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의원이 주최한 그림 전시회 ‘곧바이전’에서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표창원 의원과 해당 작가를 향해 연일 공세가 이어지자 이들은 헌법 22조에 명시된 ‘학문과 예술의 자유’, 즉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았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이 사태를 두고 누군가는 돌고 도는 주제, ‘예술과 포르노의 경계(혼란스럽겠지만 예술은 포르노가 아닌 예술이다.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다.라는 논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케케묵은 연설을 하고 있다.
현재 작품성 그 자체로 논란이 되고 있는 ‘더러운 잠’의 조악한 예술성에 관한 얘기는 잠시 뒤로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인간의 존엄성,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구성하는 성질에 관해 먼저 얘기하고자 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과연 무엇을 가리키는가에 대해 헌법학자들의 의견은 서로 분분하다. 이것이 기본권의 본질만을 포함하는 것인지, 아니면 더 나아가 광범위한 인격의 권리를 모두 포함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
헌법상 구분이 명확히 되어있지 않은 인간의 권리임에도, 우리가 타인의 존엄성을 해치고자 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 사회에서 공유하는 사회 생활 내에 잠재된 공통의 도덕적 규범, 이것이고 저것이다고 명확하게 구분짓기 애매하지만 넘어서는 안 될 선에 대해서 모두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엄성은 곧 인간의 기본인권을 보장하고, 하나의 개별적 독립체로서 종속되지 않고 살아갈 권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제 박근혜의 존엄성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최고 존엄’으로서의 얘기는 아니다. 대통령 박근혜에 대해 사전적 전제가 필요하다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경유착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고 있지 않았으며, 대통령으로서 접근할 수 있는 국가안보 및 군사기밀을 그 측근과 공유하고 비리를 일삼았던,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지켜주지 못한 무능한 대통령, 그 끝에 현재 탄핵소추를 받아 현재로부터 심판을 기다리는 박근혜에 대한 얘기다.
그녀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느슨하게 작성되었음은 이해를 바란다. 일종의 ‘범죄자’인 박근혜의 존엄은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는가.
이에 대한 결정은 우리의 몫이 아니다. 즉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성을 다룰 방식과 범위에 대해서는 우리가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앞 단락에서 언급한, 개별적 독립체로서 타인에게 종속과 침해당하지 않고 보장받을 수 있는 기본인권으로서의 존엄성에 대한 권리이다.
나는 이번 <더러운 잠>이 불쾌한 이유로써,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뛰어넘는 추악함, 즉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지 못하는 반인권적 태도에 있다고 본다. 박근혜의 임기 시작부터 끝까지의 행적에 대해 많은 이들이 온전한 구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그 자신에 대한 업적 평가와 여성 대통령에 대한 업적 평가가 뒤섞여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르신들끼리 흔히 나누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래서 여성 대통령을 뽑아서는 안됐다.’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박근혜에 대한 평가는 여성대통령에 대한 편견과 평가로 뒤섞여서는 안될 문제이다. 마찬가지로, 박근혜에 대한 풍자도, 나체의 여성에 박근혜의 얼굴을 합성케 해, 성적 희롱과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영역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과거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동시에 여러 수감자가 머무는 교도소에서 감방 한구석의 칸막이가 허술한 화장실에서 제소자의 용무를 보게 하는 것은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행위이며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임을 결정한 바 있다.
나는 곧 탄핵당할 박근혜와 이번 <더러운 잠> 사태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하고 싶다. 해당 작품은 국회 1층에 전시되면서 타인의 나체를 상상하게 강요함으로써 여성의 수치심을 불러일으키고, 곧 개인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정치 풍자의 측면으로 보았을 때 대통령 박근혜와 여성으로서의 박근혜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 떨어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외치는 표현의 자유가 훼손되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전시 작품은 국회에서 내려진 후 남은 전시를 벙커에서 진행하며, 이번 전시를 주최한 표창원 의원은 형사 고발되지 않았고 민주당 내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었으며, 전시 작품을 파손한 보수단체 회원 3인은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조사받고 있다. 이 와중에 난데없는 탄압을 외치는 것은 가도 한참 갔다는 뜻이다.
미술에서의 취향이 인권 감수성의 침해 자체를 허락하는 폭력적인 표현의 자유는 어디에도 없다. 이는 표현의 자유 자체가 독자적으로 반응하는 개념이 아니라, 인권과 존엄을 지키는 배경에 함께 포함되어 존중받고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여성 수치심과 비하에 대해 무감각한 정치인, 예술적 안목과 취향에 대해 무감각한 정치인들이, 여러모로 감 좀 잡았으면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