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
이 노래 가사를 외우지 못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이 노래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 노래가는 무려 34년 전 5월 25일 첫 방송 전파를 탄 유아 프로그램 <뽀뽀뽀>의 주제가다.
1981년 5월 25일 뽀뽀뽀 첫 방송
유구한 역사의 프로그램 <뽀뽀뽀>의 초창기 인기는 남녀노소를 초월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넋놓고 봤으며 사춘기 중고딩들도 이 프로그램을 보고 학교 가다가 늦어서 경을 쳤다. 주제가는 여러 버전으로 패러디되고 노가바되어 술자리에서, 또 MT 장소에서 불리워져 뭇 사람들의 배꼽을 떼기도 했다. 그 중의 하나로 내가 기억하는 것은 이 노래다. <뽀뽀뽀>의 한자성어 버전 <접접접- 接接接>
“부친님 출근시에 접접접 모친님 포옹시에 접접접 상봉시 쾌재라고 접접접 회자정리 거자필반 접접접 접접접 접접접 접접접 붕우 접접접 접접접 접접접 붕우!”
<뽀뽀뽀>는 그 세월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발자취를 담고 있었다. 2011년 기준으로 7400여회를 기록한 뽀뽀뽀의 연출자를 불러모으면 100명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요즘 톱 탤런트급에 발돋움하고 있는 신세경도 아기 꿀벌 노릇을 하며 뽀뽀뽀에서 뛰어놀았고 아이돌그룹 빅뱅의 G-드래곤은 다섯 살 때 뽀뽀뽀에 출연하여 치열한 내부 투쟁(?)을 거쳐 자신이 뽀미 언니 옆자리를 차지했음을 자랑스럽게 털어놓은 바 있다. 배우 류덕환도 뽀뽀뽀 친구들 출신이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뽀미 언니’다. 초창기 프로그램과 함께 슈퍼스타로 떠오른 이는 바로 초대 뽀미 언니 왕영은이다. TBC 강변 가요제에 출전했다가 MBC 이재휘 PD의 눈에 들어 캐스팅된 그녀는 무려 900여회 동안 뽀미 언니로서 <뽀뽀뽀>의 터를 닦았다. 23대 뽀미언니이자 개그맨 유재석의 아내 나경은이 ‘원어민 교사’까지 요구하는 요즘 부모들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그녀가 쏟아낸 한 마디는 시사하는 바 크다.
“나는 요즘 ‘뽀뽀뽀’가 안타까워. 유치원이 의무교육이 된 시대잖아. TV 어린이 프로에서 뭘 더 가르칠 수 있겠어. 오히려 25분 행복하게 푹 빠져 있는 것이 아이들을 더 위하는 게 아닐까. 어른들 프로 보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즐거워하는. 돌아보면 우린 그때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어. 뽀식이·뽀병이·뽀동이 같은 캐릭터가 티격태격 하고 나는 그 속에서 즐겁게 놀았을 뿐이지.”
뽀식이는 코미디언 이용식이었고, 뽀병이는 역시 이제는 백발이 된 코미디언 김병조의 뽀뽀뽀 중 이름이었다. (뽀동이는 조동희) 가르치려고도 하지 않았고 지식을 전달하려고도 하지 않았고 조기교육 따위는 꿈도 꾸지 않았던 뽀뽀뽀에서 그들은 치고 받고 울음을 터뜨리고 웃고 까불면서 아이들과 어른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다보니 <뽀뽀뽀>는 걸출한 스타들을 초대할 수 있었던 네임밸류를 지닌 몇 안되는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30년간 뽀뽀뽀 음악 감독을 지낸 이민숙의 회고는 뽀뽀뽀에 등장하여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를 한 별들의 빛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김혜자의 경우 “내가 어떻게 혼자 나가?” 하더니 “손녀랑 나갈게” 해서 손녀와 손잡고 녹화를 진행했다. 그녀는 거기서 한글 디귿자를 소재로 한 노래를 불렀는데 단 한 번의 NG도 없이 ‘가 버렸다.’ 눈이 동그래진 PD가 비결을 묻자 김혜자는 답한다 “나 이 노래 100번 연습했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뽀뽀뽀
조용필도, 심지어 나훈아도 뽀뽀뽀의 초대 손님이었다. 그들을 비롯한 많은 스타들이 역대 뽀미언니들, 왕영은과 지금은 천국으로 간 길은정, 이의정, 장서희 등등과 함께 어울리며 동심들과 어울렸다. 이쯤 되면 하나의 프로그램도 만만치 않은 역사가 된다.
그러나 이 역사는 2013년을 넘기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바로 왕영은의 우려대로 후속 프로그램은 ‘TV영재교육’을 표방한 프로그램이었다. 이때의 아쉬움을 표현하기엔 뽀뽀뽀 출신의 지드래곤의 트윗만한 게 없을 것 같다.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헤어질때 또 만나요 뽀뽀뽀 괜히 슬퍼지는 이 기분은 모지 휴 어쨌든 잘가요 뽀뽀뽀”
원문: 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