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디지털 디톡스에 실패했나 반년 전쯤, 디지털 디톡스에 처참하게 실패한 전력이 있다. 디톡스(detox)는 인체 유해물질을 해독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란 디지털 중독에 빠진 현대인들에 대한 처방으로써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는 요법을 의미한다. 디지털 단식이나 디지털 금식이라고도 표현하기도 한다. 당시 태국 치앙마이에서 여행 중이었던 나는, 여행하면서도 온갖 디지털 기기와 화면에 중독된 나의 모습에 불현듯 경각심을 느끼고 … [Read more...] about 우리가 인스타그램에 중독되는 방식
책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이 아니다
회원 가입을 하고 동의를 구하면 발송되는 SNS 알람 중 유일하게 수락한 것이 온라인 서점이다. 그래서인지 하루에도 ‘아, 좀 너무 보내네’ 싶을 정도로 받으면 3–4개 정도 받는다. 일장일단이 있지만 어쨌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오거나 다양한 분야의 출간을 빨리 알 수 있어서 수신 거부하지 않았다. 이젠 어떤 온라인 서점에서 보내는 건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문자 수신번호도 외웠기 때문에 받는 족족 구미가 당긴다 싶으면 어플로 바로 접속해 책을 구입한다. 책장에 빼곡히 꽂힌 책은 읽은 … [Read more...] about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이 아니다
“책은 꼭 끝까지 읽어야 하나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말하면, 종종 사람들로부터 “좋은 책 좀 소개해주세요.”라는 말을 듣는다. 그때마다 한결같이 “좋은 책이 뭐 있겠습니까. 그냥 자신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지요.”라며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 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이 그 사람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재미없게 읽은 책이 그 사람에게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개인이 가진 성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좋은 책’이라는 틀을 정해놓고, … [Read more...] about “책은 꼭 끝까지 읽어야 하나요?”
이뤄지지 못한 4인 가족의 ‘유토피아’는 어디로 갔는가
아쉬움 2.5에 읽을 가치 7.5라는 평을 하고 싶다. 책이란 본디 TMI라는 전제하에, 이 책은 괜찮은 TMI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저자 양승훈의 시선이다. 저자는 현재 경남대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연구자이자 질 높은 칼럼니스트인데,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관리 파트에서 5년간 근무했던 경험을 영민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녹여냈다. 저자는 대우조선이 본격적인 첫 직장이었고, 이전에는 제조업 현장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그는 조선소 생산직 노동자들의 모습을 신기해하며 묘사하는데 (조선업은 … [Read more...] about 이뤄지지 못한 4인 가족의 ‘유토피아’는 어디로 갔는가
자, 지금부터 방심하세요
움직이길 싫어하는 내가 유일하게 계속하고 싶어 하는 운동은 요가다. 더 자세히는 핫 요가인데, 평소 땀을 많이 흘리지 않는 체질이라 40도가 넘는 뜨끈한 방에 들어가 요가 동작을 하나씩 완성하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고 끝날 무렵에는 요가복이 땀에 젖는데 그게 그렇게 개운하다. 땀 흘리고 상쾌해지는 그 맛에 그나마 유일하게 장기간 한 운동이 핫 요가다. 살이 빠진다거나 몸매가 아름다워지는 단계까진 안 가봐서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로 더는 요가를 할 수 없게 됐고 … [Read more...] about 자, 지금부터 방심하세요
당신은 얼마짜리 인간입니까?
소설가가 쓰는 요리책 서평집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스무 살 넘어서까지 요리를 전혀 못했다. 할 기회도,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아예 관심 자체가 없었다고나 할까. 그러다가 일본에 혼자 살게 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당장 뭔가를 먹어야 하는데 뭘 먹는단 말인가! 당시의 나는 밥솥에 밥을 어떻게 안치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매일같이 밖에서 먹거나 편의점 음식만을 먹을 수도 없고. 인터넷을 찾아보자니 지금처럼 자료가 잘 정리된 것도 아니었다. 요리책을 보고 만들려니…… 이건 뭐,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는 말투성이다. … [Read more...] about 소설가가 쓰는 요리책 서평집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천태만상 한국 사회: 조정래 작가의 『천년의 질문』이 고발하는 한국 사회의 민낯
1. 조정래 작가의 『천년의 질문』은 제목에서 풍기는 신비하고 고답적인 분위기와는 다르게 지금-여기의 한국 사회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방금 ‘한국 사회’라고 썼지만 사실 이 단어에 대한 엄밀한 정의부터가 쉽지 않다. ‘한국’은 구획된 영토를 가진 국가의 이름이기 때문에 어려울 게 없지만 문제는 ‘사회’다. 1896년 갑오개혁 정부가 일본에 파견한 유학생 단체인 ‘대조선인일본유학생친목회’가 펴낸 『친목회회보』에 처음 그 단어가 등장한 이래 ‘사회’라는 말은 다양한 정치적 입장이 치열하게 … [Read more...] about 천태만상 한국 사회: 조정래 작가의 『천년의 질문』이 고발하는 한국 사회의 민낯
2030에게 추천하는 에세이,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2019년을 맞아서 한국식 나이로 서른이 되니 이래저래 불편한 일이 많아졌다. 언제나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살고 싶어 했지만, 또 마냥 그럴 수 없는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과연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 고민을 하는 날이 예상치 못할 정도로 늘었기 때문이다. 역시 주변 친구 중에서 아직 결혼한 친구나 혹은 결혼을 생각 중인 사람은 없지만, 여전히 부모님 세대의 인식은 ‘이제 그 나이가 되었으면 결혼은 해야지.’라는 말이 익숙하다. 이제 어머니는 아예 내가 연애를 … [Read more...] about 2030에게 추천하는 에세이,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셀프리뷰] 마시즘이 리뷰하는 『마시는 즐거움』
다음은 우리 집 화제의 신간 『마시는 즐거움』을 펴낸 마시즘 에디터의 출간 회고록이다. 무덤까지 가져가려 했던 이야기지만 마감 시간이 닥쳐서 전당포에 물건 파는 심정으로 내어놓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가 출간 선배로서 인생 첫 책을 낸 작가들에게 주는 조언은 다음과 같다. ‘가벼이 설레지 말라’ 아마도 그 자신이 서점에 아직 깔리지도 않은 본인 책을 찾아 전국을 떠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책을 찾지 못하면서도 『마시는 즐거움』이 큰 성공을 하고 속편이 나올 것을 기대하고 … [Read more...] about [셀프리뷰] 마시즘이 리뷰하는 『마시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