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책을 한권 읽었는데, 매우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레자 아슬란이라는, 이란 출신의 미국인 종교 학자가 지은 ‘젤롯’ (Zealot)이라는 책인데, 역사적 관점에서 본 예수님과 초기 기독교 형성 과정을 분석한 책입니다. 이 책은 아마존과 뉴욕 타임즈의 베스트 셀러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하며 화제를 불러 일으킨 책입니다.
다만, 이 레자 아슬란이라는 사람은 10대에 기독교에 심취했다가 결국 이슬람교로 귀의한 이슬람교도로서, 이 양반의 관점은 결국 “예수님은 모세나 엘리야 같은 예언자 중의 한명이긴 하지만, 여호와 하나님의 아들은 아니다”라는 이슬람의 관점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열혈 기독교 신자분들이 보신다면 매우 분개할 내용도 많이 나옵니다만, 최소한 역사학적 분석이라는 점에서 보면 정말 재미있는 책입니다.
특히, 저처럼 기독교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매주 교회에도 나가지만 그다지 믿음이 깊지 않은 반쪽짜리 신자에게는 성서 내용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다만, 그런 이해에 대해 목사님들이 좋아하실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음에 좀더 자세히 쓰도록 하고, 여기서는 간단히 이 책을 읽고 배운 흥미로운 기독교 관련 역사적 상식 몇가지만 늘어놓겠습니다.
1.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설교할 때 사용한 언어는 히브리어가 아니라 아람어였습니다. 예수님 시대에 히브리어는 이미 율법학자들이나 사용하는 고어로서, 유식한 사람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언어였습니다.
2. 본디오 빌라도 (폰티우스 필라투스)는 성경에서 어떻게든 예수님을 무죄로 풀어주려고 노력한 인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유대인들을 십자가에 매달았고 또 툭하면 유대인들의 소요를 군대를 동원한 학살로 대응한 잔인한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잔혹한 통치에 대한 원성은 로마 황제에게까지 알려져, 결국 본국에 소환되어 갈리아 지방에 유배되었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3. 본디오 빌라도가 유월절 축제에 죄수 한명을 석방하는 유대인들의 풍습에 따라 예수님을 풀어주려 했다고 전해지지만,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원래 유대인들에게는 그런 풍습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4. 메시아 (messiah, mashiach)라는 말은 흔히 구세주로 번역되어 예수님만을 뜻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기름부음 받은자’ 또는 ‘왕’을 뜻하는 단어로서 구약 성서에서도 39회나 사용됩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스스로 메시아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고, 이들은 구세주라기보다는, 스스로를 유대의 왕, 즉 로마와 그에 협조하는 대제사장의 권력에 대한 모반을 표방하며 메시아라는 호칭을 썼습니다.
5. 예수님 승천 이후, 남은 제자들의 수장은 베드로가 아니라 예수님의 친동생 야곱이었습니다. 야곱은 의로운 자로 칭송받았으며, 초기 기독교도들 뿐만 아니라 유대교 제사장들로부터도 매우 존중받는 인물로서, 특히 가난한 자들의 구제에 앞장 섰으며 엄격한 율법 준수를 강조했습니다. 베드로는 그의 협력자였으나, 바울은 그와 대치되는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그가 대제사장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 유대 전쟁과 그로 인한 예루살렘 최종 파괴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6. 일부에서는 로마의 모든 역사 기록에 예수님의 이름이 한번도 기록된 바 없는 점을 들어 예수님이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믿을만한 비기독교 역사서에 예수님의 이름이 거론되어 예수님이 역사적 실존 인물임이 입증되었습니다. 요세푸스의 저술에 유대 전쟁의 시작 부분을 설명하며 사용한 “그리스도라 불리운 예수의 동생 야곱”이라는 문구가 바로 그것입니다.
7. 예수님의 탄생지가 베들레헴이 된 이유가 로마의 호적 조사 때문에 요셉과 마리아가 고향인 베들레헴으로 되돌아가야 했기 때문이었다고 성경에 씌여 있으나, 실제 로마의 호적 조사는 주민들의 고향에서 실시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 당시 실제 호적 조사 명령이 있기는 했습니다.
8. 신약 성서인 마태, 마가, 누가, 요한 등은 모두 히브리어도 아니고 아람어도 아닌, 헬라어, 즉 그리스어로 씌여졌습니다. 신약을 저술한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사는 정통 유대인이 아니라 로마나 그리스 도시에 거주하던 디아스포라 유대인, 즉 해외 교포들이었고, 이들은 모국어로 아람어가 아닌 헬라어를 썼기 때문이었습니다.
9. 예수님 본인은 물론이고, 그 12제자 모두 갈릴리 출신이었습니다. 갈릴리는 예루살렘이 속한 정통 유대 지방과는 약간 다른 배경을 가진 지역으로, 솔로몬 시대때에도 유대 왕국에 완전히 복종하지 않은 거친 산악 지역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체포된 이후 군중 속에 숨은 베드로를 보고 ‘너도 예수의 제자이지’ 라며 누군가 지목했던 것도 그의 갈릴리 사투리와 촌스러운 옷차림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10. 예수님의 직업은 흔히 목수라고 알려져 있으나, 헬라어로 쓰인 예수님의 직업은 tekton으로서, 이는 일반적인 일꾼, 목수, 석공 등을 일컫는 그리스어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고향인 나자렛은 가구수가 100여개 정도 밖에 안되는 매우 작고 가난한 마을로서, 사실 목수가 꾸준히 일거리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직업이 목수였는지 석수였는지 벽돌공이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확실한 것은 농부는 아니었으며, 따라서 당시 사회 계층에서는 가장 가진 것 없는 계층이었다는 것입니다.
11. 예수님의 십자가에 걸린 “유대인의 왕”이라는 팻말은 로마 병사들이 조롱으로 걸어놓은 것이 아니라, 죄패 (titulus, 영어로는 title)라는 것으로서 죄수의 공식 죄명을 표시하는 패였습니다. 당시 로마에 대한 모반을 획책했던 폭도들은 주로 메시아, 즉 유대의 왕을 자칭했기 때문에, 유대의 왕을 자칭한다는 것은 로마에 대한 모반을 뜻했습니다.
12. 예수님 곁에 함께 십자가에 매달렸다는 두 강도 (lestai) 역시 단순 범죄자가 아니라 로마와 그에 협조하는 예루살렘 대제사장에 대해 반기를 든 지방의 폭도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로마는 그런 시골 지방의 폭도들을 강도라고 불렀으며, 십자가형은 주로 반란 등 중대 범죄에 대해 집행되었기 때문입니다.
13. 당시 십자가형에 처해진 시신은 까마귀가 뜯어먹어 해골이 될 때까지 계속 십자가에 걸어두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예수님의 시신을 따로 장례 지내도록 허가가 났다는 것 자체가 매우 예외적인 일이었습니다.
14. 예수님이 행하신 여러가지 기적에 대해서는 예수님을 공격했던 유대교 측에서도 그 진위 여부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실은 그런 기적을 행한 자칭 메시아가 몇명 더 있기는 했습니다만, 그들은 모두 돈을 바라고 그런 기적을 행했습니다. 신약 성서에도 나오는 이야기입니다만, 예수님 승천 이후 예수님의 사도들에게 돈을 들고 찾아와 ‘자기에게도 그런 기적을 베풀 수 있는 능력을 나누어 달라’고 부탁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15. ‘착한 사마리아인’으로 널리 알려진 사마리아 지역 사람들은 유대인들처럼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정통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들로부터는 거의 이민족 취급을 받았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여호와께 드리는 제사는 오로지 예루살렘 성전에서 올릴 수 있다는 유대인들의 믿음과는 달리, 자신들만의 성전을 따로 짓고 제사를 드렸기 때문입니다. 유대인과 사마리아인 사이에는 종종 무력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원문: Nasica의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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