넷이 한국법 혹은 미국법에 준거한 법인인가 아닌가, … [Read more...] about 소라넷과 법의 문제, 그리고 도덕
두 예술가 이야기
이 이야기는 지난 1년간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대화들을 기록한 일기를 발췌하여 작성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둘 다 예술과 관련한 주제의 대화를 기록한 것인데, 전혀 예술과는 거리가 먼 장소에서 이루어진 대화라는 점이다. 이처럼 배움은 뜻밖의 장소에서 찾아오며, 삶은 언제나 우연적 필연이 연속된다. 1. 2015년 5월 26일 일기 (음식점 사장님의 이야기) 한예종 후문 옛 치킨매니아 자리에는 ‘15’라고 적힌 음식점 간판이 있다. 주인장 말에 따르면 정확한 가게의 명칭은 ‘쌀롱 15’이나, … [Read more...] about 두 예술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