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생에서 10%의 법칙이라는 걸 믿고 있다. 말하자면, 대략 무엇을 하든 10% 정도가 쓸모 있거나 가치 있고, 내게 맞는 걸로 남는다는 법칙 같은 것이다.
글을 10편 정도 쓰면 좋은 글이 1편 정도 나온다. 내 글을 10명의 사람들이 읽는다면, 그 중 1명 정도가 좋아할 것이다. 내가 알게 된 사람들 중 나를 좋아해줄 사람도 10명 중 1명 정도라고 믿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모전이든, 취업이든, 그밖의 어떤 도전들이든 대략 90% 정도는 실패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소개팅이나 썸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할 만한 여자는 열 명 중 한 명 정도일 것이고, 나를 좋아할 만한 여자도 열 명 중 한 명 정도일 것인데, 그럼 대략 100명 중 1명 정도와 연애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입사 원서를 썼을 때, 서류 통과 확률도 10분의 1이고, 면접 통과 확률도 10분의 1이라면, 100군데 정도는 지원해봐야 내가 맞는 곳이 있을 것이다.
10%의 법칙이란 건 꽤나 가혹해보이거나 패배주의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이 10%의 법칙을 믿는 것이야말로 낙관주의쪽에 가깝다고 느낀다.
우리나라에 10%나 내 글을 좋아한다면, 그 숫자는 500만명에 이른다. 출판 시장의 독자들이 대략 100만명 정도라 하더라도, 내 책을 좋아할 독자가 10만명쯤은 있는 셈이다. 나는 평생 그 10%만 다 찾아도 행운인 것이다. 10%나 있다면, 나와 결혼하고 사랑할 사람 한 명쯤은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내가 들어갈 직장 하나쯤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 자리는 하나이면 된다. 그런데 10%나 된다니, 내 선택지가 엄청나게 많은 셈이다.
대략 나는 10% 정도를 믿으며 살고 있지만, 1% 정도 되어도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사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나의 10% 법칙은 때론 1%의 법칙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1%도 나쁘지 않다. 100번만 해보면, 어쨌든 내게 어울리는 것 하나, 그 무언가를 얻을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100번까지 해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실패는 상처라기 보다는 당연한 과정이 된다. 오히려 실패가 없으면 이상하고 불안하다.
세상에는 성공의 기록들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혹은 실패의 이야기들 자체가 터부시되는 관계라는 것도 있다. 루저처럼 보이는 것, 시행착오가 많은 인간처럼 취급되는 것, 깔끔하고 정확하게 살지 못하는 무능력자들을 배제하는 사회라는 것도 있다.
그러나 내가 믿는 진실은 90%의 실패와 10%의 어울림 같은 것에 있다. 내게 어울리는 건 세상에 10%나 있고, 모든 면에서 그걸 찾는 여정이 곧 인생이다. 그런 보물은 인생에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실패할 가치도, 인생을 살 가치도 있는 듯하다.
원문: 문화평론가 정지우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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