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단순히 노력이라던가 성의만의 문제는 아니다. 타고 난 재능의 문제이기도 하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는 타인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있어서 타인이란 돌멩이처럼 무생물과 같은 것이 아니라면 화성인이나 유령처럼 이해할 수 없는 무서운 존재일 것이다. 평범한 사람도 때때로 다른 사람들이 무서울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는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노력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 [Read more...] about 왜 나는 너를 이해하지 못하는가
문화
아빠들이 페미니스트가 돼야 하는 이유
얼마 전, 페친인 만화가 권용득 씨가 페이스북에 “딸 가진 아빠”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다. 본문부터 댓글까지 아주 재미나게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내 딸이 남자친구와 스킨십하는 걸 보며 분노하는 마음, 내 딸을 괴롭힌 남자아이에게 득달같이 달려가 주먹을 휘두르는 마음, 자취/연애/야한 옷 모두 금지지만 결혼을 안 하는 것도 안 된다는 마음, 이런 '아빠 마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오갔고 나를 포함한 많은 이가 권용득 작가의 이런 문장에 … [Read more...] about 아빠들이 페미니스트가 돼야 하는 이유
역사 속 드라큘라 (1)
블라드 3세 혹은 블라드 드라큘라(Vlad III, Prince of Wallachia, Vlad Dracula 혹은 Vlad Draculea)는 블라드 체페쉬(Vlad Țepeș, Vlad the Impaler)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국내에는 소설 드라큘라에 영감을 준 인물이자 루마니아의 애국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과연 실제로도 그럴까? 1. 드라큘라 이전의 세계 ─ 오스만 제국 블라드 드라큘라(정확하게는 드라큘라 혹은 드라큘레아라고 해야겠지만 여기서는 혼란을 없애기 위해 … [Read more...] about 역사 속 드라큘라 (1)
오래된 창고가 문화를 만나다
2013년 상반기에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근교에 있는 ‘버클리’라는 도시에서 방문학생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나는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버클리의 1월~6월을 잊지 못한다. 잠시 머물며 공부하던 UC버클리, 피어 39, AT&T 파크, 유니온 스퀘어, 소살리토, 금문교, 롬바르드 스트리트… 아직도 도시의 곳곳이 눈에 선하다. 너무나도 맑은 태양과 더운듯 쾌청한 날씨가 때로는 그립다. 하지만 Bay Area라고 불리우는 샌프란시스코만 주변의 … [Read more...] about 오래된 창고가 문화를 만나다
여성혐오와 비속어: 악의 없는 것들에 대해서
1. 농담이 아니라 진짜 많은 사람이 '여성혐오'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은 이성애자 남성이고 여자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하는데 무슨 여성혐오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냥 좀 안타깝다. 모두가 뻔히 알고 있을 이야기. 여성혐오라는 개념은 '여성에 대한 확고한 편견'까지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다. 말하자면 여성을 그냥 동등한 인간으로 보는 게 아닌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심지어 여성숭배 또한 여성혐오라는 동전의 뒷면에 불과하다. '아름다운 뮤즈'로 찬사를 보내는 … [Read more...] about 여성혐오와 비속어: 악의 없는 것들에 대해서
도시인은 낮잠을 원한다
※ 가디언의 「The art of the urban nap: let's lose the stigma of public snoozing」을 번역한 글입니다. 서구인들은 일본의 이네무리(居眠り)라는 문화를 진심으로 부러워합니다. 아마 유럽이나 북미의 직장에서 누군가 이네무리를 한다면 그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이네무리는 ‘자면서 그곳에 있는 것(being present while sleeping)’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일본에서는 … [Read more...] about 도시인은 낮잠을 원한다
시각장애인 보행 체험기: 눈먼 자들의 도시
눈이 먼 남자는 속에서 치솟아 오르는 공포를 억누르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눈이 먼 남자는 초조한 마음에, 얼굴 앞으로 두 손을 내밀어, 그가 우유의 바다라고 묘사했던 곳에서 헤엄을 치듯이 두 손을 휘저었다. 입에서는 벌써 도와 달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절망으로 넘어가려는 마지막 순간에, 눈이 먼 남자는 다른 남자의 손이 자신의 팔을 가볍게 잡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하시오. 내가 잡았소.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1. … [Read more...] about 시각장애인 보행 체험기: 눈먼 자들의 도시
결혼 후, 남과 여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
도시에서 잘 쉬기란 참 쉽지 않다. 어려운 건 아닌데,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라 ‘쉽지 않다’. 카페에 가면 스피커 위치를 먼저 살피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점에 가도 옆 테이블에서 너무 크거나 듣기 불편한 소리가 들리면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고 나온다. 사람 별로 없고, 드문드문 연 가게에서 정리하는 시간 갖기가 편해 주말에는 종종 여의도나 상암동에 간다. 내가 일하지 않는 동네니까 가능한 일. 일요일에는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하는 일본 영화감독 ‘나카히라 코우 회고전’에 다녀왔다. … [Read more...] about 결혼 후, 남과 여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
‘맘충’에 관하여
혹시 요즘에도 '김여사'라는 말이 여성혐오적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운전에 서툰 일부 여성 운전자들을 일컫는 말일뿐 여성혐오가 아니라고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치명적인 자동차 사고를 내는 운전자의 80%가 남성이라는 과거의 통계를 떠올려보면 '운전에 서툰'과 '여성 운전자'를 붙여 말하기란 민망해진다. 그러니까 '김여사'는 애초에 전제부터 잘못된 말이다. 그렇다면 '김여사'라는 단어를 내뱉는 이들이 내심 욕하고 싶은 포인트는 '운전에 서툰'이 아니라 … [Read more...] about ‘맘충’에 관하여
그 물건이 당신에게 꼭 필요합니까?
하우스시팅(House Sitting)은 거주자가 여행이나 출장 등으로 오랫동안 집을 비울 때 집을 돌봐줄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일이다. 빈집털이 방지와 함께 때때로 반려동물 관리가 옵션으로 따라오기도 한다. 오래된 주택의 경우 장기간 수도나 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 여러 나라에서 활발하게 이뤄진다. 미국에선 출장 간 비즈니스 우먼네 집, 호주에선 친구의 친구네 가족이 프랑스로 가족 여행을 두 달간 갔을 때 해본 적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선 듣도 보도 못했는데. … [Read more...] about 그 물건이 당신에게 꼭 필요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