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와 하층민을 버리고 도주한 양반들 1231년 몽골은 고려를 공격한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몽골 침략의 서막이었다. 원정군 사령관은 살리타이. 8월경 의주를 공략한 몽골군은 북방의 성들을 짓밟으면서 남하했다. 고려의 중앙군이 출동했으나 오늘날의 안주에서 괴멸된다. 이후는 살리타이의 독무대였다. 살리타이는 개경을 포위하는 한편 별동대를 보내 경기도 일원과 충청도 일원까지 쑥밭을 만들었다. 그 별동대 중 일부가 충주에 이른 게 1231년 12월. 부사 우종주, 판관 유홍익 등이 성을 … [Read more...] about 800년 전 나라를 버린 양반의 목을 벤 노비들
역사
나, 나, 나
1. 구로사와 아키라, 『카게무샤(1980)』에서 어둠 속, 세 남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행동을 하는 이들은 나란히 앉아 말을 주고받는다. 키도 비슷하고, 얼굴도 비슷하고, 수염마저 비슷하게 쓰다듬는 이들이 모두 다른 사람임을 의심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2. 때는 일본 전국 시대, 사형을 기다리던 도둑 하나가 영주 앞으로 끌려 온다. 고후의 영주 다케다 신겐[武田信玄]. "가이의 호랑이[甲斐の虎]"로 불리는 그는 주변의 오다, 도쿠가와 집안이 … [Read more...] about 나, 나, 나
일본에게 정복당한, 이용당한, 차별당한 땅 “오키나와”
한 독립 왕국의 이야기 어디에나 중심과 변방이란 건 있을 거야. 세상의 중심이 자기네라고 여겼던 중국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는 변방의 소국이었겠지. 하지만 우리 안에서도 변방은 존재하고 그 변방은 왕화(王化)가 이뤄지지 않은 동떨어진 동네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지. 이를테면 제주도처럼.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유사한 처지로 일본의 오키나와가 있을 거야. 제주도만큼이나 슬프고 사연 많은 일본의 변방. 제주도는 독립왕국의 기억이 그리 선명하지 않지만 오키나와는 달라. 오키나와는 17세기 초 이전에는 … [Read more...] about 일본에게 정복당한, 이용당한, 차별당한 땅 “오키나와”
동독 엘리트와 북한 엘리트: 모드로프와 김일성
지난달에는 동독정권 말기의 수상을 역임했던 모드로프(Hans Modrow)를 면담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86세의 고령임에도 정정했고 눈빛도 날카로웠습니다. 특히 동독 말기를 회상할 때는 날짜까지 일일이 밝히는 놀라운 기억력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오늘은 그로부터 들은 이야기 중 흥미로운 부분을 소개하고 한반도 문제에 주는 시사점을 짚어볼까 합니다. 다만 이번 인터뷰는 제가 조직한 게 아니라 다른 분들의 인터뷰에 갑작스럽게 합류하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제가 알고 싶은 내용을 충분히 들을 … [Read more...] about 동독 엘리트와 북한 엘리트: 모드로프와 김일성
희망의 아이콘 헬렌 켈러의 숨겨진 역사
한때 그런 농담이 돌았다. 세계 위인들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것이다. 나폴레옹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키가 작아 장가도 못가고 특정 지역 출신으로 출세는 꿈도 못꾸었을 것이고, 퀴리부인은 여자라서 박사 학위에서 밀려 나이든 조교로 빌빌 매고 있을 것이고 운운의 농담인데, 여기에 헬렌 켈러를 추가해 보자. 헬렌 켈러가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아마도 평생 장애인 시설에 갇혀 살거나 “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어요. 나 아니면 저 아이가 어떻게 살겠어요.”라고 울먹이는 … [Read more...] about 희망의 아이콘 헬렌 켈러의 숨겨진 역사
조선시대 쿠데타 성공에는 몇 명이 필요했을까?
● 쿠데타의 역사 우리 역사에서 '쿠데타'라는 단어는 매우 친숙하다. 건국 후 60여 년 동안 2번의 쿠데타가 일어났고, 이로 인해 3명의 군인출신 대통령을 두었으며, 이들에 의해 30년간의 통치를 경험해야 했던 것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다. 과거에는 이런 쿠데타를 흔히 '정변'이나 '반정'이라고 했다. 물론 성공한 쿠데타에 한해서다. 실패하면 흔히 '난' 혹은 '반란'으로 치부되었다. 쿠데타나 반정을 미화하기 위해 흔히 '혁명'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여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 [Read more...] about 조선시대 쿠데타 성공에는 몇 명이 필요했을까?
테세우스의 배
일관성, 얼마나 지킬 수 있으십니까? 1. 옛날 옛날, 그리스 남쪽 크레타 섬에는 미노타우르스라는 괴물이 살았다. 사람의 몸에 소의 머리를 한 이 괴물은 미궁 속에 갇혀 있었는데, 생긴 것만큼이나 식성도 괴이하여 사람의 고기만을 먹었다. 그래서 크레타 사람들은 바다 건너 아테나이 왕국에 해마다 선남선녀 열두 명을 식사거리로 바치도록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런 일이 계속될 수는 없는 법, 결국 아테나이의 왕자 테세우스는 산제물로 바쳐지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미궁으로 … [Read more...] about 테세우스의 배
1950년 6월 한강다리 폭파 “가만히 있으라”
서울의 명물 한강대교 한강철교가 선 것은 20세기가 시작되기기도 전이었지만 한강인도교 공사가 시작된 것은 1916년이었다. 인도교 공사의 필요성을 부각시킨 요인 가운데 하나는 자동차였다. 황제 폐하나 타는 것으로 알았던 자동차는 1911년 단 2대에 불과했지만 1915년 경에는 70대로 늘었고 1917년에는 마침내 100대를 돌파하여 114대에 이르고 있었다. (CN뉴스 2011.3.14 이덕수의 길따라 기록따라) 또 서울시 인구도 늘었고 강남북을 잇는 교통로 확보가 절실해진 것이다. 이 … [Read more...] about 1950년 6월 한강다리 폭파 “가만히 있으라”
일본인마저 울린 도쿄의 ‘안중근’ 추도식
지난 3월 안중근 '장군'의 104주기 추도식이 일본에서 비밀리에, 하지만 공개적으로 열렸다. 나는 엉겁결에 안중근 추도식 홍보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책임이 막중해졌다. 우선 많이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무서웠다. 얼마나 많이 봤던가. 나는 지난 8년 동안 매년 8월 15일마다 야스쿠니 신사에서 일어났던 충돌을 생생하게 경험해왔다. '도쿄에서 처음 열리는 안중근 추도식'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폭력이 난무하는 충돌을 먼저 떠올렸다. 안중근 추도식을 도쿄에서 … [Read more...] about 일본인마저 울린 도쿄의 ‘안중근’ 추도식
문창극의 역사관, 실드가 불가능한 이유
한 15년 전 쯤 난 문창극의 팬이었다. 당시엔 우파였던 내 정치적 스탠스에 맞게 “시원스럽구로” 잘 쓰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일간지 주필 중엔 그와 강병태 정도가 제일 나았고 조선일보 김대중은 이름값을 못하는 느낌이었음). 신문을 끊은 지난 10여년 동안 뭐하고 사는지 전혀 몰랐는데, 그 추억의 문창극이 갑자기 총리 후보가 되어 나타나 처음엔 반갑기도 했다. 그러나 앞날이 그리 밝아 보이진 않는다. 역사관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문창극이 내세우는 논리 사실 … [Read more...] about 문창극의 역사관, 실드가 불가능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