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쓰면서 울면 안 된다고 믿는다. 물론 나도 울면서 쓴 글이 때때로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울음에 빠져들면 안 된다고, 나의 슬픔이나 절망과 하나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글을 쓸 때만큼은 그 모든 울음, 슬픔, 아픔, 절망을 어떻게든 견뎌내야만 한다. 우는 나, 슬퍼하는 나, 아파하는 나를 노려보면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내가 어디에서 우는지 바라보고, 내가 왜 슬퍼하는지 또박또박 적어나가야 한다. 그러고 나서, 비로소 글 한 편의 마침표를 찍었을 때, … [Read more...] about 글을 쓰면서 울면 안 된다
나는 북토크에 아이를 데려간다
북토크나 강연을 할 때, 종종 아이와 함께하는 모습을 사람들이 인상적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에도 강연하는데 아이 소리가 들려서 아이를 불러보았다. 아내는 내가 독자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니 아이와 함께 자리를 피해 있었는데, 나로서는 아내와 아이 모두에게 미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이 자리에서 왜 굳이 아이와 아내를 배제해야 하나, 아이란 있으면 안 되는 것인가, 모두가 엄숙하게 서로를 바라봐야만 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내가 부르니 아이는 쪼르르 달려와 내게 안겼다. 마이크 … [Read more...] about 나는 북토크에 아이를 데려간다
공정이란 무엇인가? 헤아릴 수 없는 깊이의 불공정에 관하여
얼마 전 한 인플루언서의 육아 영상을 봤다. 아이는 이제 겨우 30–40개월 되었을 뿐인데, 벌써 알파벳을 다 알고 영어로 단어를 썼다. 아이에게 일종의 가정교사가 있는 모양이었는데, 그로 인해 다른 또래의 아이들보다 무엇이든 빨리 익히는 것처럼 보였다. 한 시사 프로에 따르면, 상류층 부모들 중심으로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기 위한 ‘과외’가 유행한다고 한다. 영어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apple’ 따위를 받아적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어떤 집의 아이들은 … [Read more...] about 공정이란 무엇인가? 헤아릴 수 없는 깊이의 불공정에 관하여
‘가성비’의 종말, 플렉스와 환각의 시대
요즘 부쩍 느끼는 시대의 분위기가 있다. '가성비의 종말'이라고 부를 수 있을 법한 현상이다. 가성비 중심의 소비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 말해졌던 시대는 어느덧 저물고 있는 것 같다. 휴가를 위해 숙소를 검색하다 보면, 가격과 상관없이 가장 전망과 룸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숙소들이 먼저 사라진다. 대개는 비싼 숙소부터 예약이 일찍 찬다. 마지막에 남는 건 소위 '가성비 좋은 숙소'들이다. 샤넬 등 명품은 없어서 못 파는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중저가 브랜드들은 점점 시장에서 밀려나고 … [Read more...] about ‘가성비’의 종말, 플렉스와 환각의 시대
좋은 대화의 핵심, “들어주기”
좋은 대화의 방법이란 사실 들어주기의 방법이라 믿고 있다. 좋은 대화가 들어주기와 말하기로 이루어진다면, 대략 80% 정도는 들어주기의 지분이 아닐까 싶다. 내가 얼마나 좋은 말을 해줄지는 대화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얼마나 상대의 말을 잘 들어줄 것인가가 중요하다. 좋은 대화의 경험이라는 것도, 대개는 상대로부터 얼마나 대단한 말을 들었느냐보다도 자기 스스로 얼마나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느냐에 따라 좌우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이 '들어주기'라는 것이 무조건 상대가 말만 하고, … [Read more...] about 좋은 대화의 핵심, “들어주기”
“시작이 반”보다 중요한 것: 중간을 견디는 힘
나는 개인적으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무척 신뢰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중간이 가장 넘기기 어렵다'는 것도 자주 느낀다. 무엇이든 언젠가 하고 싶었던 마음을 기억하고 있다면 일단 시작하는 게 어려울 뿐, 시작하고 나서는 시작이 주는 힘에 이끌려가게 된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달리 말해 나머지 반은 '시작의 힘' 없이 스스로 이끌고 가야 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는 듯하다. 시작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일단 시작하고 나면, 중간을 넘기는 게 또 만만치 … [Read more...] about “시작이 반”보다 중요한 것: 중간을 견디는 힘
소비의 자유는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1. 인생의 행복이 소비의 자유에 달려 있다는 생각은, 많은 경우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듯하다. 나아가 자신의 행복을 끊임없이 '소비의 자유'에서만 찾다 보면, 그에 길들여져서 다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린다. 행복이 간절한데,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소비에서만 쾌감을 얻다 보면, 소비하지 않고는 어떻게 행복해야 할지 모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라고 믿는 소비가 때로는 구속이 되는 경우도 많다. 청년 시절, 나는 그다지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 않았다. 굳이 … [Read more...] about 소비의 자유는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자기 이익을 챙기는 데에만 똑똑한 사람들
세상에는 참 똑똑하고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 중 많은 이들이 그 좋은 머리를 최대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데에만 쓴다고 느낄 때가 많다. 겉으로는 좋은 말을 나누고 배려하며 마음을 쓰지만, 결국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한없이 차가워지며, 극도로 계산적이 되고, 치밀할 정도로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수호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실 이익을 추구하고, 자신의 삶을 한껏 누리기 위하여 두뇌를 풀가동하며 살아가는 방식이 도덕적으로 나쁘다거나 꼭 잘못된 삶의 방식이라 단정지을 수는 … [Read more...] about 자기 이익을 챙기는 데에만 똑똑한 사람들
삶은 치열하게 사는 것이 좋다
요즘 들어 인생을 치열하게 사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치열하게 꿈을 좇고, 치열하게 사랑하고,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들을 아까워하며 절박하게 마음을 쏟고, 자기 자신을 갈아넣듯이 사랑하고, 눈물을 쏟고, 미친 듯이 웃고,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해 어쩔 줄 몰라 하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자기가 해야만 하는 일들 속에 새벽까지 머리를 싸매고 빠져들고 몰입하면서 한세월 보내는 것이 좋은 삶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마냥 여유 있고 느슨하고 때로는 무얼 해야 좋을지 모르겠고, 그래서 부담 … [Read more...] about 삶은 치열하게 사는 것이 좋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삶의 다른 일들도 그러할지 모르겠으나,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자신이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달리 말해서 자신의 글이 어딘가에 속해 있거나, 글을 쓰고 있는 순간 자기가 발디디고 설 땅이 있거나, 자기가 소모하고 있는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회의감에 대해 보호막이 있다는 것과 비슷하다. 글쓰기에는 유독 이러한 감각이 필요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글 쓰는 일 자체는 소속도 없고, 동력도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쓰기 자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큰 문제가 되기도 … [Read more...] about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