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이후 LG생건의 성장세는 실로 놀랍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화장품 시장점유율이 고작 7%대에 불과했던 기업이 현재는 코스메틱 산업의 전통 강자이자 대표 기업인 아모레 퍼시픽과 대등하게 경쟁하며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되었다. 특히나 현재 아모레퍼시픽이 매출 부진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기에 LG생건의 모습이 더더욱 두드러진다.
LG생활건강은 실력이 좋았고, 아모레퍼시픽은 실력이 없었을까?
그렇다면 LG생건이 지금처럼 성공적인 성과를 보이고 아모레퍼시픽이 부진한 것은 LG생건은 일을 잘하기 때문이고 아모레퍼시픽은 일을 못하기 때문일까?
꼭 그렇진 않다. 이런 결과를 거둘 수 있었던 건 분명 LG생건 임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잘해온 덕분이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모든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그로잉 업』 리뷰에서도 살펴봤듯이 사드 사태와 그로 인한 불매 운동이라는 예측할 수 없었던 사건이 있었던 덕분이기도 하다.
사드 사태가 벌어지고 불매운동이 발생하며 시장의 지형이 뒤집혔다. 사드 이전 화장품 몰빵은 가장 좋은 수익을 올리는 구조였고, 그만큼 타격도 컸다. 그에 반해 새롭게 변한 시장은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LG생건이 최적화하기 좋은 조건이다. 그 점에서 사드 사태는 아모레에게는 예상할 수 없는 재앙이었고 LG생건에게는 갑작스레 등장한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반대로 아모레퍼시픽이 사드 사태 이전에 엄청난 실적을 거뒀던 것은 그만큼 시장 상황이 아모레퍼시픽에 최적화되는 운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아모레의 부진과 LG생건의 승승장구는 이런 운적인 요소까지 고려해야 제대로 된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는 원인과 결과로 생각하지만, 사실 운의 영역은 엄청나게 크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다. 결과가 순전히 노력이나 실력에서 비롯된다고 믿는 믿음은 지나치게 순진한 믿음이다. 실제로는 엄청난 불확실성이 우리의 눈 앞을 가리며,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다. 스포츠에서 압도적인 우승 후보가 꼴찌에게 패하면서 팬들을 멘붕하게 하는가 하면 금융시장에서는 몇십 년에 한 번 벌어질까 말까 한 일이 오늘 벌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동일한 원인에도 서로 다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예측할 수 없는 변덕을 ‘운’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완벽히 동일한 역량과 강점을 가진 A란 기업과 B란 기업이 성공 확률 80%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하자. 80%면 굉장히 성공 확률이 높은 프로젝트다. 하지만 성공확률이 높다고 해서 실패확률 20%가 어디 가는 건 아니다. 운에 따라서 동일한 역량, 동일한 방법을 취했음에도 서로 다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떠한 결과를 판단하고 분석할 때는 실력(노력)의 부분과 운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력이 미치는 영역을 과대평가하게 된다. 실력을 과대평가하면 그만큼 성공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은 운과 실력을 구분하지 못한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마이클 모부신이 쓴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은 바로 운과 실력을 구분하는 법과 실력을 증진시키고 운에 대처하는 방법을 다룬 책이다. 지금껏 내 글을 읽어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운과 실력이 성공에 미치는 영향에 매우 관심이 많기에, 이 책이 출간 예정이란 얘기를 듣고 꽤 기대했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나는 이 책이 좋은 책이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행운과 실력에 대해, 이 세계적 대가와 내가 지금까지 정리한 생각 및 견해는 상당 부분이 매우 같았다.
운은 보이지 않는 데다 매우 추상적이기에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운이 자기 자신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이해하기는 더 어렵다. 무얼 하든 운이 좋은 방향으로만 터지는 지상 최고의 행운아가 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 행운아는 자신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그리고 자신이 이룬 성과에서 운이 얼마나 작용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이 사람의 시각에서 보자면 자신이 내린 선택과 결과가 모두 좋은 결과를 끌어냈으므로 모든 결과가 자신이 실력 덕분이라고 믿게 된다.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믿기에 가장 운의 혜택을 많이 입은 사람은 운의 존재를 부정하게 된다.
이 때문에 성공적인 결과에서 공통점을 도출해 성공에 이르는 비법을 발견하겠다는 시도는 모두 잘못된 분석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행운아가 내린 선택이 모두 좋은 결과로 이어졌기에 자신이 내린 선택이 매우 훌륭했다고 자평하게 된다. 하지만 인과관계는 불분명하다. 아시아인들이 수학을 잘하는 비법을 찾겠다고 공통점을 조사해봤더니, 주식으로 쌀을 먹는 것을 발견했다고 해서 쌀이 수학 점수 향상의 원인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 영역마다 운과 실력의 비중은 다르다
운과 실력의 영역을 구분해서 이해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을 분리해서 볼 수 있다면 어떤 결과에 속을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대단한 실적을 거뒀다고 하자. 이것이 온전히 해당 기업의 뛰어난 경영능력과 실력 덕분이라면 이 기업은 대단한 실적을 장기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운이 크게 작용했고, 이 운에 취해 있다면 실적은 쪼그라질 수밖에 없다.
모부신은 실력을 ‘성공의 필요조건’이라 말한다. 실력이 없으면 제아무리 운이 따라도 성공은 무리다. 하지만 실력이 좋다고 다들 성공하는 건 아니다. 특히 실력이 높은 레벨일수록 실력보다 운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고 조언한다. 우사인 볼트와 일반인이 100미터 경주를 하면 실력이 결과를 만들지만, 선수들과 경쟁할 때는 컨디션, 바람 등 운의 차이가 작용하게 된다.
달리기를 예로 들어서 너무 뻔한 조언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축구와 같이 여러 선수가 상호작용하는 스포츠만 해도, 육상보다 훨씬 운이 많이 작용한다. 그리고 우리 삶의 대부분은 룰이 뚜렷한 스포츠가 아니다. 한 개인의 회사 생활만 해도 정말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기업 활동이나 투자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투자의 대가 마이클 모부신의 가르침: 운과 실력을 활용하는 법
실력의 영역과 운의 영역을 분리해서 볼 수 있으면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지 알 수 있기에 성공의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두 영역은 각각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저자인 모부신은 실력의 영역은 의식적 연습을 통해 향상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세상은 100% 운이나 100% 실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향상된 실력은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결과를 컨트롤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과정을 컨트롤할 수는 있다. 물론 결과는 중요하지만,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우리는 좋은 결과의 기회를 최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운이 작용하는 부분 또한 존재한다. 운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대신 과정을 통제하고 관리해 좋은 결과가 따르기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그래서 체크리스트를 만들길 권한다.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준수해서 운에 심취하는 과오를 범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이제는 그저 추상적이고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운칠기삼을 되뇔 것이 아니라 운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은 그 점에서 내 생각과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원문: Second Coming
※ 해당 기사는 에프엔미디어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