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칼 맑스 책을 매우 재밌게 봤다. 맑스의 저작 대부분은 ‘경제적 변화’에 입각해서, 사회-정치-이데올로기적 변화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맑스 방법론의 핵심인 역사 유물론의 특징이기도 하다. 내가 경제사를 좋아하게 된 계기다. 그러나 한국 경제사에 관해서는 공부했던 것이 없었다. 서양의 봉건제, 장원제, 농노제의 작동방식을 알고 도시경제와 길드가 사업자 협회와 노동조합의 모태가 된 것을 아는 상태에서 한국에서는 어땠는지 다양한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맑스를 통해 경제사를 공부한 이래, … [Read more...] about [대체로 무해한 한국사] ① ‘한국 경제사’에 입문해보자
역사
아프리카의 기아는 무엇 때문인가?
아주 예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왜 아프리카 사람들은 저토록 기아에 시달리는가 하는 것입니다. 알고 보면 아프리카 일부 지역이 한시적으로 굶주리는 것뿐, 아프리카가 기아에 시달리는 생지옥이라는 이미지는 구호단체가 더 많은 기부금을 노리고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아프리카가 기아에 시달리는 지역이라는 건 맞는 말인 모양입니다. 특히 제가 궁금했던 건, 사람이 살기에 훨씬 척박한 지역인 사막 지대나 북극 인근 지역에서는 저런 빈곤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데, … [Read more...] about 아프리카의 기아는 무엇 때문인가?
‘만세열전’: 3·1만세 운동의 기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나는 소위 ‘운동권 출신’이라서 데모 경험이 꽤 있는 편이다. 데모를 조직한다는 것, 탄압이 심하던 시절에 시위 참여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는 안다.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대체로 무지한 편이었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탄압이 극심하던 식민지 시대에 어떻게 전국적으로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비폭력 만세운동’이 가능했는지 강력한 의문이 생겼다. 3·1절 연휴 기간 〈항거: 유관순 이야기〉라는 영화도 봤다. 유관순의 싸움은 ‘죽음을 … [Read more...] about ‘만세열전’: 3·1만세 운동의 기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누굴까, 시궁창 같던 미국의 우유 유통제도를 바꾼 사람은
상한 우유는 실제로 진짜 우유와 똑같이 아이들에게 좋습니다. 아니, 더 좋기도 합니다. Swill milk was actually as good or better for children than regular milk. 마이클 투미 의원, 1858년 5월 미국 뉴욕의 상한 우유 청문회에서 1. 19–20세기 초, 우유 품질은 시궁창에 가까웠습니다. 어제 팔다 남은 우유를 오늘 분량에 섞어 팔기 냉장 수송이 뭔가요? 밀가루를 섞어 희어 … [Read more...] about 누굴까, 시궁창 같던 미국의 우유 유통제도를 바꾼 사람은
박정희의 딜레마와 그 유산: 경제 성장, 독재, 그리고 검찰
40년 전 10월 26일, 삽교천 방조제 완공식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대통령 박정희는 궁정동 안전가옥에서 비서실장 김계원, 경호실장 차지철,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를 대동하고 술자리를 벌이다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게 암살당했고, 18년 동안 이어진 철권통치도 막을 내렸다. 물론 군부독재는 이후에도 8년간 더 지속되기는 하지만. 권력에서 2인자를 용납하지 않으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박정희는 왜 김재규에게 암살당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 원인을 최고 권력자 박정희를 향한 충성경쟁에서 차지철에게 … [Read more...] about 박정희의 딜레마와 그 유산: 경제 성장, 독재, 그리고 검찰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글로벌 경기 변동과 한국 조선업의 흥망성쇠
1. 양승훈 교수의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를 드디어 봤다. 320쪽,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체감 분량은 250쪽 정도에 가깝다. 판형이 작고 주간지-월간지처럼 르포형 서술이기에 쉽게 읽힌다. 내용을 볼 때 산업도시 거제와 조선업에 관한 문화 사회학에 가까운 책이다. 저자 생각인지 편집자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공업 가족’ 및 ‘산업도시 거제’를 부각한 출판 전략은 매우 적절했다. 양승훈 교수는 거제 대우조선에서 5년간 근무했고, 학부는 정치학, 대학원은 문화인류학을 전공했다. 책 … [Read more...] about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글로벌 경기 변동과 한국 조선업의 흥망성쇠
세종어제훈민정음: 원래 이 땅에서는 먼치킨이 종종 태어나곤 했습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혼자 만들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가 있습니다. 뭐 학계의 지배적인 학설이라지만, 그걸 혼자서 만들었다는 게 쉽게 믿어지겠습니까. 그런데 이 땅에는 김연아처럼 이상한 사람들이 간혹 튀어나옵니다. 1. 7급 공무원이 1급까지 급속 상승했던 이순신 장군 이순신 장군은 정말 파란만장한 군 생활을 겪었습니다. 기껏 중앙관청에서 근무하는데 30대 후반에 상사를 인사 비리로 고발하지 않나, 지방으로 쫓겨갔는데 역시 상사를 군수품 횡령으로 고발하는 일을 저질러서 … [Read more...] about 세종어제훈민정음: 원래 이 땅에서는 먼치킨이 종종 태어나곤 했습니다
막장드라마 애호가가 보는 버드와이저 vs. 버드와이저
‘출생의 비밀’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이야기의 소재다. ‘당신에게 숨겨둔 자식이 있어!’, ‘결혼은 반대한다 왜냐면 저 아이는 병원에서 잃어버린 너의 친동생…’, ‘아임 유얼 파더’, ‘내가 3개월째 못살게 굴었던 신입이 회장님의 아들이었다니!’까지. 한 줄 한 줄이 충격과 공포다. ‘맥주에도 이런 출생의 비밀이 있다’고 말하면 나 같은 드라마 애호가들은 시나리오가 딱 그려진다. 같은 곳에서 태어난 맥주가 다른 환경에서 자라다가 적이 되어 만나게 되는… 뭐 그런 거 … [Read more...] about 막장드라마 애호가가 보는 버드와이저 vs. 버드와이저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조선 몰락의 원인을 알게 되다
최근 일본에 관한 책과 구한말에 관한 책을 봤다. 장부승 교수가 잘 지적했듯이, 한일관계 변화는 더 큰 차원의 변화와 함께 봐야만 하기 때문이다. 김시덕의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메디치미디어)도 그중 하나다. 책의 부제는 “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동아시아 오백년사”로 이 책은 실제로 동아시아 오백년사를 다룬다. 저자의 오랜 연구가 집대성된 책임을 알 수 있다. 동아시아 오백년사를 다루기에 조선, 일본, 중국(명, 청), 대만, 러시아를 다룬다. 이들 나라의 역사도 알아야 … [Read more...] about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조선 몰락의 원인을 알게 되다
이들을 기억했으면 한다: 사하르 호다야리, 톨게이트 노동자, 동일방직 노동자
이란의 여성 축구 팬 사하르 호다야리가 분신자살을 했다. 이란 여성은 축구 경기장에 입장이 불가하다고 한다.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그러나 이란 여성 사하르 호다야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팀의 경기를 봐야만 했다. 팀 상징색인 푸른색 옷을 입고. 경찰에 체포된 호디야리는 분신자살을 했다. 톨게이트 여성 노동자들이 상의 탈의를 하고 시위했다. 톨게이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대법원판결을 무시하고 직접 고용을 거부한다. 직접 고용을 바라면 … [Read more...] about 이들을 기억했으면 한다: 사하르 호다야리, 톨게이트 노동자, 동일방직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