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꽃에서만 향기가 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도 향기로운 사람이 있고, 더러는 예술작품에서도 향기가 납니다. 심지어 사람간의 교제에서도 향기가 나기도 합니다. 그런 향기로운 교제로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 간의 친교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향기롭다 못해 기품과 고결함마저 든다고 하겠습니다. 손편지가 사라진 요즘 세태에서 대학자요, 선비인 두 사람의 정감어린 편지는 더욱 귀하다고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 알게 된 것은 1558년(명종 13년). 당시 퇴계는 58세, … [Read more...] about 퇴계-고봉의 향기로운 ‘편지 교제’
역사
한국 언론 역사상 최악의 오보?
동아일보가 아직도 살아있는 신문이라면 해마다 12월 27일에는 1945년 12월 27일에 내보낸 이 기사에 대한 사과문과 반성문을 실어야 한다. 언론이 사회에 해악을 끼친 사례로 한국 언론사에서 가장 극악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기현 전 계명대 교수(사학)가 자기 책 '해방일기 2'에 쓴 내용이다. 저기서 '해악'은 심지어 "남북 분단"이다. 도대체 어떤 기사였기에 이런 비판까지 듣게 된 걸까. 미국, 영국, 옛 소련 외무장관은 1945년 12월 16~26일(현지 시간) 소련 … [Read more...] about 한국 언론 역사상 최악의 오보?
1930년 1월 10일 조선방직에서 일어난 일
부산에는 ‘조방’이라는 상호가 붙은 가게들이 꽤 된다. 서울 사람들도 ‘조방낙지’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지만 조방돼지국밥도 있고 조방김치찌개 집도 있었다. 그리고 부산 시민회관 가는 57번 버스의 종점은 ‘조방앞’이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이 ‘조방’이란 무엇인가. 이서방 양념 통닭처럼 조서방의 준말일까? 무협지에 나오는 무슨 방을 뜻하는 것일까. 다 아니다. 조방은 ‘조선방직’의 준말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부산 범일동 평화시장과 중앙시장 일대에는 종업원 수천 명이 일하던 식민지 조선 … [Read more...] about 1930년 1월 10일 조선방직에서 일어난 일
아베와 브란트, ‘같고도 다른’ 무릎 꿇음
이스라엘 홀로코스트 희생자에게 추모의 꽃을 바친 아베 참으로 낯설고도 황당한 장면 하나가 최근 언론에 보도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무릎을 꿇고 헌화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헌화 장소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2차대전 유대인 대학살) 추모관. 아베 총리는 지난 19일 오전 부인과 함께 이곳 어린이 희생자 추모관에 들러 희생자들에게 추모의 꽃을 바쳤다. 헌화를 마친 아베 총리는 추모관 방명록에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0주년을 맞아 홀로코스트와 같은 비극이 절대 반복돼서는 안 … [Read more...] about 아베와 브란트, ‘같고도 다른’ 무릎 꿇음
“능력있는 참모”로 보는 역대 대통령과 정치인 타입
정치인이 정치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이 필요하다. 그중 두가지가 특히 중요하다. 우선은 그 자신의 능력, 즉 정치적 역량이다. 그러나 더 큰 정치적 성장을 위해서는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능력있는 참모의 존재여부가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정치는 결단이다. 이 결단의 순간, 참모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물론 결정적 순간의 결단은 온전히 정치인 자신의 몫이다. 그래서 외롭다. 그러나 중요한 결단을 위해서는 각종 정보와 향후 변화상에 대한 다양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필요하다. 자칫 … [Read more...] about “능력있는 참모”로 보는 역대 대통령과 정치인 타입
두 프로레슬링 거인의 40년 절교에서 죽음을 앞둔 화해까지
1. 6-70년대 최고의 인기 스포츠는 무엇이었을까. 답은 프로레슬링이었다. 지금은 한 물이 아니라 두 물 세 물이 간 이름이지만 6-70년대 프로레슬링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애들은 김일의 박치기를 보기 위해 TV 있는 집 아이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아양을 떨었고, 만화 가게에 “여건부 (이 이름을 기억하시는 분이 많을 텐데) 출전 ‘레쓰링’ 경기”가 나붙는 날이면 어른들까지 만화 가게를 가득 메웠다. 전쟁 때 황해도에서 피난나온 한 청년은 우연히 일본의 프로 레슬링을 다룬 영화를 … [Read more...] about 두 프로레슬링 거인의 40년 절교에서 죽음을 앞둔 화해까지
유니의 추억
2007년 1월 21일 유니 안녕 유니가 세상을 스스로 등진 뒤 블로그에 끄적였던 포스팅입니다. 그녀의 8주기. 다시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기억의 우물이란 참 이상합니다. 분명히 말라 갈라진 것 같은데 느닷없는 번개처럼 뭔가 계기가 있으면 굵직굵직한 것부터 시시콜콜한 싸래기들까지 샘솟듯 솟아나 두레박을 가득 채우니까 말입니다. 2004년 부활했던 "특명 아빠의 도전"은 심심하면 연예인을 `특명 아빠`로 불러 세웠습니다. 그 특명 아빠들은 자신의 가족이 아니라 불우이웃들을 위해 … [Read more...] about 유니의 추억
반론: 그것은 이승만의 업적이 아니다
정초부터 왜 갑자기 ‘이승만’인가 했다. 이승만에 대한 긍정적인 재평가를 주도하고 있는 인사가 국사편찬위원장으로 발탁되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승만을 두 팔 벌려 찬양하기가 쉽지 않았다. 박정희의 군사정권이 자신들의 쿠테타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군사혁명사>를 편찬하면서 이승만 정권의 무능과 부정부패를 지탄했기 때문이다. 비록 4.19 혁명이 일어나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미완성의 혁명이었기에 군부 자신들이 들고 일어나 혁명을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승만 정부의 무능과 … [Read more...] about 반론: 그것은 이승만의 업적이 아니다
이승만과 민주주의: 해방 당시 한국의 시민사회
앞서 쓴 이승만에 관한 글은 나름 친절하게 쓰기는 했습니다만 짜임새가 있는 글은 아닙니다. 예상했던, 아니 그 이상의 파장이 밀려와 꽤나 재밌게 사태의 추이를 보고 있었습니다. 댓글이 생각보다 많이 달리기도 했고 격한 감정을 뿜어내시던 분들도 많이 계셔서 제가 직접 글을 남기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어 굳이 댓글을 남기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어떤 지적은 논의를 확장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간략하게나마 그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 글쓴이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 [Read more...] about 이승만과 민주주의: 해방 당시 한국의 시민사회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이승만의 업적
저희집에 놀러와 보시면 알겠지만 정말 책장 한가득 박정희 천지입니다. 제가 모르는 박정희 관련 책이나 논문은 거의 무의미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할정도로..? 그에 비하면 이승만에 관한 자료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박정희-조선-식민지(위안부 등등)-이승만 순으로 관심이 가다보니 상대적으로 소외된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승만에 관한 글을 하나 쓴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 싶다가 그냥 민주주의의 입장에서 이승만 정권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 [Read more...] about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이승만의 업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