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이라는 이름이 있다. 국어 교과서에서 '살신성인'이라는 한자성어를 배웠던 텍스트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교과서에 따르면 오봉은 중국에서 대만으로 건너간 선교사로, 토인들의 교화에 힘썼다. 토인은 오봉을 잘 따랐다. 그러나 나그네를 습격하여 그 목을 베어 제사를 지내는 악습을 버리자는 말은 듣지 않았다. 그러자 오봉은 모일 모시 모처에 가면 붉은 모자를 쓰고 붉은 옷을 입은 나그네가 지나갈 것이니, 그의 목을 베어 제사를 지내라고 했다. 토인들이 가 보니 그런 나그네가 있었다. 다짜고짜 그의 … [Read more...] about 1930년, 대만 최대의 항일봉기 우서사건
역사
1929년 11월 3일 빛고을의 스러진 빛, 장재성
1929년 11월 3일 빛고을의 스러진 빛, 장재성 11월 3일은 학생의 날이다. 이 날이 학생의 날로 지정된 이유는 상식에 가깝다. 바로 광주 학생 운동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광주 학생 운동은 3.1운동에 필적하는 대규모 항일 운동이었고 광주에서 전국으로, 나아가 해외로까지 조선인들로 하여금 떨쳐 일어나게 만들었던 일대 사건이었다. 교과서에서는 대충 이렇게 배운다. 나주와 광주를 오가는 통학 기차 안에서 일본인 학생이 조선인 여학생의 댕기 머리를 잡고 희롱을 하자 이에 분개한 여학생의 … [Read more...] about 1929년 11월 3일 빛고을의 스러진 빛, 장재성
어떤 독재자의 죽음
1963년 11월 1일 북위 17도 선을 경계로 분단되어 있던 베트남의 남반부 '베트남 공화국‘의 수도 사이공에서는 요란한 총성이 울렸다. 독재자 응오 딘 디엠을 내몰려는 쿠데타가 발생한 것이다. 한국의 5.16처럼 해병대가 선봉이었다. 쿠데타군은 정부군의 저항을 성공적으로 물리치고 방송국, 군 사령부, 주요 기관을 장악해 나갔다. 대통령의 체포는 시간 문제였다. 다음날 새벽 쿠데타군이 대통령궁을 포위하고 총공세를 전개하는 가운데 응오 딘 디엠은 비밀 통로로 중국인 거주 지역으로 도망간다. … [Read more...] about 어떤 독재자의 죽음
프랑스의 흑역사, 1961년
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운 프랑스 혁명이 인류의 근대사에 끼친 영향을 몇 마디로 정리하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그 혁명 과정에서 ‘자유 평등 박애’ 가운데 특히 ‘박애’(우애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라는 단어가 그 얼굴을 감싸 쥘 일들이 수없이 벌어지기는 했으나 그래도 프랑스 대혁명은 유럽 대륙은 물론 대서양 건너 아이티에 이르기까지 불어닥쳤던 신선하고도 강력한 바람의 진원지였다. 하지만 좀 이상한 구석도 있다. 프랑스의 현대사에서 그 혁명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에 태연자약할 뿐 아니라 그 … [Read more...] about 프랑스의 흑역사, 1961년
역사상 최고의 멍부 지휘관, 무타구치 렌야
유명을 달리한 김종학 PD의 걸작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가운데에는 명장면이 많았지. 드라마 사상 최초의 키스신도 그렇고, 아들을 잃고 넋을 잃고 아들을 바라보는 침묵 장면, 그리고 라스트 신 등등 기억나는 장면들이 많지만 최재성이 굶주림에 지쳐 뱀을 뜯어먹는 모습 또한 기억에 남을 거야. 그때 최재성은 이 연기를 위해 며칠을 굶다시피 하고 사정없이(?) 뱀을 뜯어먹었다지. 사실 사흘 굶어 도둑질 안하는 사람 없다고 며칠 주리고 나면 바퀴벌레인들 입에 못 넣겠어. 그런데 극중 … [Read more...] about 역사상 최고의 멍부 지휘관, 무타구치 렌야
두사부일체의 모티브가 된 학교 이야기
얼마 전 한참 나이 어린 작가가 황망한 일을 당한 뒤 "우째 이런 일이!"를 연발하는 걸 보았다. 경상도 출신도 아니면서 그 말을 쓰는 것이 우스워서 그 표현을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다들 관용어처럼 사용하지 않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말이 대한민국 사람들 누구나 아는 관용어로 자리잡은 계기를 아마도 그녀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 그녀가 초등학생 아니면 유치원생 때였을 1993년 초의 일이었으니까.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 1993년 초반, '문민정부'의 찬연한 … [Read more...] about 두사부일체의 모티브가 된 학교 이야기
퇴계-고봉의 향기로운 ‘편지 교제’
향기로운 꽃에서만 향기가 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도 향기로운 사람이 있고, 더러는 예술작품에서도 향기가 납니다. 심지어 사람간의 교제에서도 향기가 나기도 합니다. 그런 향기로운 교제로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 간의 친교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향기롭다 못해 기품과 고결함마저 든다고 하겠습니다. 손편지가 사라진 요즘 세태에서 대학자요, 선비인 두 사람의 정감어린 편지는 더욱 귀하다고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 알게 된 것은 1558년(명종 13년). 당시 퇴계는 58세, … [Read more...] about 퇴계-고봉의 향기로운 ‘편지 교제’
한국 언론 역사상 최악의 오보?
동아일보가 아직도 살아있는 신문이라면 해마다 12월 27일에는 1945년 12월 27일에 내보낸 이 기사에 대한 사과문과 반성문을 실어야 한다. 언론이 사회에 해악을 끼친 사례로 한국 언론사에서 가장 극악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기현 전 계명대 교수(사학)가 자기 책 '해방일기 2'에 쓴 내용이다. 저기서 '해악'은 심지어 "남북 분단"이다. 도대체 어떤 기사였기에 이런 비판까지 듣게 된 걸까. 미국, 영국, 옛 소련 외무장관은 1945년 12월 16~26일(현지 시간) 소련 … [Read more...] about 한국 언론 역사상 최악의 오보?
1930년 1월 10일 조선방직에서 일어난 일
부산에는 ‘조방’이라는 상호가 붙은 가게들이 꽤 된다. 서울 사람들도 ‘조방낙지’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지만 조방돼지국밥도 있고 조방김치찌개 집도 있었다. 그리고 부산 시민회관 가는 57번 버스의 종점은 ‘조방앞’이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이 ‘조방’이란 무엇인가. 이서방 양념 통닭처럼 조서방의 준말일까? 무협지에 나오는 무슨 방을 뜻하는 것일까. 다 아니다. 조방은 ‘조선방직’의 준말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부산 범일동 평화시장과 중앙시장 일대에는 종업원 수천 명이 일하던 식민지 조선 … [Read more...] about 1930년 1월 10일 조선방직에서 일어난 일
아베와 브란트, ‘같고도 다른’ 무릎 꿇음
이스라엘 홀로코스트 희생자에게 추모의 꽃을 바친 아베 참으로 낯설고도 황당한 장면 하나가 최근 언론에 보도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무릎을 꿇고 헌화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헌화 장소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2차대전 유대인 대학살) 추모관. 아베 총리는 지난 19일 오전 부인과 함께 이곳 어린이 희생자 추모관에 들러 희생자들에게 추모의 꽃을 바쳤다. 헌화를 마친 아베 총리는 추모관 방명록에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0주년을 맞아 홀로코스트와 같은 비극이 절대 반복돼서는 안 … [Read more...] about 아베와 브란트, ‘같고도 다른’ 무릎 꿇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