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 헨리 2세는 꽤 영걸이었다. 잉글랜드 플란타지네트 왕조의 첫 왕으로서 프랑스에도 프랑스 왕 부럽지 않은 영토를 확보한 (사실 그는 프랑스 인이라 해야 옳고 프랑스어를 말했지만) 군주였다. 하지만 자식복만큼은 꽝이었다.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헨리(이름이 같은)는 아버지에게 대항해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패배하지만 이때 다른 자식들도 그 형 편을 들어 아버지의 수염을 뽑으려 들었던 것이다. 그래도 헨리 2세는 막내 존만큼은 아끼고 사랑했는데 왕위가 존에게로 돌아갈 것을 우려한 셋째 … [Read more...] about 사자왕 리차드의 최후
역사
미국 최초의 여성장관, 프란시스 퍼킨스
원래는 네덜란드인이 세운 뉴 암스테르담이었고 영국인들이 점거한 뒤에는 새로운 요크(York)가 된 뉴욕은 미국이라는 용광로를 채운 수많은 이민들이 그 두려운. 또는 설레는 발들을 디디던 항구였다. 인종전시장으로서의 뉴욕의 역사는 그대로 미‘합중국’의 역사다. 타이타닉 호가 향하던 항구도 뉴욕이었고 영화 <대부>에서 비토 콜레오네가 미국에 입성한 곳도 뉴욕이었다. 뉴욕 중심가의 마천루부터 뒷골목의 쓰레기장까지 층층시하 빈부격차가 드리워진 가운데 맨 바닥은 당연히 초보 이민자들이었다. … [Read more...] about 미국 최초의 여성장관, 프란시스 퍼킨스
야인시대 이정재의 일생으로 본 한국현대사
그는 경기도 이천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기골이 장대했고 동네 씨름판만 나갔다면 황소를 쓸어오는 건장한 청년이었다. 집도 유복하게 살아서 휘문고보를 나오는 등 당시로서는 꽤 고등교육을 받았다. 1917년 생이니까 태평양 전쟁 당시 징용에 끌려가기 합당한 나이였고 징용장이 나오자 이정재는 징용을 피하기 위해 김두한이 조직하고 있던 ‘반도의용정신대’에 들어간다. 휘문고보라는 학벌은 일자무식의 김두한 이하 여러 주먹들 가운데 튀어 보였고 그는 해방 이후로도 계속 경찰복을 입는다. 하지만 그는 … [Read more...] about 야인시대 이정재의 일생으로 본 한국현대사
동요 반달의 뒷 이야기
관동대지진 이후 수많은 조선인이 반쯤 넋이 나간 채 돌아왔다. 조선인 수천 명이 복날 개처럼 두들겨 맞거나 죽창에 꿰어 죽어간 대학살극을 경험하고 돌아왔으니 그 트라우마가 오죽했으랴. 그 가운데 한 청년이 있었다. 아버지의 권유로 경성 법학전문학교에 들어갔으나 도무지 법학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음악에 끌렸던 스물한 살의 젊은이는 우에노 음악 학교로 유학 갔다가 관동대지진을 경험한 후 서울로 돌아왔었다. 납덩이를 단 듯 마음은 가라앉고 발은 차꼬를 찬 듯 무거웠다. 거기다가 얼마 전 … [Read more...] about 동요 반달의 뒷 이야기
1930년, 대만 최대의 항일봉기 우서사건
'오봉'이라는 이름이 있다. 국어 교과서에서 '살신성인'이라는 한자성어를 배웠던 텍스트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교과서에 따르면 오봉은 중국에서 대만으로 건너간 선교사로, 토인들의 교화에 힘썼다. 토인은 오봉을 잘 따랐다. 그러나 나그네를 습격하여 그 목을 베어 제사를 지내는 악습을 버리자는 말은 듣지 않았다. 그러자 오봉은 모일 모시 모처에 가면 붉은 모자를 쓰고 붉은 옷을 입은 나그네가 지나갈 것이니, 그의 목을 베어 제사를 지내라고 했다. 토인들이 가 보니 그런 나그네가 있었다. 다짜고짜 그의 … [Read more...] about 1930년, 대만 최대의 항일봉기 우서사건
1929년 11월 3일 빛고을의 스러진 빛, 장재성
1929년 11월 3일 빛고을의 스러진 빛, 장재성 11월 3일은 학생의 날이다. 이 날이 학생의 날로 지정된 이유는 상식에 가깝다. 바로 광주 학생 운동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광주 학생 운동은 3.1운동에 필적하는 대규모 항일 운동이었고 광주에서 전국으로, 나아가 해외로까지 조선인들로 하여금 떨쳐 일어나게 만들었던 일대 사건이었다. 교과서에서는 대충 이렇게 배운다. 나주와 광주를 오가는 통학 기차 안에서 일본인 학생이 조선인 여학생의 댕기 머리를 잡고 희롱을 하자 이에 분개한 여학생의 … [Read more...] about 1929년 11월 3일 빛고을의 스러진 빛, 장재성
어떤 독재자의 죽음
1963년 11월 1일 북위 17도 선을 경계로 분단되어 있던 베트남의 남반부 '베트남 공화국‘의 수도 사이공에서는 요란한 총성이 울렸다. 독재자 응오 딘 디엠을 내몰려는 쿠데타가 발생한 것이다. 한국의 5.16처럼 해병대가 선봉이었다. 쿠데타군은 정부군의 저항을 성공적으로 물리치고 방송국, 군 사령부, 주요 기관을 장악해 나갔다. 대통령의 체포는 시간 문제였다. 다음날 새벽 쿠데타군이 대통령궁을 포위하고 총공세를 전개하는 가운데 응오 딘 디엠은 비밀 통로로 중국인 거주 지역으로 도망간다. … [Read more...] about 어떤 독재자의 죽음
프랑스의 흑역사, 1961년
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운 프랑스 혁명이 인류의 근대사에 끼친 영향을 몇 마디로 정리하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그 혁명 과정에서 ‘자유 평등 박애’ 가운데 특히 ‘박애’(우애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라는 단어가 그 얼굴을 감싸 쥘 일들이 수없이 벌어지기는 했으나 그래도 프랑스 대혁명은 유럽 대륙은 물론 대서양 건너 아이티에 이르기까지 불어닥쳤던 신선하고도 강력한 바람의 진원지였다. 하지만 좀 이상한 구석도 있다. 프랑스의 현대사에서 그 혁명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에 태연자약할 뿐 아니라 그 … [Read more...] about 프랑스의 흑역사, 1961년
역사상 최고의 멍부 지휘관, 무타구치 렌야
유명을 달리한 김종학 PD의 걸작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가운데에는 명장면이 많았지. 드라마 사상 최초의 키스신도 그렇고, 아들을 잃고 넋을 잃고 아들을 바라보는 침묵 장면, 그리고 라스트 신 등등 기억나는 장면들이 많지만 최재성이 굶주림에 지쳐 뱀을 뜯어먹는 모습 또한 기억에 남을 거야. 그때 최재성은 이 연기를 위해 며칠을 굶다시피 하고 사정없이(?) 뱀을 뜯어먹었다지. 사실 사흘 굶어 도둑질 안하는 사람 없다고 며칠 주리고 나면 바퀴벌레인들 입에 못 넣겠어. 그런데 극중 … [Read more...] about 역사상 최고의 멍부 지휘관, 무타구치 렌야
두사부일체의 모티브가 된 학교 이야기
얼마 전 한참 나이 어린 작가가 황망한 일을 당한 뒤 "우째 이런 일이!"를 연발하는 걸 보았다. 경상도 출신도 아니면서 그 말을 쓰는 것이 우스워서 그 표현을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다들 관용어처럼 사용하지 않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말이 대한민국 사람들 누구나 아는 관용어로 자리잡은 계기를 아마도 그녀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 그녀가 초등학생 아니면 유치원생 때였을 1993년 초의 일이었으니까.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 1993년 초반, '문민정부'의 찬연한 … [Read more...] about 두사부일체의 모티브가 된 학교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