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이하 『징비록』)을 읽었다. 서해문집에서 2015년 5월 개정증보판 5쇄로 찍어낸 책이다. 크게 대단한 내용이 있지는 않았다. 아마도 기대가 컸던 탓이지 싶다. 전쟁은 끔찍하다. 그 끔찍함이 책에도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전쟁은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한테 더 참혹하다. 400년도 넘은 옛적 난리지만 그 고통은 지금 전쟁이 일어나도 마찬가지 아닐까. 게다가 우리한테는 그때 그 일본이 지금도 그대로다. 내가 알기로 일본은 중세 이후 대륙 … [Read more...] about 400년 전 왜적과 명나라, 지금 일본과 미국
시사
한겨레, 경향신문, JTBC
엄혹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 만물은 자신의 무게와 부피를 줄여야 한다. 동물은 겨울잠으로 활동을 줄이고, 식물은 잎과 가지를 털어냄으로써 필수영양분의 소비를 줄인다. 당근과 배추는 아직 내게 신선한 먹거리를 선물하고 있지만 겨울이라 가을까지도 푸르던 우리 집 텃밭은 이제 황량하다. 제품, 상품, 쓰레기, 선물의 구분 대지 스스로는 온전한 것을 제공하지 못한다. 나의 노동이 추가되어야 먹을 만한 것들이 비로소 산출된다. 그런 점에서 그것들은 제작품, 곧 … [Read more...] about 한겨레, 경향신문, JTBC
2016년의 5가지 키워드
2016년 12월 한국일보에서 2030 세상보기 필자들과 함께 2016년을 정리하는 대화의 시간을 가졌었는데, 이것이 2017년 1월 2일 지면에 기사화가 되었다. 훌륭한 요약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지면에 많은 내용이 집약되다 보니 정확한 뉘앙스와 함께 당시 했던 이야기들을 재차 정리해 볼 필요성을 느꼈다. 2016년의 키워드로 내가 꼽은 것은 다섯 가지, '촛불' '트럼프' '여혐' '김영란법' '구의역'이었다. 촛불시위 2015년 말 민중총궐기를 바라보며 … [Read more...] about 2016년의 5가지 키워드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기각해선 안 된다
재선을 위해 민주당사에 도청기를 설치하다가 발각된 닉슨 진영은 한동안 큰 홍역을 치렀다. 국민에게 연일 난타당한 끝에 결국 그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불명예스럽게 탄핵당할 바에 차라리 죄를 뉘우치고 허물을 안고 가겠다는 뜻이었다. 바다 건너 한반도에선 국정농단 스캔들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당했다. 최순실 일당과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드러나는 와중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했다. 탄핵 인용은커녕 기각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도처에 퍼지고 있다. 스스로 사임해도 모자를 판에 … [Read more...] about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기각해선 안 된다
“새누리와도 연정 가능하다”는 말은 오류다
3줄 요약 먼저 한다. '새누리와도 연정 가능하다'는 오류다. 새누리와 연정 안 하고도 개혁을 추진하려면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모두를 포함한 대연정밖에 길이 없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바른정당, 국민의당 이제 그만 까야 한다. 안 까도 정권 교체된다. 앞으로 더 까봐야 다음 정부의 정치부담만 커진다. 1. 안희정 지사의 대연정 발언이 남긴 긍정적 측면은 분명히 있다. 그것은 대선 후보 지지율을 합치면 민주당이 전체 후보 지지율의 60% 가까이 … [Read more...] about “새누리와도 연정 가능하다”는 말은 오류다
황교안은 4등, 안철수는 3등
1. 김무성의 족쇄, 대선 불출마 약속 반기문이 나가떨어졌다. 반기문의 낙마는 지난달 13일에 이 블로그에 써 올렸던 '반기문은 대선 본선 완주 가능할까?'에서 밝힌 대로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실이었다. 반기문의 준비 정도와 드러난 자질에 비춰볼 때 결론이 빤히 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반기문은 나가떨어진 뒤에조차 '남 탓'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를 대선을 중도에 그만두는 원인으로 … [Read more...] about 황교안은 4등, 안철수는 3등
최순실의 부역자들과 악의 평범성
악의 평범성 1960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에 앞장섰던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 중령이 아르헨티나에서 체포되었다. 예루살렘으로 압송된 아이히만은 1961년에 공개재판을 받았다. 그는 재판에서 자신은 상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자기변호를 했지만 1962년에 사형당했다. 그 재판 과정을 지켜본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아이히만이 관료 체제 안에서 생각할 능력을 잃어버린 채 시키는 대로 일한 평범한 관료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 [Read more...] about 최순실의 부역자들과 악의 평범성
국정교과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신호탄이었다
설 명절 연휴가 끝난 1월 31일,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검토본에서 드러난 수백 건의 오류를 수정했다고 밝혔지만, 가장 큰 비판을 받았던 박정희 대통령 관련 기술은 거의 그대로다. 또한,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표기한 것도 바뀌지 않았다. 다만, 올해 개발하는 검정교과서 집필기준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기도 허용하겠단다.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기준에 학계와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다. 2015년 9월부터 … [Read more...] about 국정교과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신호탄이었다
트럼프의 입국 금지령, 미국 안보에 오히려 위협입니다
7개국 시민의 미국 입국을 120일간 금지한다는 트럼프의 대통령령이 발표된 후, 해당 국가 출신의 난민과 영주권자들이 억류된 공항을 중심으로 미 전역에서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당일, 연방 판사가 직접 나서 시행령 집행을 일부 막아내기도 했습니다. 여러 정치인들도 당적을 막론하고 이번 조치가 무계획적으로 실시돼 혼란을 불러왔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실제로 이번 대통령령은 미국, 특히 해외에 있는 미군과 미국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난민과 무슬림 방문객의 입국을 … [Read more...] about 트럼프의 입국 금지령, 미국 안보에 오히려 위협입니다
논문 쓰는 대통령
우리는 왜 그들의 말과 글에 열광하는가 지난해 말 영국의 온라인 학술활동 분석기관인 알트메트릭(Altmetric)에서 ‘2016년 100대 인기 과학 논문’을 발표했다.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발표된 과학 논문 가운데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논문을 점수별로 순위를 매긴 것이다. 1위는 전미의학협회저널(JAMA)에 발표된 「미국의 보건의료 개혁: 진척 현황과 다음 단계」라는 제목의 논문이 차지했다. 이 논문은 무려 8,063점으로 중력파 검출(4,660점), 거대 제9행성 존재 … [Read more...] about 논문 쓰는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