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우거진 숲길을 따라 난 오래된 길을 한 시간여 달리자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의 마재 마을이 나타났다. 수원선경도서관에서 진행한 ‘길 위의 인문학’의 마무리 일정으로 다산생가 탐방에 나선 길이었다.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몇 걸음 옮기자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커다란 기와건물이 눈앞에 다가왔다. 다산의 모진 삶과 사뭇 대비되는 그 건물이 바로 다산기념관이었다. 기념관에는 다산의 삶의 궤적을 엿볼 수 있는 갖가지 기념물이 전시돼 있었다. 눈길을 끈 건 단연 책자들이다. 다산의 대표 저작인 … [Read more...] about 열수를 바라보며 다산(茶山)을 그리다
책
김훈이 이준석 선장과 단원고 교감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
모 언론단체 행사에 참가한 작가 김훈이 모처럼 긴 얘기를 쏟아냈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당대의 문장가에 대한 현장의 반응이 꽤 뜨거웠던 모양이다. 많은 질문이 쏟아졌고, 질문 중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것도 있었다. 세월호를 소재로 작품을 쓴다면 어떤 작품을 쓰겠느냐는, 곤란할 수도 있는 질문이었지만 작가는 마치 예상했다는 듯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세월호 사건은 참 말하기 어렵다. 나는 이준석 선장과 참사 다음날 자살한 단원고 교감, 두 인물에 대해 관심이 있다. 선장은 우리 시대의 … [Read more...] about 김훈이 이준석 선장과 단원고 교감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
글쓰기의 핵심: 사색과 천천히 읽기
바야흐로 글로 소통하는 시대다.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매체가 일상생활의 중심권역으로 들어온 뒤 글쓰기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문자와 카톡, 메신지를 비롯한 개인 간의 소통수단은 물론이거니와 블로그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보다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역시 글쓰기를 소통의 수단으로 삼는다. 디지털의 역설이라 할 만하다. 디지털문화가 발전할수록 아날로그적 글쓰기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글쓰기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 [Read more...] about 글쓰기의 핵심: 사색과 천천히 읽기
지식의 숲으로 안내하는 ‘책에 대한 책’ 모음
책을 좋아하고 열심히 읽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제대로 소화해 의식의 자양분으로 삼는 사람은 드물다.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모르되, 책을 통해 진정한 교양을 쌓기 위해서라면 다독만이 능사는 아니다. 많이 읽는 것보다 깊게 읽고, 사색을 통해 책에서 얻은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독을 경계하고 사색을 늘리라”라는 쇼펜하우어의 일침은 그런 의미다. 책 좋아하는 사람치고 ‘책에 대한 책’ 한두 권쯤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책에 … [Read more...] about 지식의 숲으로 안내하는 ‘책에 대한 책’ 모음
돈이 돈을 버는 세상, 돈이 더 중요해지는 세상: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서평
케임브리지의 고민: 뼈빠지게 공부해 봤자 빌딩 부자에게 밀린다 1995년 봄의 어느날, 미국 케임브리지에서, 서울대 선배이고 같이 하버드를 다니던 형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야, 우리가 아무리 서울대를 나온 하버드 박사라고 해도 한국 가서 맞선 시장에 나가면 변변찮은 XX대 나온 부잣집 아들, 50억짜리 빌딩 가진 놈한테 밀리게 되어 있다. 공부 열심히 하면 뭐 하겠냐." 그 선배 형 얘기는 '21세기 자본' 이 책에 나오는 '라스티냐크의 고민'과 일맥 상통한다. 뼈빠지게 공부하고 열심히 … [Read more...] about 돈이 돈을 버는 세상, 돈이 더 중요해지는 세상: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서평
왜 하드커버 책이 먼저 나오는가?
이코노미스트에서 왜 하드커버 책이 먼저 나오는지에 대해 분석했다. 간단히 말해서 하드커버가 좀 더 마진이 남기 때문이다. 애서가들을 공략하기 위해 비싼 마진의 하드커버를 먼저 내고, 책이 유명세를 타면 그제서야 페이퍼백 판을 내서 대량으로 판매한다. 애시당초 페이퍼백이 좀 더 싸게 책을 찍어내기 위한 방법이라는 탓도 있지만, 하드커버는 도서관에 좀 더 잘 맞는다는 부가적인 이점도 있다. 전자책이라는 강력한 대체재가 등장한 탓에 페이퍼백은 예전만큼 많이 팔리지 않고 있지만, … [Read more...] about 왜 하드커버 책이 먼저 나오는가?
임신·출산·육아에 도움이 되는 책 Best 7
독서인구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이 시기, 왜 하필 책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인터넷 서점에서 일합니다. 그래서 그냥 책을 소개하기로. 협찬받은 물건이 있다면 그 물건을 중심으로 썼겠지만 협찬이 없어 순수하게 제 맘대로 소개합니다. 7위 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 (링크) 임신 8개월 정도로 넘어오면 "아이 낳다 죽으면 어떡하지?"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실제로 나도 저런 말을 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주기 정도로 반복해서 듣곤 했다. 그때 굉장히 … [Read more...] about 임신·출산·육아에 도움이 되는 책 Best 7
투자 입문자를 위한 추천 도서 8선
이 글은 DC Inside 주식갤러리에 제가 옛날옛적에 올려놓은 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업데이트 해 달라는 요청도 많이 나오고 해서 한번 정제된 언어로 리뉴얼 해 볼 생각으로 올립니다. 개인적으로 읽어본 책을 우선으로 하고, 리플로 추천받은 책은 제가 글의 하단에 리플의 원문과 같이 배치하겠습니다. "난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라면, 1.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를 한두번 정도 읽으세요. 주력으로 깊이 팔만한 책은 아니니까 가볍게 감 잡는 정도로 생각하시고, <현명한 … [Read more...] about 투자 입문자를 위한 추천 도서 8선
번역자의 내공은 끝없는 공부에 달렸다
내 책의 주제는 공부하는 번역자가 되자는 것이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강좌인 ‘번역자를 위한 한국어 문장 강화’를 진행하면서, 번역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건 바로 한국어 표현을 더 섬세하게 익히는 일이다. 번역은 외국어 실력에서 시작하여 한국어 실력에서 완성된다. 그동안 내 강의에 참여한 수강생 직업 분포를 요약하면 이 책의 독자를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술 문서만 다루다 보니 한국어 어휘 선택이나 문장 감각이 무뎌진 것 같다고 느끼는 현직 번역자, … [Read more...] about 번역자의 내공은 끝없는 공부에 달렸다
역사를 만든 감동적 “노동문학” 10선
세월호 참사와 그보다 더 참담한 이후의 상황을 지켜보며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 하나를 끄집어 내지 않을 수 없다. 떨쳐지지 않아서다. 만약에 세월호 희생자들이 강남부자들과 그들의 자녀들이었다면, 그런데도 이놈의 정부와 언론과 국회는 이따위로 허송세월하며 외면하기만 했을까? 물으나마나 한 질문이다. 당연히 그러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제 아무리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이기로서니 자신의 지지기반인 부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세월호 참사는 단지 3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 [Read more...] about 역사를 만든 감동적 “노동문학” 10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