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필요없고 가장 중요한 건 인간의 존엄성이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민주주의란 결국 누구든 네 목숨을 함부로 빼앗지 못하는 것이라고. 당연하다. 인간의 기본권은 죽지 않을 권리다. 사실은 거기서 출발한다. 그 두려움을 벗어난 다음에 굶주리지 않고 뭔가를 의지하고 나아가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할 자유에 이를 것이다. 진보건 보수건 민주주의를 부정하지는 않는 바 여기엔 다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 내가 시비를 걸고 싶은 건 진보 쪽이다. 과연 진보는 1987년 1월 15일 벌어진 … [Read more...] about 진보의 모순, 동진 27호
역사
그 많던 오렌지족은 어디로 갔을까
1994년 5월, 신문을 펼친 사람들은 너무도 끔찍한 뉴스에 눈을 감고 말았다. 멀쩡한 청년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수십 군데 난자해서 살해하고 불까지 지르는 엽기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마흔 줄에 접어든 사람이라면 아마 그 범인의 이름도 어렴풋이 기억날 것이다. 박한상. 이 사건은 후일 조폭 경찰 설경구와 사이코패스 살인마 이성재의 대결을 그린 영화 <공공의 적> 모티브가 된다. 유산을 노려 부모를 수십 번 찔러 죽인 것이 같고 부모의 죽음이 알려진 뒤 크게 슬퍼하며 경찰의 눈을 … [Read more...] about 그 많던 오렌지족은 어디로 갔을까
개선문 깎는 소년
파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보통 에펠탑, 그리고 개선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에펠탑은 별로...였습니다. 다만 개선문은 정말 멋있더군요. 와이프도 파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조형물은 개선문이라고 합니다. 사실 파리에는 개선문이 2개 있습니다. 둘 다 나폴레옹이 1805년 아우스테를리츠 전투를 거둔 뒤 그의 대군단 (La Grande Armee)를 기념하기 위해 짓도록 명한 것입니다. 좀더 작은 카루젤 개선문 (Arc de Triomphe du Carrousel)은 나폴레옹이 살던 튈르리 … [Read more...] about 개선문 깎는 소년
일본 제국으로서의 길
이 글은 <The Modern History of Japan, Andrew Gordon, Oxford출판부>을 발췌 번역한 기사입니다. 메이지 시대를 지나며 일본 국내는 크나큰 변화를 겪었다. 철도는 토쿄, 요코하마, 오사카, 코베 등과 같은 주요 항구와 도시 지역을 연결시켰다. 메이지 시대는 또한 일본과 세계와의 관계를 변모시켰다. 19세기말까지 일본은 상대적으로 아시아에서 변경의 위치에서 주요한 장소가 되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지배를 추구하게 되었으며 타이완을 식민지로 … [Read more...] about 일본 제국으로서의 길
쓰촨 대지진과 원자바오
언제부턴가 중국인 이름의 표기법이 원어 중심으로 바뀌면서 내 머리 속에서는 중국인들의 이름이 마치 홍해바다 동쪽과 서쪽처럼 갈라져 틀어박히게 된다. 대충 ‘강택민’ 이전의 중국인들은 어김없이 우리 식 이름으로 기억된다. 마오쩌뚱이나 떵샤오핑보다는 모택동 등소평이 더 친숙한 것이다. 구한말 조선을 들었다 놨다 한 원세개는 귀에 익지만 위안 스카이는 좀 어리둥절하고 진독수라면 고개를 끄덕여도 천뚜슈라면 누구? 하게 된다. 주은래는 쉬워도 저우언라이 하면 라이라이? 하며 반문하게 되는 것이다. … [Read more...] about 쓰촨 대지진과 원자바오
장공 김재준, 역사가 되다
형편없는 날나리지만, 그래도 기독교인이랍시고 그런 질문을 가끔 받는다. “야. '예장' 은 뭐고 '기장' 은 뭐고 '합동' 은 뭐고 '통합' 은 뭐냐. '고신' 은 또 뭣하는 거냐.” 이는 개신교 내부의 교파들의 차이를 묻는 것일 게다. 사실 교리 차이는 없다. 오히려 역사의 문제고 실천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분할, 분열 조선 선교 초기의 일이다. 선교사들이 ‘미전도 종족’ 의 땅 조선에 몰려들었다. 여기서 ‘나와바리’가 겹치기도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됐었다. 이 … [Read more...] about 장공 김재준, 역사가 되다
아일랜드 귀족 청년 아서(Arthur) 이야기 – 1
햇살이 따뜻한 1769년 8월의 코르시카 섬, 몰락한 귀족 가문인 부오나파르떼 집안에 둘째 아들이 태어나기전 약 3개월 전인 5월 1일, 저 먼 북해의 우울한 바다 한가운데 있는 에머랄드 빛 섬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Dublin)에서, 웨슬리 (Wesly) 가문에는 세째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개럿 웨슬리 (Garret Wesley)로서, 부오나파르떼 집안과는 달리 몰락한 귀족 가문이 아니라 그런대로 체면은 차리는 모닝턴 백작 (The 1st Earl of … [Read more...] about 아일랜드 귀족 청년 아서(Arthur) 이야기 – 1
이승복 기사 오보 논쟁, 역사 속에 묻히나
이 글은 2014년 12월 15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지난 12월 9일은 내겐 뜻 깊은 날이다. 결혼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1984년 10월 첫 직장에 입사한 나는 그해 12월 9일 대구서 결혼식을 올렸다. 좀 이른 결혼을 한 건 생전 처음 해보는 타향살이에다 친구 하숙집에 얹혀사는 게 낯설고 또 부담스러워서였다. 역사적으로 보면 12월 9일은 ‘반공소년’ 이승복이 무장공비 손에 처참하게 희생된 날이기도 하다. 참고로 이승복은 나와 동갑내기(1959년생)다. ‘이승복 사건’ … [Read more...] about 이승복 기사 오보 논쟁, 역사 속에 묻히나
위대한 스포츠맨의 가장 위대한 날
20세기 최고의 스포츠맨이라면 누구를 꼽을 것인가. 좋아하는 종목에 따라, 연령과 세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어리석은 질문이긴 하겠지만, 나로서는 전 세계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를 꼽고 싶다. 불패의 신화를 안고 은퇴했던 로키 마르시아노와는 달리 몇 번씩이나 패배의 쓴잔을 마셨고, 헤비급 타이틀을 25차나 방어했던 조 루이스에는 방어 횟수에서 훨씬 못 미친다. 축구의 펠레처럼 정부의 공직을 맡는 등 화려한 은퇴 후 생활을 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20세기 … [Read more...] about 위대한 스포츠맨의 가장 위대한 날
육탄 10용사의 수수께끼
일본의 영향인지 또는 참말로 다른 방도가 없었던 것인지 우리 군에는 '육탄 돌격'의 신화가 많다. 그 효시라 할만한 것이 바로 1949년 오늘 일어난 육탄 10용사들의 돌격. 6월 25일 전면전을 개시한 것이 북한이라는 것은 이제는 움직이기 힘든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6월 25일 이전의 38선이 평화롭고 고요하지는 않았으며 전면전에 진배없는 맹렬한 포격전과 고지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즉 전쟁이 6월 25일 별안간 뻥 하고 터진 것은 아니었다. 육탄 10용사의 신화는 6.25가 터지기 … [Read more...] about 육탄 10용사의 수수께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