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정식 사회생활을 맞이했다. 미술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졸업도 간신히 한 나는 내 전공(가구 디자인)으로 할 수 있는 게 정확히 뭔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사회로 덜렁 나자빠졌다. 그냥 한동안 집에서 좀 놀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었는데 이런 나를 그냥 두고 보지 않던 언니가 미대 나왔으니까 아이들을 가르쳐 보는 건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별다른 반발심 없이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교차로를 집어 온 나는 거실 바닥에 신문을 깔고 살펴보기 … [Read more...] about 당신의 무기는 성실입니까?
심심하고 싶다
화장을 지우지 않고 잤더니 피부가 엉망이다. 번들거리는 뺨에 클렌징크림을 찍어 바르고 문질러댔지만 업무와 회식이 만들어낸 고단함은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았다. 양치를 하는 동안 머리를 감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시간을 확인하곤 포기해버렸다. 서유미, 「당분간 인간」 中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비가 온다. 장마철을 그리 싫어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좀 질린다. 지난 주말 내내 비가 와 핑계 삼아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집에 콕 박혀 있었다. 마침 세 식구 모두 감기에 걸려서 컨디션도 안 … [Read more...] about 심심하고 싶다
이렇게 사랑해보지 않았다면 모를 일
※ 글에 언급한 상품은 필자 개인의 선택으로 해당 브랜드나 담당 MD의 추천과는 무관합니다. 지난 소설 쓰기 수업에선 김애란 작가의 단편집 『비행운』에 실린 ‘하루의 축’을 다뤘다. 각자 소설을 미리 읽어오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과정에서 한 수강생이 이런 말을 했다. “이 작가는 가난해 봤구나, 이렇게 살아 보지 않았으면 모르는 글을 쓰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항에서 환경미화원을 하는 기옥 씨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말 그대로 이렇게 살아보지 않았으면 … [Read more...] about 이렇게 사랑해보지 않았다면 모를 일
요즘 뭐 읽냐고 물어주면 좋겠다
싫은 일을 하면서 인생을 소비할 필요는 없다. 나는 그냥 좋아하는 책을 읽을 뿐이다. 막연하긴 하지만 책을 읽고 있는 순간만은 적어도 내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책이 나를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하고 살고 싶게 만든다는 것밖에는 알지 못한다. -박주영 ‘백수생활백서’중에서. 마스다 미리의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에서는 서점 직원 경력 10년의 쓰치다가 주인공이다. 그녀의 여러 책 중 남자가 주인공인 책이 드물어 눈에 띄기도 하고 서점 직원의 이야기라는 매력적인 … [Read more...] about 요즘 뭐 읽냐고 물어주면 좋겠다
야심 찬 내 패션의 수명
결국 손을 내민 사람은 나였고 반지는 무겁게 내 손가락 밑으로 매달렸다. -줌파 라히리 ‘그저 좋은 사람’ 중에서 유난히 도트 패턴을 좋아할 뿐, 나의 차림새는 지극히 평범하다. 청바지를 주로 입고 티셔츠가 편하다. 라인이 드러난 원피스나 치마는 큰 결심을 하지 않으면 선뜻 손이 뻗어지지 않는다. 아마 올해도 숏팬츠는 못 입을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반바지는 나의 구매 목록에서 삭제되었다.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것보다 펑퍼짐하거나 툭 떨어지는 스타일이 좋다. 그런데 가끔 여기에 … [Read more...] about 야심 찬 내 패션의 수명
곰팡이,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자
※ 글에서 언급하는 상품은 글쓴이 개인의 선택으로 해당 브랜드나 담당 MD의 추천과는 무관합니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비를 썩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장마는 장마 때만이 줄 수 있는 분위기와 운치가 있는 것 같다. 모쪼록 피해가 없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온종일 비는 퍼붓지만, 비 한 방울 맞지 않는 집에 콕 박혀 우렁찬 빗소리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름이지만 긴 팔 티셔츠를 꺼내 입는다거나 눅눅한 집에 보일러를 돌리는 등 계절을 거스르는 행위는 그때만 만날 … [Read more...] about 곰팡이,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