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최근에 느끼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세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 '소외'의 경험이 있다는 사실이다. 어린 시절의 따돌림이라든지, 부적응하고 혼자 소외감을 느끼는 순간, 남들과 잘 섞이지 못해 겉돌던 기억 같은 걸 가지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유년기나 초등학생 어느 학년 때, 누군가는 청소년기에, 누군가는 대학 시절이나 직장, 혹은 종교 공동체나 스터디에서 그런 경험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소외의 기억'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소외당한 경험을 … [Read more...] about 자라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소외되었던 순간’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란 서로의 기분을 달래주는 존재인가 보다
장마에 잠긴 제주에서, 차를 몰아 가는 길에 아내가 나에게 말했다. 오늘 기분 좋을지 나쁠지는 내가 선택하는 거야. 여보는 오늘 어떤 기분을 선택할 거야? 나는 조금 처져 있었는데, 아내의 말을 들으니 역시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날은 가만히만 있어도 저절로 기분이 좋다. 선택할 것도 없이 마음이 잔잔한 기쁨으로 채워지는 날들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날, 매 순간 어떤 결단 앞에 놓인다. 계속 기분 나쁠 건가, 그래도 오늘의 좋은 기분을 만들어볼 것인가, 하고 … [Read more...] about 사랑하는 사람이란 서로의 기분을 달래주는 존재인가 보다
세상 때문에 불행해지고, 좌절하고, 냉소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집값 상승과 자산 격차로 여러모로 희비가 엇갈리는 시절이다. 누군가는 아파트 생각만 하면 마음이 너무 답답하고 억울하거나 화가 나기도 한다고 말한다. 삶에 의욕도 없어지고, 하루하루 벌어 모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한탄하기도 한다. 이제 막 취직하고 삶을 시작하는 청년들의 경우에는 패배주의나 냉소주의가 디폴트처럼 깔려 있기도 하다. 나도 별반 다를 게 없지만, 그럴 때는 대개 두 가지를 생각한다. 하나는 삶이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돈이 절대적인 사회에서 몇억, 몇십억의 자산 … [Read more...] about 세상 때문에 불행해지고, 좌절하고, 냉소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부러움은 갖고 싶지만 없는 것이고, 질투는 갖고 있지만 잃어버릴까 두려운 것이다”
부러움은 갖고 싶지만 지금 나에게 없는 것과 관련 있는 반면, 질투는 갖고 있지만 잃어버릴까 봐 두려운 것과 관련 있다. 심리치료사인 에스터 페렐이 내린 정의다. 우리나라의 최근 문화는 부러움과 질투라는 거대한 두 축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SNS는 그야말로 부러움이 넘쳐나는 현장이다. 내가 갖지 못한 외모, 환경, 집, 명품, 여행, 저녁 등이 범람하고, 누구나 즉각적으로 그런 ‘부러움의 이미지’에 닿는다. TV만 틀면 나오는 연예인들 또한 언제나 부러움의 … [Read more...] about “부러움은 갖고 싶지만 없는 것이고, 질투는 갖고 있지만 잃어버릴까 두려운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기 위해, 손쉽게 ‘악마적이고 모순적이고 기만적인’ 사람을 만드는 사회
보통 사람은 다른 어느 사람을 미워하기 위해, 그 사람을 프레임화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는 악마적이거나 모순적이고 기만적인 인간이다. 그는 어떤 종류의 사람인데, 그런 종류의 사람은 잘못되었거나 나쁜 부류이다. 그는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다양하고 복잡한 내면을 갖고 있고, 그래서 여러 측면에서 이해해야 할 만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단 한 종류로 정의할 수 있는 타입의 인간이므로, 미워해도 된다. 타인을 프레임화한다는 것은 그를 이해하지 않겠다는 뜻과 같다. 이해하기보다는 … [Read more...] about 누군가를 미워하기 위해, 손쉽게 ‘악마적이고 모순적이고 기만적인’ 사람을 만드는 사회
행복의 강박: ‘행복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자기계발 사업
에바 일루즈의 책 『해피크라시』에는 꽤 흥미로운 통찰이 나온다. 현대사회의 행복 산업을 비판하면서, 행복이 인생의 목표라기보다는 '전제'가 되었다는 지적이다. 성공해서 행복을 얻는다는 생각은 이제 옛것이 되었다. 오히려 행복해야 성공할 수 있다. 행복한 사람, 낙관적이고 밝고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이어야 '성공'하는 인생을 살 수 있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거대한 자기계발 산업이 되었다고 본다. 현대의 자기계발주의자들은 다소 우울하거나, 내성적이거나, 그리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학업 … [Read more...] about 행복의 강박: ‘행복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자기계발 사업
코로나 시대는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폭로한다
모르면 몰라도 코로나로 인해 직장을 그만둔 여성들이 산처럼 쌓여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와 맞벌이로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건데, 우리가 사회생활을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어린이집 덕분이다. 그런데 내년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나이가 되면 아이의 하원 시간은 지금보다 훨씬 빨라진다. 아내도 나도 아직 직장에 있을 시간이고, 아이를 맡아줄 친척은 주변에 없다. 유일한 방법은 사람을 고용해서 아이를 돌보게 하는 것인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문제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 [Read more...] about 코로나 시대는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폭로한다
‘나르시시스트 가부장’에 집단적 트라우마를 앓는 한국 사회
어쩌면 우리 사회는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집단적 트라우마를 앓는 사회일지도 모른다. 정확히 말하면 '나르시시스트 가부장'에 의한 트라우마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원형은 아버지이겠지만, 직장 상사, 지도교수, 학교 선배 등 일군의 나르시시스트로부터 착취당한 경험이 전 사회 구성원들의 밑바탕에 깔린 근원적 경험이 아닐까 싶다. 최근 청년 세대의 여러 경향도 이런 측면에서 보면 꽤 명확해지는 지점이 있다.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는 '엄마처럼 살기 싫다'이다. … [Read more...] about ‘나르시시스트 가부장’에 집단적 트라우마를 앓는 한국 사회
〈오징어 게임〉: 우리 삶이 항상 이기고 지는 게임은 아니기를
〈오징어 게임〉에는 확실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폐부를 찌르는 데가 있다.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 사회고 능력주의와 경쟁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경쟁이라는 것에는 정말 잔인한 데가 있는데, 내가 최선을 다해 내 능력을 발휘하는 그 순간 나는 누군가를 짓밟고 서 있다는 점이다. 내가 이긴다는 것은 의도했건 아니건 누군가를 이긴다는 뜻이며, 결국 그 누군가를 패배자나 실패자로 만든다는 뜻이다. 이 경쟁은 거의 인생 내내 체화되어서, 학창 시절 때부터 … [Read more...] about 〈오징어 게임〉: 우리 삶이 항상 이기고 지는 게임은 아니기를
모험할 여력을 주지 않는 사회가 ‘모방하는 소비문화’를 만든다
최근 느껴지는 소비문화에서 가장 큰 변화는 소비의 자발성보다는 모방성이 매우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만 하더라도, 식당이나 카페를 찾아갈 때는 길에 지나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들어가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식당이나 카페의 경우에도 인스타그램 등에서 미리 검색을 해보고, 최선의 경험을 제공해줄 것 같은 곳을 찾아서, ‘집 안’에서 갈 곳을 확정한 다음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타인이 찍어놓은 사진, 타인이 제공하는 감상 등을 미리 보고, 그와 동일한 경험을 얻기 위해 … [Read more...] about 모험할 여력을 주지 않는 사회가 ‘모방하는 소비문화’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