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부서 간 업무 효율을 위해 종종 자리를 옮기는데, 책상의 80%를 책이 차지한 나로선 그 이사가 여간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거사를 치르는 기분으로 책을 싸고 옮긴다. 마지막까지 버티고 버티다가 이제는 정말 책을 좀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으로 추리고 추려서 집으로 택배를 보내거나 주말에 하루 차를 가져와 책을 가져간다. 그럴 때마다 회사에서 일하는 틈틈이 계속 들여다봐야 하는 책과 한번 봤으니 됐다 싶은 책이 나뉜다. 다년간의 잦은 이사에도 불구하고 내 책상에 계속 남아 … [Read more...] about 스티븐 킹의 창작론으로 공부하는 카피라이트: 쉬운 말로 빨리 이해되는 ‘긴 카피’
엄마를 이해할 수 없어서 먹는 김치찌개
헐레벌떡 집에 들어온 엄마가 허리에 찬 전대를 풀어 방바닥에 툭 던져놓고 부엌으로 달려간다.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언니와 나는 장사를 마치고 돌아온 엄마의 기척에 귀를 쫑긋했다가 다시 드라마 보기에 집중한다. 힘차게 쌀 씻는 소리와 냄비에 물을 받아 가스레인지에 불을 댕기는 소리도 들린다. 엄마는 그제야 방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두 딸을 바라본다. 배고프지? 얼른 밥해줄게. 엄마를 말똥히 올려다본 언니와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의 지폐와 동전이 든 전대는 한쪽으로 … [Read more...] about 엄마를 이해할 수 없어서 먹는 김치찌개
1인 가구엔 무조건 작은 것을 추천해야 할까?
2019년에 들어서 나의 독서 취향에 변화가 있다면 잘 읽지 않던 분야의 책을 더 많이 읽자는 거였다. 소설이나 에세이에 편중되었던 독서 카테고리를 정치, 역사, 과학, 경제 등 소설, 에세이 빼고 나머지를 골고루 읽어 보자는 취지였다. 내가 문학 외의 글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어렵기 때문이었다. 완독할 수 없음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시작도 안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계속 한쪽으로 치우친 독서만 해서는 모르고 지나치는 게 너무 많을 것 같았다. 쉽게 술술 잘 … [Read more...] about 1인 가구엔 무조건 작은 것을 추천해야 할까?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이 아니다
회원 가입을 하고 동의를 구하면 발송되는 SNS 알람 중 유일하게 수락한 것이 온라인 서점이다. 그래서인지 하루에도 ‘아, 좀 너무 보내네’ 싶을 정도로 받으면 3–4개 정도 받는다. 일장일단이 있지만 어쨌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오거나 다양한 분야의 출간을 빨리 알 수 있어서 수신 거부하지 않았다. 이젠 어떤 온라인 서점에서 보내는 건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문자 수신번호도 외웠기 때문에 받는 족족 구미가 당긴다 싶으면 어플로 바로 접속해 책을 구입한다. 책장에 빼곡히 꽂힌 책은 읽은 … [Read more...] about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이 아니다
자, 지금부터 방심하세요
움직이길 싫어하는 내가 유일하게 계속하고 싶어 하는 운동은 요가다. 더 자세히는 핫 요가인데, 평소 땀을 많이 흘리지 않는 체질이라 40도가 넘는 뜨끈한 방에 들어가 요가 동작을 하나씩 완성하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고 끝날 무렵에는 요가복이 땀에 젖는데 그게 그렇게 개운하다. 땀 흘리고 상쾌해지는 그 맛에 그나마 유일하게 장기간 한 운동이 핫 요가다. 살이 빠진다거나 몸매가 아름다워지는 단계까진 안 가봐서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로 더는 요가를 할 수 없게 됐고 … [Read more...] about 자, 지금부터 방심하세요
아프면 비로소 보이는 것
작은오빠가 누나, 그만 좀 해, 하고 나직하게 말했다. 넘치지도 덜하지도 않게 아주 적당한 톤이었다. 그러게 위로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누구를 벌써 황천길로 보내려고. 언니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그런데 다 망했다는 큰오빠가 무슨 돈으로 수술을 할까. 혹시 치료비가 필요해서 모이자고 했나. -김금희 ‘보통의 시절’을 읽다가 아프면 비로소 보이는 것, 이라고 제법 거창하게 제목을 지었지만 사실 그냥 좀 아팠다. 지난 금요일부터 목이 칼칼한 게 편도선이 또 … [Read more...] about 아프면 비로소 보이는 것
기왕 뭔가를 샀다면 죄책감은 버리자
사람은 사람과 함께 있어 보다 커지는 경우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봐 주는 사람이 있다, 그 하나로도 나는 운전을 아무리 오래 해도 좋고 저금이 바닥나도 좋다는 기분이 들었다. 요시모토 바나나, 「바다의 뚜껑」 中 가계부를 쓰지 않는다. 한동안 지출 기입하기만 하면 카테고리별로 분류되는 네이버 가계부를 쓰다가 몇 달 전부터 그마저도 쓰지 않고 있다. 쓰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계부를 쓴다고 딱히 절약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돈이 모이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또 … [Read more...] about 기왕 뭔가를 샀다면 죄책감은 버리자
책 좋아하면 심심한 사람인가?
나는 참 심심한 사람이다. 내가 봐도 재미없다. 아니 솔직히 '나는' 재미있다. 하루하루가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책인데, 이러면 사람들은 또 책 이야기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책이 좋은걸. 사람들이 가끔 늙어서 너무 외로울 것 같다고 말하는데 사실 나는 늙어도 외로울 것 같지가 않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기력과 시력만 있다면 하루가 보너스 같을 것만 같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따분하다고 한다. 왜 사람들은 책을 좋아하면 따분한 사람, 답답한 … [Read more...] about 책 좋아하면 심심한 사람인가?
드라마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엄마들”
우연히 마영신 작가의 ‘엄마들’이란 책을 알게 되었다. 곧이어 만화책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다. 짙은 빨간색 표지에는 리얼한 표정의 두 여성이 머리끄덩이를 잡고 울그락불그락하고 있다.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이를 악문 두 여인은 어떤 사정이 있는 걸까? ‘아무도 들려주지 않았던 이 시대 엄마들의 목소리’란 소제목만큼 책은 놀랍고 기가 막힌다. 작년 8월에 이 책을 사놓고 초반에 조금 읽다가 다른 책으로 넘어갔던 모양으로, 일요일인 어제 아이 밥을 먹이며 자연스럽게 테이블 아래에 꽂힌 책을 … [Read more...] about 드라마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엄마들”
당신의 이야기, 써도 괜찮습니까?
일반적인 주제를 경계하라. 일상생활이 제공하는 것들에 매달려라. _라이너 마리아 릴케 - 바버라 애버크롬비 『작가의 시작』을 읽다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는 격주로 김주혁 작가가 진행하는 ‘숏컷’이란 코너가 있었다. 매 회마다 작가를 초대해 그의 책 이야기와 글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데, 참 좋아하는 코너였다. 무릇 글 쓰는 사람, 책 좋아하는 사람 치고 작가가 출연해 이야기 나누는 프로를 싫어할 이유가 없다. 몇 회였는진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데, 정영수 … [Read more...] about 당신의 이야기, 써도 괜찮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