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넷에 대하여 미국법이 어떻고, 본사가 어딨고, 표현의 자유를 지켜달라 그리고 나는 소라충 아니다 등의 각양각색의 글을 보다 보면 한국사회에서의 도덕적 권리는 이미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개인의 인권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단지 법적 의무로서가 아니라, 인간들 사이의 공존을 규정하는 자연적인 도덕적 권리이다. 캘리포니아 법이 어떻고 얘기하는 것은 소라넷이라는 기업체 하나의 운영을 닫기 위해 필요한 사안일 뿐이다.
소라넷이 한국법 혹은 미국법에 준거한 법인인가 아닌가, 수익을 탈세할 여지가 있는가 아닌가를 취재한 후 불법 사이트 소라넷으로부터 여성들을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어떤 규모의 조직이 연루되었는지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는 타인으로부터 정신적, 신체적으로 훼손당하지 않고 지켜질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토록 당연한 사실이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의 소라넷 취재 이후부터 의무관계와 타당성이 성립된 것만 같다. 그러나 애초, 도덕적 인정관계는 모든 사람들 사이에 자연적으로 성립하며, 이것은 다른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관계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존 로크는 이와 같이 인간에게 부여된 자연적인 권리에 대해 얘기하길, “자연 상태 속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의무를 지우는 자연법이 지배한다. 이 자연법은 이성에 합치하는데 인류가 이 이성에게 조언을 구하겠다는 의향만 있다면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 바로 모든 사람이 동등하고 자립적이기 때문에 아무도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소유, 건강, 자유에 해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소라넷에서의 ‘초대’가 우리 형법 상의 강간인지, 강간 미수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당연히 이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문제이며, 의무적으로 지켜야 할 문제이다.
소라넷에 대한 공격도, 그리고 소라넷의 대응도 ‘우리의 활동이 과연 법적으로 타당한가, 아닌가’에 머물고 있는 오늘이 너무도 암울하다. 개인의 도덕과 그 존엄성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 사는 것만 같다. 이 모든 법적 논쟁이 결국은 인간이 아닌 자들과 사는 것만 같은 소외를 불러온다.
출처: 변재원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